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미중 1단계 무역합의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됐던 중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은 모습이다.

중국은 앞서 주요 도시 봉쇄와 함께 해외 단체 여행 전면 금지 등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지만, 신종 바이러스가 증상 없는 잠복기에도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오는 30일까지였던 춘절(春節) 연휴를 다음달 2일까지로 연장키로 결정하고 상하이와 첨단 기술 산업이 집적돼 있는 쑤저우에 기업 휴업을 지속하기로 통보했다.

이에 따라 공장 가동 정지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 중심의 전 세계 공급 망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 내 관광·영화·소매업 '직격탄'

당장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중국의 서비스산업이다. 28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교통부 장관에 의하면 중국의 설 연휴 첫 날이었던 1월 25일의 관광은 작년 대비 28.8% 하락했다고 전했다.

세부적으로는 민간 항공 여행 41.6%, 철도 여행 41.5% 그리고 도로 교통이 25% 떨어졌다. 특히 아시아 최대 여행 성수기인 춘제 기간에 중국인들의 발이 묶이며 호텔·항공·카지노·크루즈 등 세계 관광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이와 더불어 다른 여가 산업에의 타격도 커질 전망이다. 춘제 기간은 원래 중국 영화산업의 대목이었지만 외출이 제한되면서 중국 내 극장가도 타격을 입었다.

SCMP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첫날 중국의 박스오피스 수입은 181만 위안(약 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억5000만 위안(2443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 이코노믹리뷰 DB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던 중국의 춘절 효과도 무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신종 확진자와 의심자가 늘고 있고, 중국 춘절에 따른 대규모 이동 등으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8일 현재 전국 30개 성에서 '우한 폐렴' 사망자가 106명, 확진자가 4515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날 대비 사망자는 24명, 확진자는 1771명 늘어난 수치로 사실상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1분기 경제성장률 6% 못 미칠 것”

연휴 연장에 따른 생산 감소와 통행제한에 의한 소비 위축은 1분기 경제성장에도 걸림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인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중국이 3개월 안에 바이러스를 통제한다면 경제성장률은 0.8%포인트, 9개월간 지속된다면 1.9%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바이러스 여파로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무색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이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도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중국은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 4.3%에서 지난해 16.3%까지 늘어나면서 피해가 사스 때보다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또한 세계 교역에서 중국이 12%를 차지하는 만큼 세계 교역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국내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이번 사태가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와 최소 동급 또는 그 이상이라고 분석하면서 경제와 금융시장에 단기간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 출처=유진투자증권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스의 경우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하는데 4개월이 걸린 반면 신종 코로나는 작년 12월 3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000명을 넘기는 데 25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면서 "확산 속도가 사스 당시에 비해 빠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취약해서 돌발변수에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중국 경제의 경우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로 이미 내상을 입은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가 장기화할 경우 경제 펀더멘털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의 전파력이 사스보다 빠르고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도 연장돼 (중국) 실물경기에 미칠 영향이 사스 때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면서 올해 1분기 중국 성장률이 전년 동기대비 5% 후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중국 성장률이 소비 충격, 조업 중단 등 신종 코로나의 충격과 6.4%로 높았던 작년 1분기 성장률의 기저효과가 맞물리면서 일시적으로 6%에 못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스와 메르스 사태 당시에 겪었듯이 바이러스 감염은 확산 정도와 기간에 따라 중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서 “사스 당시 소비 전반의 부진으로 2003년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9.1%로 전분기(11.1%)를 단기적으로 약화시킨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성장률이 6%를 밑돌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점차 부양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 연휴 이후 인프라 투자 가속화를 위한 정부지원,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 등을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