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우한 폐렴’ 확산에 중국 노선 운항중단
노선 다각화 계획 차질로 수익성 악화 불가피
“당분간 단거리 노선 침체 지속될 것”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지난해 보이콧 재팬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가 또 다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이하 ‘우한 폐렴’)라는 청천벽력을 맞닥뜨렸다 우한 노선 운항 중단에 이어 일부 중국 노선의 운항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본 대신 중국을 새 먹거리로 삼으려던 항공사들의 계획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 항공사, ‘우한 폐렴’ 확산에 비상… 中 노선 운항 중단에 환불까지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는 아직까지 전체 중국 노선 운행 중단을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대한항공은 주 4회 운항하는 인천~우한 노선을 31일까지 임시 중단한다. 중국 당국 조치사항과 연계해 2월 재운항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난 24일 이전에 발권한 중국 모든 노선의 항공권에 대한 환불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대상 항공편은 2월29일까지 출발하는 항공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우한 노선은 없지만 폐렴확산으로 인한 승객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지난 24일 이전에 발권한 중국 모든 노선에 대해 환불 또는 여정 변경 시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3월31일까지 출발하는 항공편이 해당된다.

저가항공사(LCC) 중에는 제주항공이 주 2회 운항하고 있는 부산·무안~장가계 노선을 대상으로 운항을 중단하고, 홍콩과 마카오를 제외한 중국 노선에 대해 1~2월 출발편의 환불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진에어는 2월말까지 운항하는 항공편을 기준으로 중국 본토 노선의 환불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21일 우한 노선 취항 예정이었던 티웨이항공은 운항을 잠정 연기하고, 모든 중국 노선을 대상으로 이달 말 출발편까지는 취소 수수료 없이 환불해주기로 했다. 사태 확산에 따라 중국 노선 항공편 취소 수수료 면제 기간을 더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에어서울은 인천~장가계, 린이 등 전 중국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에어부산 또한 인천~장자제, 인천~린이 등 중국 노선의 운항을 모두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스타항공 역시 홍콩, 마카오를 제외한 중국 노선의 환불 수수료를 2월 항공편까지 받지 않기로 했다. 

일본 대신 중국 믿었는데… 전체 여객 수요 둔화 우려

항공업계는 우한 폐렴이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와 같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 경우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높은 대형국적사와 제주항공 등의 실적이 직격타를 맞을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은 대한항공 13%, 아시아나항공19%, 제주항공 15%, 티웨이항공 4%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보이콧 재팬 영향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동남아와 중국 등으로 노선 다각화에 나선 국내 항공업계는 사면초가 상태에 놓였다. 

항공사들은 주력 노선이었던 일본 대신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노선과 5년만에 신규 운수권을 배분받은 중국 지역을 통해 노선 다변화를 꾀하던 상황이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전국 공항 국제선 수송량 2204만명 가운데 동남아 노선이 전년 동기 대비 17.7% 증가한데 이어 중국이 14.6% 증가해 전체 노선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미·중 무역 분쟁이 다소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 등의 수요도 살아날 것으로 예상하던 항공업계는 우한 폐렴으로 수익률 악화가 장기화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사스의 경우 2003년 3월 사태가 확산된 뒤 인천공항 기준 국제선의 전년 대비 여객 수송은 3월 9.7%, 4월 37%, 5월 38%, 6월 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입국자 수는 3월 10%, 4월 29%, 5월 39%, 6월 27% 줄었다. 해당 기간 중국인 입국자 감소뿐만 아니라 해외 전 지역에서 감소세 기록한 바 있다. 이 기간(2003년 3월~6월) 내국인 출국자수도 전년 대비 23% 감소해 국내 항공사 여객 실적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끼쳤다. 

아울러 제주항공을 제외한 LCC들의 경우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낮아 직접적인 영향은 적으나, 중국 노선 확대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중국 노선 신규 배분시, 배분된 중국 여객 노선 38개 중 30개(79%), 운항횟수 139회 중 118회(85%)는 모두 LCC 몫이었다. 이에 당시 넓어진 한중 하늘 길의 최종 승자는 LCC라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우한 폐렴이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중국뿐 아니라 전체 여객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본 노선 수요 감소를 중국 신규 노선 확대로 만회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면서 “우한 뿐만 아니라 대만, 홍콩, 마카오 등 중국 노선 전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당분간 단거리 노선 침체는 지속 될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 또한 “미중무역 분쟁과 이란사태가 진정세를 띄면서 걱정을 조금 더는가 싶더니 우한 폐렴사태가 터졌다”며 “벼랑 끝에 내몰린 기분이다. 실적 악화가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심정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