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 30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가전 영역에서는 무난한 성적을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이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였고 스마트폰은 '평타'를 쳤다는 분석이지만 가전에서는 지난해 2조6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LG전자는 MC사업본부가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LG디스플레이의 실적악화가 반영되는 등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으나 생활가전에서는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맞춤형 전략을 내세운 삼성전자와 프리미엄에 집중한 LG전자의 생활가전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 CES 2020 현장. 사진=최진홍 기자

'두 기업 장사 잘했네'
삼성전자 CE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2조71억원, 영업이익 8100억원을 기록했으며 연간 기준으로 2조6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0% 영업이익이 올라간 가운데 반도체의 DS와 스마트폰의 IM이 보여준 다소 실망스러운 행보를 상쇄했다.

QLED·초대형 등 프리미엄 TV 제품 판매 확대와 더불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가전 판매 호조, 냉장고∙세탁기 등의 수익성이 개선돼 실적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QLED TV는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판매량을 달성했고, 특히 75형 이상의 초대형 TV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했다. 지난해 4분기 비스포크 냉장고, 대형 건조기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해 전년 대비 실적이 증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가전 경쟁력 강화 비결로는 '맞춤형'이 꼽히며, 이를 이해하려면 '경험의 시대'라는 패러다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CES 2020에서 경험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선언했다. 그는 "경험의 시대에는 개개인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는 맞춤형 기술이 주가 될 것"이라면서 "각각의 기기가 스스로 사용자 개인을 이해하며, 집에서 실질 세계와 디지털 공간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사람들이 도시,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방식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기술의 발전을 넘어 생활밀착형으로 나아가는 생활가전의 진화다. 프로젝트 프리즘으로 풀어낸 비스포크와 그랑데AI를 관통하는 철학이며, 결국 기술과 고객의 간극을 '제로'로 만들어 유기적인 결합을 의미하는 로드맵으로 풀이된다.

당장 TV만 봐도 QLED TV의 승승장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프레임부터 마이크로LED까지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생활밀착형 생활가전을 연이어 발표하며 기술이 고객의 삶에 스며드는 전략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다. 프리미엄 라인업에 집중해 실질적인 수익을 꾀하면서도 맞춤형, 개인화 패러다임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로드맵이다.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경험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생활가전의 철학으로 스며들게 만드는 전략이다. 여기에 초기술 격차와 인공지능 및 사물인터넷 플랫폼이 더해지며 실질적인 시장 장악에 나서는 분위기다.

한편 LG전자는 HE(Home Entertainment)사업본부에서 지난해 4분기 매출 4조5905억원, 영업이익 1100억원을 기록했다. 또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사업본부는 매출 4조6161억원, 영업이익 1222억원을 올렸다. 매출액은 역대 4분기 가운데 가장 많다. 해외 전 지역의 성장세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H&A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은 1조9962억원, HE부문 영업이익은 9801억원이다. TV와 생활가전 만으로 보면 삼성전자 CE부문과 비교해 약 5000억원 높다.

프리미엄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H&A사업본부 영업이익은 마케팅 비용이 증가했으나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확대와 원가 절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늘었으며 HE사업본부는 연말 성수기 진입과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 확대로 고무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 CES 2020 현장. 사진=최진홍 기자

올해는 경쟁 치열할 듯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생활가전 영역에서 지난해 고무적인 성적을 올렸으나, 올해는 쉽지 않은 게임이 벌어질 전망이다. 특히 가전 시장은 경쟁 심화와 국제정세 불안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되며 글로벌 TV시장은 더욱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맞춤형 전략에 집중하며 프리미엄까지 품는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며, LG전자는 프리미엄 전략에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패러다임 변화로 수익률 극대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원가개선 및 공급망 확대를 둘러싼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직접적인 충돌고 격화될 가능성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