[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KT가 정부에 제출한 통신재난관리계획에 못 미치는 통신망 이원화 이행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지난해 94개 시설에 대해 통신망 이원화를 이행할 계획이었지만 51개 시설에 대해서만 이원화를 완료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열린 2020년 제1차 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회의 결과를 31일 밝혔다. 이번 심위위원회에서는 2019년 변경 통신재난관리 계획 이행 현황을 보고하고 2020년 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 변경안과 중요통신시설 등급 지정기준 변경안을 심의·의결했다.

과기부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주요통신사업자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2019년 변경 통신재난관리계획 이행 현황을 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출입보안, 전원공급 안정성, 통신망 이원화 등 계획에 대한 심의가 이루어졌다. 

통신망 이원화 부문에서 SK텔레콤,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딜라이브 등은 계획대로 이행했고 CJ헬로는 계획에 없던 1개 시설에 대해 이원화를 진행했다.

그러나 KT는 최근 수립한 계획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지난해 7월 수립한 2020년 통신재난관리계획에서 94개 시설로 통신망 이원화를 확대하기로 했지만 통신망 설계, 운용체계 변경, 선로 보강 등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돼 같은해 2월 계획 대로 51개 시설에 대해서만 이원화를 완료했다.

이에 과기부는 지난해 통신망 이원화를 하지 못한 43개 시설에 대해 시정명령을 발령할 계획이다.

초유의 KT 아현국사 사태를 돌이켜보면 뼈 아픈 일이다.

2018년 11월 KT 아현국사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근 지역의 KT망이 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KT는 이와 관련된 인프라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KT 통신재난 대응계획이 대표적이다. 총 4800억 원을 투입해 통신구 감시 및 소방시설 보강, 수전시설 이원화, 통신주 및 맨홀 개선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골자며 여기에는 모든 A·B등급 통신국사에 대해서 통신국사와 변전소간 이원화를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KT는 지난해 5월 네트워크부문 직속으로 인프라운용혁신실을 새롭게 만들고 기본적인 통신 장애 대응은 물론 5G 시대 인프라 장애 등 복합 위기 상황에서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을 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기본인 통신망 이원화 인프라 구축이 더디다는 점이 드러나며,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KT 측은 "해당 시설은 조속한 시일내에 통신망 이원화를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출입보안과 관련해서는 KT와 SK브로드밴드가 총 142개 시설에 대해 잠금장치 설치를 계획대로 이행했다. 전원공급 안정성과 관련해서는 SK브로드밴드가 2020년 이후 예정이던 1개 시설에 대해 전력공급망 이원화를 조기 이행하는 등 3개 사업자가 총 17개 시설에 대해 전력공급망 이원화를 이행했다.

아울러 심의위원회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인가조건에 따라 LG헬로비전의 통신망·전력공급망 이원화 기간을 2023년에서 2022년으로 단축하는 2020년 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 변경안을 심의·의결했다.

또한 심의위원회는 국가기반시설로 지정된 일부 전국 망관리센터가 중요통신시설 등급 지정기준에서는 C급으로 지정돼 전력공급망 이원화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의 문제를 논의했다.

현재 전국 망관리센터 중 KT 과천네트워크관제센터, LG유플러스 마곡사옥처럼 별도의 통신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해당 시설에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통신서비스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없어 C급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이 같은 시설들이 국가기반시설로 지정된 취지에 비춰 A급으로 상향하기로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