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손보사 중 손해율 가장 높아

업계 1위 삼성화재, 인상 추진 ‘미온적’

“눈치싸움 속 과감한 행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KB손해보험이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돌입하면서 관심이 집중된다.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먼저 나선다는 것은 금융당국 눈치에 보험사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을 입을 모은다.

KB손보가 보험료 인상 총대를 메게 된 것은 대형 손보사 중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개선이 가장 시급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동차보험료 실제사업비율도 지난해 2분기 기준 대형 손보사 중 가장 높았다. 업계 1위 삼성화재가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점이 보험료 인상 총대에 영향을 끼쳤다는 말도 나온다.

◇ 당국 눈치에도 자동차보험료 줄줄이 오른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보를 시작으로 자동차보험료가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KB손보는 이날부터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3.5% 인상한다. 한화손해보험은 내달 3일 자동차보험료를 3.5% 올릴 예정이다. DB손해보험은 내달 4일 자동차보험료를 3.5% 인상한다. 현대해상과 삼성화재는 내달 5일 각각 3.5%, 3.3% 인상할 예정이다.

이번 자동차보험료 인상은 손해율 악화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상위 손보사 4곳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일제히 100%를 넘었다. 업계에서 보는 적정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6~78%수준이다. △정비수가 인상 △육체노동 가동 연한 연장 △한방 추나요법 건강보험 적용 등이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두 번이나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추가 인상이 진행되는 것은 금융당국의 눈치에 보험료 원가상승 요인이 인상분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료가 소비자 물가지수에 반영된다는 점 등을 의식해 보험료 인상에 간접적으로 제동을 걸어왔다.

이는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신호탄을 쏘아 올린 KB손보에 업계 관심이 쏠리는 이유라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보험사들은 손해율 악화에 보험료 인상이 절실한 시점이지만 금융당국 눈치에 보험료 인상에 돌입하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던 실정이었기 때문이다. 통상 한 보험사가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나서면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줄줄이 보험료 인상에 돌입한다.

◇ 기다리다 지쳐…손해율 개선 ‘시급’

업계에서는 대형사가 먼저 보험료 인상에 돌입해주길 내심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업계 1위인 삼성화재에서 보험료 인상 총대를 메주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업계 기대와 달리 KB손보가 보험료 인상에 먼저 나선 것은 대형 손보사 중 손해율 개선이 가장 시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KB손보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가마감 기준)은 92%로 대형손보사 중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현대해상(91.7%), DB손해보험(91.5%), 삼성화재(91%) 순으로 높았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먼저 돌입한다는 것은 보험사 입장에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며 "손해율 악화에 보험료 인상이 시급한 상황에서도 서로 눈치만 보며 아무도 나서는 곳이 없자 KB손해보험이 참다못해 먼저 보험요율 검정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손보사 1위 업체인 만큼 업계에서는 내심 삼성화재가 먼저 나서서 보험료를 올려주길 기대 하는 모양새였다“며 "삼성화재는 삼성가 오너리스크 등을 의식해서 인지 보험료 인상 등 당국에게 밉보일 수 있는 행위에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 출처=손해보험협회

지난해 2분기 기준 실제사업비율도 KB손보가 가장 높았다. 보험사는 상품설계 시 보험사업 운영에 필요한 제경비를 사용하기 위해 보험료 중 일부를 사업비로 책정한다. KB손보의 자동차보험료 실제사업비율은 18.8%다. 손해율과 사업비율의 합이 100%를 넘으면 보험사 입장에서 손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기간 자동차보험료 실제사업비율은 현대해상(18.1%), DB손보 (16.6%), 삼성화재(15.9%) 순이었다.

손해율이 높은 만큼 KB손보 자동차보험의 보장성은 타사 대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KB손보 자동차보험에는 손보사 중 유일하게 대중교통이용할인 특약이 있다. 대중교통할인특약은 3개월 간 대중교통 이용 실적에 따라 보험료를 5~8% 할인해 주는 특약이다. 마일리지 특약 역시 연간 주행거리가 2000km일 경우 KB손보가 대형 4사 중 할인율(35%)이 가장 크다. 최근엔 자녀할인 특약 등의 할인율을 연령에 따라 세분화해 고객과 보험사 모두 윈윈 상품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을 두고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KB손보가 좀 더 과감하게 나선 부분은 있지만 손해율 때문에 보험료 인상에 먼저 돌입한 것은 아니다"며 "보험료를 타사보다 며칠 먼저 올린다고 효과가 더 빨리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자동차보험료 인상 효과를 보려면 최소 6개월은 지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