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를 뛰어넘는 우한 폐렴 확진자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수가 6,000명에 육박했다. 지난 1월 29일 수요일, 중국 위생건강위원회는 이날 0시 현재 신종 코로나 추가 확진자 수는 1,459명, 추가 사망자는 26명이라고 발표했다. 놀랍게 빠른 확산 속도.

바이러스 발원지 우한시가 포함된 후베이성에서만 25명의 사망자가 추가됐다. 그리고 하루 만에 1,500명 가까이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누적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는 5,974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239명이 중증 환자여서 사망자는 늘 전망이다. 누적 사망자 수는 지금까지 132명. 중국 전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수는 과거 사스 발병 당시 환자 수를 뛰어넘었다. 사스 발병 당시, 중국 본토에서 9개월 만에 5,300여 명 확진자가 나왔고, 336명이 숨졌다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보다는 치사율은 낮지만, 전염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는 얘기.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이야기는 사스 때보다 전염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실제로 중국에서 유일하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나오지 않았던 서부 시짱(西藏ㆍ티베트) 자치구에서도 처음으로 의심환자가 추가돼 충격을 준다.

최종 확진 진단을 받을 경우, 중국 전역이 우한 폐렴에 감염되었다는 말이다. 현재까지 신종 코로나 의심환자 수는 9,239명, 확진자의 밀접접촉자 수는 65,537명이다. 중국 전역이 우한 폐렴에 감염된다면, 그때부터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중국 후베이성의 성도 우한

우한은 중국의 정중앙에 있는 도시. 양쯔강과 지류 한수이강의 합류점에 위치해서, 옛날부터 우한삼진이라고 불렀다. 우한 삼진은 양쯔강 우안의 우창, 한수이강 이북의 좌안 한커우, 한수이강 이남 좌안의 한양을 일컫는다. 현재 인구는 1,100만 명 정도.

미국의 시카고와 같은 중국 내륙의 교통 중심지 우한. 철로, 도로, 고속도로가 우한으로 집중되고, 장강의 물류 중심 내륙 항구가 있고, 중국 국내선 항공 허브 톈허 국제공항도 있다. 중국 전 지역으로 가는 모든 교통 수단이 일단 우한을 거쳐야 한다.

우한의 도시 기원은 중국 고대국가 은나라. 삼국지의 손견이 사망한 곳으로 널리 알려졌다. 중국 국민당 시절에는 군벌 우페이푸 지역의 중심지였고, 1927년 장제스가 북벌에 성공할 때에는 중국 국민당 정부가 잠시 우한에 천도하기도 했다. 중일전쟁 때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상하이에서 잠시 우한에 머물렀다가 충칭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기억할 상처도 있다. 우한의 옛 이름 우창은 신해혁명의 진원지로 청나라 만주족 황조의 멸망에 결정타를 날린 곳이다. 1911년 우창에서 일어난 우창 봉기가 시작이었다. 봉기의 이유는 청 황실이 철도 국유화를 감행하려 하자 철로를 지키자는 보로운동이 일어났고, 만주족을 축출하고 한족을 부흥시키자는 멸만흥한으로 번진 것.

그런 과거를 딛고, 중국 내 가장 경쟁력 있는 도시로 도약하던 우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우한 폐렴은 중국의 현실을 알리는 시금석.

 

세계보건기구의 우한 폐렴 위협

지난 1월 23일 수요일,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세계보건기구 대변인은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무증상 감염자도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는 충격적 사실을 공개했다. “감염자가 어느 정도 수준의 증상을 보여야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지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이전까지와는 다른 태도.

세계보건기구는 전날까지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잠복기 확진자들도 감염력이 있을지 모른다는 가설을 부정한 것이다.

이런 세계보건기구의 위협을 뒷받침하는 것이 중국 이외 국가에서의 확산 속도. 1월 29일 현재 밝혀진 주요 국가의 확진자는 독일 4명, 프랑스 4명, 캐나다 3명, 태국 14명, 싱가포르와 일본 7명, 미국과 호주 5명,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각각 4명이다.

세계보건기구의 발표 이후, 중국 내부에서 도를 넘는 내부고발까지 벌어지고 있다. 여러 지방정부가 당국에 등록 조치를 하지 않은 우한인을 찾아내기 위해 신고자에게 현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 미등록자 신고자에게 2천 위안(약 33만원)이 지급된다.

어쨌든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자국민 송환을 위한 전세기를 띄웠고, 한국 역시 1월 30일과 31일 우한으로 교민을 위한 전세기를 보낸다. 정부는 전세기로 귀국한 우한지역 교민 700명이 김포에 도착하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이동시킨 뒤 수용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월 중국 경제의 경쟁력

중국 정부의 발표와 관계없이, 홍콩대학 연구진은 우한에서만 4만 명 이상 감염됐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런데 이런 보도를 통해서, 중국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중국이 생각보다 빠르게 교통 혁명을 이룩했다는 사실이다. 우한 폐렴은 과거 2003년 사스 때와 비교할 수 없다. 고속철을 비롯한 교통 경쟁력이 생겼다는 뜻.

또한, 중국을 여행하지 않은 외국인이 자국에서 우한 폐렴에 전염될 정도로 중국의 외부 세계와의 연결성도 강화됐음을 뜻한다. 이미 중국 없는 세상은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긍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 요소는 긍정적인 요소보다 많다.

첫째, 중국 정부가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사실. 실제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중국 경제는 한계에 부딪친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투자자 역시 기본적으로 중국 정부에 대해 불신감을 가지고 접근하기 때문이다.

둘째, 중국이 여전히 후진적 식생활과 보건의료 상태라는 사실이다. 미국과 패권전쟁을 펼치는 G2 국가가 후진적인 문화관습을 유지하고 있다면, 주변국들을 압도할 수 없다. 미국의 경쟁력은 경제뿐 아니라, 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셋째, 중국 내부에선 홍콩대학 연구진처럼 대정부 이견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사실. 언론 통제 사회라는 뜻이다. 언론 통제 사회는 불이익 발생 시, 항변할 길이 없다.

이것이 바로 2020년 1월 중국 경제의 실상이다. 일대일로를 통해서 세계를 잇겠다는 중국. 그러나 세계 경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중국이 갈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