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4분기 매출·영업이익 증가 ‘호실적’ 
디즈니, 애플 등의 도전에도 흔들리지 않은 절대입지 
넷플릭스 CEO “콘텐츠 확장 투자는 향후 10년 지속”
미국 회원 수 감소, 디즈니+ 글로벌 서비스 시작은 위험요소   

▲ 출처= 넷플릭스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글로벌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NETFLIX)에 대한 미국 투자업계의 전망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메인 타깃인 미국 가입자 수 저하 추세, ‘콘텐츠 왕국’ 월트 디즈니가 전사적으로 나서면서 선보인 OTT ‘디즈니 플러스’의 등장 등 넷플릭스의 입장에서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전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2019년 4분기, 연간 실적으로 자체 콘텐츠 강화에 집중 투자하는 자신들의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부정적 전망 

지난해 2분기 넷플릭스의 실적이 발표된 이후 글로벌 투자기업 니드햄(Needham), 씨티(Citi) 그리고 투자자문 서비스 기업 키뱅크 캐피탈 마켓(KeyBanc Capital Markets)은 일제히 넷플릭스의 향후 실적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평가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2분기 넷플릭스의 글로벌 신규 가입자 수는 270만명을 기록했다. 넷플릭스의 예상치인 500만명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아울러 같은 기간 미국 내 가입자 수도 1분기보다 약 13만명 줄었다. 

니드햄의 로라 마틴(Laura Martin) 연구원은 “넷플릭스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인 미국 내 가입자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 반면, 적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라고 “요금제를 변경해 미국 내 가입자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하거나 필요하다면 영상 중 광고를 삽입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의견들은 니드햄과 씨티가 넷플릭스 주식의 가치를 ‘다운그레이드’해서 평가한 내용에 반영됐다.   

위기의 4분기에 호실적?

넷플릭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자사의 2019년 4분기 실적 및 연간 실적을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넷플릭스는 매출 54억6700만달러(약 6조4300억원), 영업이익 4억5900만달러(약 54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6%, 8.4% 증가한 수치다. 아울러 지난해 4분기 넷플릭스의 전 세계 유료 가입자는 전년 대비 876만명 증가했다. 2019년 연간으로는 매출 200억달러(약 23조3000억원) 영업이익 26억달러(3조290억원)를 기록했다. 주당 순이익도 1.3달러를 기록하며 종전의 시장 전망치(1.2달러)를 상회했다. 1년 전 같은 기간의 0.3달러보다 1달러 증가한 수치다.

▲ 2019년 4분기 넷플릭스 실적. 출처= 넷플릭스

특히 주목할 것은 이 실적이 ‘4분기’의 기록이라는 것이다. 2019년 4분기는 디즈니와 애플이 자사의 OTT인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TV’의 서비스를 시작한 시기다. 특히 독자적 콘텐츠의 보유에 있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디즈니의 OTT 시장 진입은 넷플릭스의 시장 지배적 입지에 대한 가장 강력한 위협이었다. 이러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의 고른 성장을 이뤄냈다. 
 
이러한 실적 기록들은 자체 콘텐츠 확장에 중점을 둔 넷플릭스의 투자 및 확장 전략 유지에 힘을 싣고 있다. 4분기 실적 발표 후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Wilmot Reed Hastings Jr.)는 공식석상에서 “넷플릭스는 고객들이 어떠한 콘텐츠를 원하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어떻게 하면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늘 고민하고 있다”라면서 “독자적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우리의 전략은 적어도 향후 10년 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출처= 지브리스튜디오

이러한 기조는 최근 넷플릭스의 행보에도 잘 드러나고 있다. 우수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나라들의 기업과 협력관계를 유지함으로 콘텐츠 범위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는 한국의 콘텐츠기업 스튜디오드래곤, JTBC와 콘텐츠 제공 및 공동제작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는가 하면 일본 애니메이션의 상징과 같은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들의 온라인 독점 방영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남아있는 불안감 

지난해 4분기 미국 내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는 지난해 대비 약 42만명 증가하면서 종전의 예상인 60만명에 못 미쳤다. 지난해 4분기 넷플릭스의 전 세계 유료 신규 가입자는 지난해 대비 876만명 증가했다. 글로벌 전체의 신규 가입자가 늘어난 것은 아시아·태평양(APAC)지역 신규 가입자의 증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변화로 보자면 글로벌 가입자 수의 증가세는 분명 넷플릭스에게 긍정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른 관점에서 넷플릭스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가 아직은 미국 외 국가에는 아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후 넷플릭스의 업계 내 입지가 현재와 같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다. 확실히 디즈니 플러스 미국 서비스 이후 넷플릭스의 신규 가입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이탈률도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투자비 확대로 인한 잉여현금흐름(FCF) 적자 규모도 확대되는 등 재무적 불안상태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 역시 위험요소로 이야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