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게임 업계의 기대 신작이 나올 때면 주요 게임 유튜버들의 방송을 확인한다. 그들이 게임 콘텐츠의 주요 소비자이자 전문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들의 분석은 참고할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자주 씁쓸함을 느낀다. 그들의 주력 콘텐츠가 게임 진행 자체보다는 ‘확률형 아이템 뽑기’에 집중된 경우가 많아서다. 특히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에서 두드러진다. 적게는 한 번에 수십 만원에서 ‘큰손’으로 분류되는 유튜버들은 수천 만원어치의 확률형 아이템을 결제한다. 목표는 극한의 뽑기 확률을 뚫고 영웅·희귀 아이템 등을 뽑는 것이다.

초호화 세팅을 마치고 나서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는 게 실제로 게임내에서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한데다가 ‘서버 최초’로 특정 아이템을 뽑았다는 채널 홍보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 뽑기 콘텐츠 자체가 시청자의 이목을 끄는데 효과적이다.

방송 화면에선 수십분 동안 확률형 아이템을 사용하고 그 결과가 나오는 절차가 반복된다. 유튜버는 포효하고, 기도하고, 실망하고, 욕을하고, 기뻐한다. 시청자는 자기 돈을 쓰지 않고 볼 수 있는 확률 게임과 유튜버의 맛깔나는 리액션을 보며 대리 만족이나 재미를 느낀다.

‘게임=도박’이라는 일각의 편견을 가장 정확히 비춰주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확률형 아이템을 악으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국내 게임 시장이 확률형 아이템 BM(비즈니스 모델)에 지나치게 치우친 건 사실이다. 확률형 아이템이 여전히 수익성이 막강한 BM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업계 스스로 자정하라”는 입바른 외침은 공허할 뿐이다.

자정은 지나치게 유토피아적이고 규제는 건강하지 못하다. 대안이 나와야한다. 대안이 나올 조짐이 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인기 게임들의 ‘배틀패스(확정 금액을 결제하면 일정 기간 플레이에 따른 보상이 커지는 상품)’ BM 탑재가 급증했고 수익 성과까지 내고 있다. 그러는 한편 구글·애플·MS 등 글로벌 IT 기업에서는 클라우드 게임을 기반으로 한 구독형 BM을 정착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젊은 세대의 장르 선호도도 변하고 있다. 현재 10대·20대는 ‘LoL’과 ‘브롤스타즈’에 열광한다. 한국산 MMORPG가 PC방을 장악하던 10~20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모바일 앱마켓 매출 순위권에 다양한 장르의 중국산 게임이 이름을 올리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트렌드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국내 게임 업계도 이에 따른 대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