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2015년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이후 5년 만에 또 전염병의 공포가 우리 사회를 뒤덮었다. 중국 우한(武漢) 지역에서 발병해 ‘우한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때의 기록을 경신하며 ‘재앙’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의 음력 설 명절인 춘절 기간 약 13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다녀갔고, 현재까지 총 4명(1월29일 기준)의 확진 판정자가 나왔다.  

전염성 질환이 한 사회에서 공포로 여겨지는 것은 단순히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늘어나는 것뿐만이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환자의 발생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으니, 바로 전염 공포로 인한 국가경제의 위축이다. 지난 2015년 5월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은 민간 소비에서 시작되는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을 거의 마비시켰다. 

재미있게도 우리나라는 이러한 질병이 확산될 때마다 마치 하나의 ‘클리셰(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진부한 장면이나 흐름)’처럼 나오는 반응들이 있다. 바로 “정부가 대처를 어떻게 했느냐”를 가지고 정치 세력들이 줄기차게 치고받는 것이다. 집권 여당은 “지난 정부들보다 이번 정부가 질병에 대해 더 잘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면 야당은 “현 정권의 안일한 대응이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라고 맹렬하게 맞선다. 이러한 대립은 집권당의 정치적 성향을 막론하고 정치권의 클리셰처럼 굳어져 반복되고 있다.  

일련의 클리셰를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점이 있다. 해외에서 시작된 전염병의 국내 확산 자체를 두고 “어떤 정치 세력이 더 잘못했는가”라는 식으로 책임소재를 따지는 소모적 논쟁은 현재의 그 어떤 상황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권의 책임소재에 대한 논쟁보다 국민 한 사람이라도 더 설득시켜 예방 조치를 철저히 하도록 만들고 감염의 확산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올해 총선이 있기 때문에 각 정당들은 이런 사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라는 식으로 정치인들을 애써 이해할 필요도 없다. 수많은 국민의 목숨이 달려있는 상황에 정치인들 밥그릇 싸움이 문제인가.     

지금은, 정부든 정부가 주도하는 비상대책 컨트롤타워든 그들이 주도하는 방법론에 맞춰 정치권은 각 당의 지지기반을 독려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 피해를 줄이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비상사태를 마치 틈새시장인 양 이용해서 상대 정당을 찍어 누르거나 비난의 수위를 올릴 수 있는 기회로 삼는 정치권의 모습을 우리 국민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켜봐 왔다. 그러한 의미 없는 싸움은 상황을 바꾸는 것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전염병의 확산은 환자의 발생, 그 이후에 따라올 경제 마비의 후폭풍까지 이어질 수 있는 비상사태다. 총선 우위를 위해 그렇게 서로 싸우고 싶다면, 정치권은 일단 이번 사태부터 잘 마무리 지어놓고 이야기하자. 국가적 비상사태를 앞둔 그야말로 ‘의도가 뻔한’ 정치적 비방전의 클리셰. 이제 국민들은 지쳤다. 정치인들의 밥줄을 결정하는 총선의 향방을 결정하는 것은 ‘국민’이다.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