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제가 다시 완만한 성장 국면에 돌입했다. 출처= WeForu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경제가 견실한 기반 위에서 2020년에 돌입했지만 속도는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가 30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4분기, 계절 변화와 물가상승률을 반영된 수치로 2.1% 성장했으며, 2019년 전체로는 2.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3.1% 성장으로 출발했다가 2분기에 2.0%로 급락했고 3분기와 4분기에 연속 2.1%를 기록했다.

2009년 중반 이후 지난 10년 동안 지속되어 온 평균 성장 속도는 유지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치인 3%에 크게 미치지 못했으며 2016년 이후 가장 느린 속도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분석했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경제 둔화로 경제가 진통을 겪었지만 소비지출과 국내 노동시장의 강세에 힘입어 견고함을 유지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 휴전과 세계 성장 회복, 저금리, 미국 소비 호조세를 감안할 때 미국 경제가 2020년에도 거의 같은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피치(Fitch Ratings)의 브라이언 콜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무역 전쟁으로 기업 투자가 크게 줄었지만 소비 측면에서 견고함을 보였다"고 말했다.

기업 투자는 3분기 연속 감소했고 소비자 지출은 전 분기 대비 1.8% 증가했지만 3분기의 3.2%에비해서는 크게 냉각됐다.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의 제러미 슈워츠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지출 둔화와 무역 변동성을 지적하며 "큰 그림으로 볼 때는 견고했지만 내수 취약성을 감추고 있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19일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26일, 미국 경제의 온건한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안 요인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항공기 제조사 보잉을 필두로 미국 제조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은 올해 예상했던 세계 경제 회복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 재무부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30일 다시 3개월 채권 수익률 아래로 떨어졌다. 이른 바 경기후퇴를 예고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수익률곡선 역전 현상이 다시 발생한 것이다.

기업들은 4분기에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상업건설, 장비, 소프트웨어 같은 지적재산 제품 등에 대한 지출을 반영하는 비거주 고정자산 투자 같은 기업 지출의 핵심 척도는 3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투자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AllianceBernstein)의 에릭 위노그라드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의성장률이 예상을 뛰어 넘으려면 미중 간 1단계 무역 협정 이후 기업 투자가 얼마나 활발해질 것인가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말했다.

무역 분쟁에 민감한 기업들은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걱정거리라고 말한다.

이탈리아에서 치즈를 수입하고 있는 암브롤리아(Ambrolia Company Inc.)의 필 마르푸기 CEO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를 계획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뉴저지 웨스트 칼드웰(West Caldwell)에 있는 이 회사는 불확실성 때문에 고용 및 임직원 출장비지출을 줄이고 있고, 미국이 유럽산 식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새로운 설비 증가 계획도 중단했다.

2017년 말 미 의회가 통과시킨 1조 5000억 달러 규모의 감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성장률을 이전에 미국 경제가 잘 나갔던 시기만큼인 3%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의 일환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목표는 실현되지 못했다.

감세 직후인 2018년 성장률(2.9%)도 그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2019년 2.3%의 성장률은 백악관이 목표한 3.1%를 크게 밑돈 것이다.

그러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ouncil of Economic Advisers)는 30일, 세계 경기둔화, 무역, 연준의 금리정책, 보잉의 생산문제, GM 파업 등이 미국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들이라고 밝히면서, “최근 체결된 중국과의 무역합의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가 불확실성을 줄여 소비지출 및 주택투자의 증가와 함께, 2020년에 경제가 더 성장할 여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