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기업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출처=넷플리스 홈페이지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전 세계적으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업체들뿐 아니라, 국내의 웨이브, 시즌 등도 각각 독자 콘텐츠 확보에 집중하는 추세다. 특히 올해는 국내 OTT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스럽게 다수의 OTT에 가입하는 분위기도 강해지고 있다.

독자 콘텐츠 확보에 나선 OTT

1일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OTT 이용자는 유튜브, 웨이브, 넷플릭스, 시즌이 주로 활동하고 있다. 각각 3500만, 400만, 350만, 270만명 규모다. 특히 시즌은 작년 11월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300만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확보하며 토종 플랫폼 선두주자 웨이브와 함께 좋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마블 스튜디오 등의 IP(지적 재산권)를 보유한 디즈니 플러스가 지난해 11월 미국에 상용화 이후 2021년 동아시아 진출을 예고했지만, KT와 SKT 등 통신사들이 적극적인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어 빠르면 올해 출시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티빙을 필두로 하는 CJ E&M과 JTBC 합작 OTT도 올 상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OTT 패권 다툼은 점점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OTT 기업은 독자 콘텐츠 확보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는 현재 10% 정도인 자체제작 콘텐츠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로컬 콘텐츠 제작사들과 협력을 강화한다. 작년 11월 넷플릭스와 CJ E&M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전 세계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디즈니는 마블과 루카스 필름(스타워즈 제작사) 등 기존 제작사들 합병과 과거 제작한 애니메이션들을 꾸준히 실사화해 외연 확장에 나설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도 독점 콘텐츠 확보에 나섰다. 작년 9월 기존 POOQ(지상파 3사)과 oksusu(SKT)를 통합해 만들어진 웨이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최근 서비스 종료된 종편과 케이블 방송 콘텐츠를 대체하기 위해 2023년까지 3900억원 수준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NBC 유니버설, CBS 등 해외 주요 스튜디오와 계약을 체결해 해외 콘텐츠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 웨이브 홈페이지 화면 출처=콘텐츠웨이브

KT의 시즌도 유일하게 지상파·종편·케이블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장점을 살리면서 지난해 11월 매년 콘텐츠 수급에 매년 1조원을 투자하고, 일부를 독자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것이라 발표했다. 

왓챠 플레이어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대신 독점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작년에만 HBO 드라마 왕자의 게임 전 시리즈,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 킬링이브, 체르노빌 등을 단독 공개했다.

이용자들 다수 서비스 가입·아이디 공유

OTT들의 행보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용자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다수의 서비스에 가입하거나, 유료 가입한 계정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지난해 OTT 가입자들를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OTT 이용자 중 29%가 3개 이상의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는 21%로 조사됐다. 대상자 절반 가까이  2개 이상의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복수의 OTT에 가입해 이용하는 경향이 높았다. ‘Z세대’라 불리는 2030세대에선 3개 이상 OTT를 이용하는 비율이 42%, 2개 이상 복수로 OTT에 가입한 비율은 67%를 차지했다.

국내 이용자들은 비슷하지만 조금 더 ‘가성비’를 따진다. 대학생 A씨(26)는 "3개월 전부터 친구와 넷플릭스와 왓챠 계정을 공유했다"며 "요즘 OTT가 서비스하는 콘텐츠들이 중복되지 않아 다양한 콘텐츠를 싸게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둘 다 프리미엄 이용권은 만원 이상으로 비싼편 이지만, 최대 4명까지 이용할 수 있어 오히려 이득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OTT들이 아직 생긴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유료 OTT로는 넷플릭스가 우세한 것은 사실”이라며 “올해 어떤 OTT가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발휘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이어 “과거 국내의 경우 제작사들의 콘텐츠 유통경로가 지상파만 존재했기 때문에 유튜브나 OTT 등이 등장하면서 창구가 확대됐다. 제작사들 입장에서는 제작비나 투자 면에서는 예전보다 좋은 상황인 것은 확실하다”며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 외국자본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온다면 그 자본에 종속되어 시장의 건강이 나빠질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