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상가 시장이 심상찮다. 내수 경기가 급격히 안좋아진 이유도 있지만, 이커머스는 물론이고 소셜커머스가 일상이 되면서 더욱 갑갑한 상황을 맞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2019년 4분기 및 연간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0.2%p 상승한 11.7%, 소규모 상가는 0.3%p 상승한 6.2%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모든 상가에서 평균 이하의 공실률을 보였다. 동시에 중대형과 소규모 상가에서 임대료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이 상가 시장에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것만으로 상가 시장이 되살아나거나 활황을 띄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 명동 일대 임대 건물.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유망 상권보다 골목 상권 

'되는 곳만 되는' 특정 지역 상권만 활황을 띄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특정 지역 상업과 업무용 부동산 분위기는 활발해 일부 지역만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올해도 이런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가 거래는 꾸준히 늘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9년 도심업무지구(CBD) 상가 거래는 꾸준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하반기에는 고덕동과 가락동 택지 인접 지역에서 상가 거래가 크게 늘어나는 패턴이 관찰됐다.

조 연구원은 "지금 유망하다고 나오는 상권들은 신규 투자자들이 진입하기 너무 어렵다"며 "투자하기에 가치가 있는 상권을 찾아다니게 된다면 알려지지 않은 '골목 상권'을 찾아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을지로 상권 같이 젊은층들의 수요를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가 있는 곳이 뜨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유망 상권에는 진입을 못한다는게 공통된 의견이다. 권강수 '상가의 신' 대표는 "명동 상권은 워낙 임대료가 비싸다"며 "권리금도, 월세도 비싸니 창업 하시는 분들이 가격 부담으로 쉽게 진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대표는 "높은 가격을 내면 그만큼 수익을 얻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 광교신도시 상가가 대부분 비어 있다.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 주택은 교통호재 큰 변수, 상가는? 

주택시장은 교통호재가 큰 변수로 작용한다. 침체됐던 지역에 서울권 진입 가능한 교통망이 뚫리면 수요자들의 관심이 몰리기 시작한다. 지난 15일 국토교통부가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선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한 이후, 수원 권선구 일대 아파트 시장은 들썩였다. 그러나 상가 시장에 교통호재는 호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 리서치팀장은 "신분당선 연장 호재 발표 시점과 실제 개통 시점으로 총 두번의 상승기를 거칠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상가도 아파트만큼 상승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고 덧붙였다. 그는 '빨대 효과'를 말했다. 빨대효과는 컵에 있는 물을 빨대로 빨아 들이듯 교통망 개통으로 대도시가 주변 중소도시의 인구나 경제력을 흡수하는 대도시 집중현상을 말한다. 

이 리서치팀장은 "상가시장은 교통망이 뚫려도 상가 이용 수요가 서울이나 주요 도시로 빠져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서울 강남을 빠르게 갈 수 있는 교통망이 연결되면 오히려 강남이나 그 주변 일대로 쇼핑이나 상업시설을 이용하러 간다는 말이다.

교통호재가 해당 지역 상권 유입인구가 아니라 흘러가는 유동인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조현택 연구원은 "교통호재가 생기면 주변 상가들은 가격이 많이 오르겠지만 잠시나마 '붐업'이 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 다른 상가들에 비해 공실 리스크가 현저히 낮은 '광교 앨리웨이'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경기 지역 일대는 광교나 위례 등 상가 공실도 많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의 공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배후수요가 확보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연구원은 "신도시에서 상권이 자리 잡으려면 10년 정도를 본다"며 "위례와 광교의 경우 그렇게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다"고 말했다. 이어 "위례는 북위례 지역 입주가 끝나면 차차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광교도 신청사 등 배후수요가 확보되니 지금처럼 공실 상태로 있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권강수 '상가의 신' 대표도 "공실이 생기는 이유로는 첫번째로 분양가 대비 임대가가 맞지 않은 것이다. 투자를 이만큼 해도 수익률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세입자는 월세를 많이 주고 들어가지만 투자자들은 그 월세 리스크를 감당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입자들도 선뜻 못들어가는 이유가 경기도 좋지 않은데 인테리어 공사나 추가적인 비용 리스크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경기지역 상가 공실 문제가 해결이 되려면 배후수요를 확보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명동 상가 거리. 사진 =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 지금도 힘든데 우한폐렴 만난 상가 시장 

명동과 종로 일대는 중국의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퍼지면서 상권이 다시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다시 우한 폐렴이 퍼지면서 상권이 활성화 될 거라는 기대는 모호해진 상황이다. 

우한 폐렴으로 인한 확진자가 나오기 전,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한한령 해제 기대감으로 4~5년 전에 수요가 활발했던 상가들이 다시 주목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조현택 연구원은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명동이나 종로, 광화문, 청계천 일대 상권들은 적잖게 타격을 입을 것이다"며 "이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모르지만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인이 주 수요층인 상권은 다른 문제다. 

권강수 '상가의 신' 대표도 "상가는 기본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아야 활성화 되는데 현재 관광객들은 물론이고 사람들도 외출하기를 조심하고 있으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