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한은 중국의 교통 중심지여서 GM, 혼다, 닛산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많은 부품업체들이 들어와 있는 곳이다.   출처= 뉴욕타임스(NYT)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세계가 중국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빠르게 깨닫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은 공급망을 재정비하고 있다. 이케아는 매장을 닫고 직원들에게 유급 휴가를 시행하고 있다. 스타벅스도 중국 전체 매장의 절반을 폐쇄하며 매출 타격을 예고했다. 포드와 도요타는 방대한 중국 조립공장 문을 적어도 1주일은 더 닫아야 할 처지다.

영국 항공(British Airways)과 에어 캐나다(Air Canada)는 중국 본토행 운항편을 전면 중단했고 아메리칸 항공과 델타항공 등 점점 더 많은 항공사들이 운항 축소에 동참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예상되는 타격에 대비하고 있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은 “이 상황을 매우 주의 깊게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전역의 호텔과 관광업자들은 세계 최대 관광 수입원인 중국의 국경이 좁아지는 것을 두려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30일 0시 기준 사망자는 170명, 확진자가 7711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 중 하나를 사실상 마비시켰다. 중국 당국은 국경일을 2월 3일까지 연장했고 육지와 철도, 항공 운송을 일제히 차단시켰다. 도시 전체가 문을 닫았다.

불과 40년 전만해도 가난한 나라였던 중국은 오늘날 세계 산업 장비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세계 경제 생산량의 약 6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했다.

중국의 중요성은 생산 기지로서만이 아니다. 중국 소비자들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더 많은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산다. 세계관광기구(WTO)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해외 관광에서도 연 2580억 달러(305조원)를 지출하는데 이는 미국 관광객이 지출하는 돈의 두 배에 이른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2년 전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면서 중국에 의존하던 미국 기업들의 생산 기지를 미국과 사이가 더 좋은 국가로 이전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사실, 세계 기업들은 무역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대(對)중국 전략을 재고하고 있었다. 중국의 인건비가 계속 오르고 있고, 중국 현지 기업들은 점점 더 경쟁력을 키우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본토 기업에 비해 외국 기업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기업들이 중국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숙련된 노동자 기반, 전국에 걸친 고속도로와 철도 등 수송 시스템, 그리고 광대한 소비자 시장 때문이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Wells Fargo Investment Institute)의 글로벌 시장전략가 사미르 사마나는 "분명한 것은 기업들이 이미 여러가지 불확실성으로 휘청거려왔다는 것"이라며 “이제 거기에 한 가지 불확실성이 더해졌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부분 지역은 춘제 연휴로 이미 지난 24일부터 문을 닫은 상태다. 그러나 우한 폐렴 확산이 가속화되자 많은 기업들은 이미 장기 침체에 대비하고 있다.

미중 기업협의회(US-China Business Council)의 제이크 파커 수석부회장은 "우리 회원사들은 공급망 문제, 소매점 및 공장의 일시 폐쇄 문제 등 기타 여러 어려운 문제들 때문에 사업에 큰 차질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GM과 닛산 같은 외국 자동차 회사들은 중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2월 3일까지 공장 문을 닫을 계획이며, 도요타와 포드도 일부 공장의 휴무를 1주일 더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니웰 (Honeywell), 페이스북, 블룸버그 같은 회사들은 중국 내 직원들의 출장을 제한하는 등 자체적인 격리 조치를 취했다.

커피체인 스타벅스는 중국 내 4292개 매장의 절반 이상의 영업을 중단했으며, 분기 및 연간 수익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 우한 페렴 확산으로 문 닫은 베이징 스타벅스 매장 앞을 마스크를 쓴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출처= 뉴욕타임스(NYT) 캡처

애플 아이폰의 최대 하청업체인 폭스콘이 중국의 폭스콘 공장들이 중국 정부의 휴무 명령을 계속 따를 것이라고 밝히자, 애플의 팀 쿡 CEO는 29일 "예상되는 생산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대체 공급업체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1만 4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도 29일, 중국 내 30개 매장의 절반을 잠정 폐쇄한다고 밝혔다. 매장 직원들은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유급 휴가를 받고 집에 머물러야 한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2003년 사스(SARS) 발병 시에는 일부 공장들은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하자 노동자들은 콧노래를 부르며 공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기업도 그런 종류의 계획을 세울 만큼 상황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

특히 우한은 중국의 교통 중심지여서 많은 기업들에게 인기있는 곳이다. GM, 혼다, 닛산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았고 뒤이어 많은 부품업체들이 들어왔다. 프랑스는 중국 투자액의 3분의 1이상이 이곳에 집중돼 있다. 프랑스 자동차회사 PSA 그룹은 이곳에 2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엔진과 발전기를 만드는 미국 인디애나주 회사인 커민스(Cummins)는 우한에 7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가 발표한 2월 3일까지 휴무가 끝난 뒤에 공장을 가동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다. 회사는 이 공장들에서 철도 및 해양 산업용 연료 및 동력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포드는 우한에 어떤 공장도 운영하지 않고 있지만, 주요 공장들 중 몇 곳은 2월 10일까지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을 닫은 4개 도시의 공장들에서 연간 50만대의 자동차가 생산되는 데 이는 주당 9400대의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는 셈이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중국 상하이 공장 휴무를 2월 9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모델3의 생산 지연이 불가피하게 됐다.

다른 나라의 기업들도 이번 사태의 파급을 가늠하느라 여염이 없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관방장관은 "상황이 진정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일본의 수출, 생산, 기업 이익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도체와 렌즈 등 일본의 주력 제품의 구매처는 주로 중국 기업들이다. 일본은 또 올해 관광객 4000만명 유치 목표를 세우고 있는데, 중국인 관광객은 일본을 방문하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약 30%를 차지한다.

태국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 관광객들은 태국에서 연간 180억 달러를 쓰는데 이는 태국의 총 관광수입의 4분의 1에 해당된다.

유타삭 수파손 태국 관광청장은 "중국 관광객은 태국에서 절대적 1위를 차지한다"며 태국 정부는 지난 몇 주 동안 관광객 감소로 손해를 본 관광 업계에 보상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광객 유치에 도움을 주기 위해 공항 주차료 인하와 항공유 소비세 삭감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