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스홉킨스, 감염증 시뮬레이션 앞서 공개

AI, 빅데이터 분석 통해 대확산 예측

한국도 데이터 3법 통과 기술 발전 전망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전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 연구진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앞서 바이러스의 대유행의 위험성을 알리는 시뮬레이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 발생 때 의료 활동을 벌인 캐나다 의사가 창업한 스타트업은 인공지능(AI)을 통해 감염증 확산을 예고했고, 이 AI는 감염증 발발 직후 한국과 일본, 대만, 태국 등 중국 주변 국가로 우한 폐렴이 번질 것이라는 것도 분석을 통해 예측했다. 한국에서도 데이터 3법이 통과돼 의료 AI 기술이 발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감염증 시뮬레이션, 도심 중심 전파 예상

미국 존스홉킨스 공중보건대는 지난해 10월 세계경제포럼과 빌 앤 멜린다 게이츠재단이 공동주최한 ‘이벤트 201’에 참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감염증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했다. 이벤트 201은 전 세계적인 유행병(팬데믹, Pandemic)이 발생했을 시 사회적‧경제적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범지구적 대책을 논의하는 프로젝트다.

빌 앤 멜린다 게이츠재단을 설립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빌 게이츠는 “전염병이 핵폭탄이나 기후변화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면서 전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준비해왔다.

에릭 토너 미국 존스홉킨스 공중보건대 박사는 가상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캡스(CAPS)’를 설정했다. 이는 브라질의 한 돼지농장에서 최초로 발병한 질병으로 사스보다 치사율이 높고 감기보다 전염성이 높은 감염병으로 설정됐다.

시뮬레이션에서는 단순 폐렴처럼 보이는 증상으로 보건 당국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캡스는 남미 일대 도심 중심으로 전파됐다. 시뮬레이션에서는 관광과 항공편 등이 취소되고 교통이 통제됐다. SNS에는 가짜 뉴스가 퍼지면서 사회 혼란이 극심해지고 주식 시장은 연일 폭락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발병 6개월 이후에는 전 세계로 캡스가 퍼졌다. 1년 후에는 캡스로 6500만명이 사망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이 가상의 시나리오에서 과학자들은 백신 개발에 실패한다. 2010년대 초반 발병했던 사스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도 아직까지 백신이 개발되지 못한 점을 보면 당연한 결과다. 백신 개발은 대개 치료제를 개발보다 더 어렵다. 백신 개발 기업은 대유행이 지날 시 백신 상업성이 떨어져 투자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에릭 토너 박사는 “중국 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캡스 시뮬레이션 결과는 많은 부분에서 유사하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가상 바이러스보다 치사율이 낮은 것으로 보이지만, 높은 전염성과 발병 후 진행 양상이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 블루닷은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질병 확산을 예측하고 있다. 출처=블루닷

사스와 싸운 의사, AI 기술로 우한 폐렴 예측

캐나다 스타트업 ‘블루닷(BlueDot)’은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보다 먼저 우한 폐렴의 확산을 경고했다. 지난해 12월 31일 블루닷은 AI를 활용해 전 세계 뉴스와 항공 데이터, 동식물 질병 데이터 등을 수집 후 분석해 바이러스가 확산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CDC와 WHO는 각각 이달 6일과 9일에 질병 확산을 공식으로 경고했다. 중국 정부가 확인해준 정보를 분석하는 국제 기구나 미국 보건당국보다 AI 기업의 분석이 빨랐던 것으로 풀이된다.

블루닷 창업자 캄란 칸 박사는 지난 2003년 중국에서 발발한 사스가 캐나다에 상륙해 사망자 44명을 내자 감염병 국제 확산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2013년 감염병을 미리 예측해 의료진에게 미리 정보를 주기 위해 블루닷을 창업했다.

블루닷은 우한 폐렴 발생 후 해당 질병이 한국과 일본, 태국 등에 곧 상륙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항공 데이터와 민간 이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블루닷은 사스 사태에서 교훈을 얻고 항공 빅데이터에 주목했다. 이 기업은 항공기의 편리한 이도성이 호흡기 감염병의 급속한 확산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봤다. 칸 박사는 2008년부터 민간 항공 여행을 통한 질병 확산을 연구했다.

▲ 블루닷은 항공기 이동 경로 등을 통해 실시간에 가까운 질병 확산을 감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출처=블루닷

블루닷은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에도 항공기 이동 분석 역량을 쌓았다. 이 기업은 당시 감염자에 대한 의료 데이터와 수십 억 건의 항공기 이동 데이터를 분석해 에볼라가 최초 발생지인 서아프리카 밖으로 확산될 것을 사전에 경고했다.

블루닷의 AI 기술은 2016년 초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나타났을 EO에도 같은 방법으로 지카 바이러스의 미국 플로리다 상륙을 예측했다. 미국 남부 플로리다에서는 6개월 뒤 임산부 84명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확인됐다.

캄란 칸 박사는 “SNS 데이터는 신뢰도가 낮아 활용하지 않는다. 우한 폐렴은 사스 당시의 데자뷰”라면서 “정부가 제 시간에 필요한 정보를 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서도 질병 확산 예측 가능할까

한국에서는 인력 문제 등에 따라 아직 우한 폐렴 등 팬데믹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AI를 활용하면 비용과 인력, 시간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의료법에 따라 의료 빅데이터 등을 활용하기 어려워 아직 이를 활용하는 주요 기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개정안이 통과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정보통신망법 개정안‧신용정보법 개정안)’은 AI 기술 확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법은 데이터 산업 시대를 맞아 핵심 자원인 데이터 이용을 활성화 하기 위해 개정됐다. 데이터 활용을 위해서는 제3자 제공과 개인식별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다. 데이터 3법은 가명정보와 익명정보 등을 활용해 제3자에게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과 개인식별 가능성을 낮출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데이터와 AI기술 중요성을 파악하고 데이터 경제를 선도,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추진해나갈 방침을 밝혔다. 인공지능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관련 투자도 확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3법은 데이터 활용에 대해서만 집중된 것”이라면서 “데이터를 밖으로 꺼내는 것이 필요하다. 데이터 3법을 통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