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우한 폐렴’으로 국내 산업군과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우한 폐렴이 국제적인 대유행으로 번질 것이라는 추측도 이미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하거나 인적 교류가 잦은 산업군은 특히 적색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 건설업계는 중국 건설 시장의 특성으로 수주 규모가 제한적인 만큼 당장은 크게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 다만 국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인력의 상당수가 중국 국적이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관리의 필요성이 지적된다.

한편 중국과 인접한 동남아시아에 우한 폐렴 등이 번질 시 국내 건설사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건설사와 수주경쟁을 벌이는 국내 건설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시되고 있다.

中수주 제한적인 만큼 폐렴사태 파급도 제한적

해외건설협회 등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내 수주물량이 적은 국내건설업계의 경우 우한 폐렴 사태로 인한 여파를 우선은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중국과 홍콩지역에 공사를 진행 중인 주요 건설사로는 롯데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에스엔아이 등이 꼽힌다. 해외건설협회가 29일 오후 새로 갱신한 최신 수주 현황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에 수주와 시공을 진행 중인 국내 건설사는 총 17개사로 39건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건설현장의 한국 인력은 약 370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내 사업규모는 37억 달러 수준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2억 달러 규모의 에스엔아이 화학남경자동차1동 신축공사와 롯데건설이 심양 등에서 진행하는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공사 등을 제외하면 현재 국내 기업이 진행하는 대형 공사는 없다”고 말했다.

홍콩의 경우도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4억 달러의 ‘퉁충 뉴타운 매립공사’가 현재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이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아시아실 실장은 “중국 수주 시장은 폐쇄적이고 여러 제약조건이 많아 한국 업체들의 진출 실적이 드물다. 국내 건설사가 진출한 경우도 같은 계열사 등 국내 기업의 발주가 대다수다”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따라서 만약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중국 내에서만 유행한다면 국내 건설사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도 현재 준비한 관련 메뉴얼을 진행하면서 각종 대비에 나서고 있지만 크게 염려할 단계는 아닐 것 같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중국에서 시공 중인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관련 메뉴얼 등에 따라 인원 등과 현장 등을 관리하고 있다. 만일에 대비하고 있지만 중국 현장 자체도 우한 시나 후베이 성과 멀리 이격되어 있고 통제도 계속되고 있어 현재까지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것 같다”고 답했다.

동남아시아 국적의 노동자들이 많은 중국 건설 현장보다는 중국 국적의 노동자들이 많은 국내 건설현장에 대한 관리 대책의 필요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한 건설업 관계자는 “우한 폐렴 사태 이전에 입국한 노동자들의 경우는 국내 보건체계에 편입되어 관리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지만 이후 입·출국하는 일부 노동자들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면서 “현재 많은 건설현장과 기업에서 대비책과 매뉴얼 등을 준비해서 실시하고 있지만 더욱 정교한 대책을 정비해서 대비해야 향후 건설사들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 확산, 국내 건설사에 악재만은 아닐 수도”

▲ 홍콩 퉁충 뉴타운 조감도. 출처=삼성물산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 사태가 동남아시아에서 유행한다면 동남아 수주가 많은 국내 업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일방적인 악재로 판단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김태엽 실장은 “동남아시아는 전통적인 수주시장인 중동과 함께 해외 건설수주에서 매우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2019년만 하더라도 아시아 지역의 수주의 비중이 훨씬 커졌다”면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동남아시아로 확산되면 악영향을 받겠지만 지금 피해 규모 등을 예측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굉장히 많은 변수가 있는 문제다. 관련 사태로 중국 건설업체의 진출이 늦어지면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일방적인 악재로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박철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동남아시아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시 사업진행에 차질을 빚거나 건설사 직원들이 파견근무를 꺼려하는 등의 부정적인 영향은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하면서도 “파견 근무 인력이 그렇게 많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파급 확산 자체는 크지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동남아시아로 중국 건설업체가 많이 진출한다.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폐렴 사태가 심각해지면 동남아시아 지역의 발주처들이 중국 건설업체에 대해 견제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면서 “여러 가능성이 혼재된만큼 일괄적으로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동남아시아에서 우한 폐렴이 유행한다하더라도 해외 수주 규모가 크게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