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대형마트의 강제휴무에 이어 30만미만 인구 중소도시의 대형마트 신규입점 금지안을 추구하자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형마트의 강제휴무일 지정에 이어 새누리당이 이번에 30만 미만 인구 중소도시의 대형마트 신규입점 금지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중소상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 규제가 소비자 불편이나 실물경제의 흐름은 고려하지 않는 포퓰리즘성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형마트 등이 속해 있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영업의 자유 및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을 청구하며 그같은 정책에 대해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대형마트의 영업을 매달 이틀씩 강제로 쉬도록 하는 조례제정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대형마트의 중소도시 진출금지 방안’을 확정해 유통업계 불만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3일 인구 30만명 미만 지방 중소도시와 군에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진입을 5년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경기권 이천·광주(경기)·구리·오산·양주·안성·의왕·하남시를 비롯해 강원권 춘천·강릉시, 충청권 아산·충주·제천시 등에서는 대형마트와 SSM 신규 출점이 금지될 수 있다. 경상권 경산·안동·통영·김천시 등과 전라권 군산·순천·목포시도 신규 출점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미 중소 도시에 진입한 대형 유통사에 대해선 심야 영업 제한 조치와 함께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내내 숨을 죽이고 있던 유통업체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반기를 들고 나섰다. 지난 17일 홈플러스, 이마트 등 29개 유통 관련 업체로 결성된 한국체인스토어협회(이하 체인협)는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과 지자체의 영업일 규제에 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협회는 유통법과 전주시의 ‘대규모 점포 등의 등록 및 조정 조례’가 규정하고 있는 강제휴업 등의 조항이 유통업체의 영업권을 침해한다면서 헌법소원의 이유를 밝혔다.

체인협의 주장에 따르면 ‘직업(영업)의 자유, 침해’와 관련해 개정 유통법의 해당 조항들이 소비자 선택권을 인위적으로 제한해 쇼핑에 불편을 줄뿐 아니라 시간제한으로 파견직 근무자들의 고용감소 초래(6000명 이상의 잉여 근로자 발생 예상) 및 지역상권 침체 유발 등 과중한 피해를 가하는 방식의 규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평등권' 침해와 관련해 편의점, 오픈마켓, 인터넷쇼핑 등 온라인 쇼핑과 대형전통시장, 백화점, 전문점 등은 제외한 채 대형마트와 SSM만 규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차별행위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원스톱쇼핑 몰링(Malling) 트렌드에 따라 급격히 늘어난 대형 쇼핑센터나 쇼핑몰 내에서 대형마트 및 SSM 영업은 제한하고 백화점, 전문점 등의 영업만 허용하는 것은 소비자의 불편만 초래하는 소매업태간 차별적 규제라 밝혔다.

체인협은 개정 유통법이 헌법소원에 포함된 기본권 침해 외에도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 상승 및 소비자 불편과 소비 위축, 중소 협력업체 피해, 잉여 근로자 발생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게 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강제휴무 및 영업시간 제한은 대형마트의 운영 효율성을 떨어뜨려 전반적인 비용을 증가시키고, 증가된 운영비는 제품 판매가에 반영돼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장바구니 물가 상승을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또 맞벌이 부부나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등 주말이나 심야에 쇼핑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들은 큰 불편을 겪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인협의 안승용 부회장은 “이번 영업규제 조치는 대형마트 및 SSM은 물론 협력·입점업체, 근로자, 소비자, 나아가 일반국민에까지 광범위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헌법소원 청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업계 “대형마트에도 서민은 있다” 헌법소원 청구
대형마트 하나가 들어서면 과연 몇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까? 대형마트 관계자에 의하면 대형마트 한 곳이 자리하는데 약 500~600명의 정규직 및 판촉직 근로자와 약 40~50여개의 임대점포가 들어선다고 한다. 대형마트 한 곳이 개설되면 신규 고용창출 규모가 최소 500명이라는 이야기다.

여기에 임대점포 및 공급협력사 등을 포함하면 약 1000여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체인협 역시 헌법소원에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평균적으로 한 점포에 500~600명의 고용인원과 함께 수많은 공급 협력회사, 건설사 등 유관 산업의 고용유발 효과가 가장 큰 산업 가운데 하나이며 최근 10년간 점포 확장과 함께 20만개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강제휴무 등의 규제로 인해 고용인력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판촉사원, 단기 아르바이트, 주말 파트타이머, 주부사원, 고령층 고용인력 등의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정직원 감소 또한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체인협의 안승용 부회장은 “강제휴무 및 영업시간 제한 등 영업 규제의 형태에 따라, 규제 대상인 대형마트 및 SSM은 최대 3조4000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한 유통관계자는 “ 동네슈퍼, 재래시장에 반사이익을 주기 위해 대형마트의 입점업체 및 납품업체, 그리고 그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이익은 희생하라 강요하는 것이 정당하냐” 며 “기업에게 고용창출을 독려하는 정부가 정작 표 얻기에 급급해 또 다른 고용기회를 박탈하는 형국” 이라고 꼬집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래시장 보호’라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대형마트 같은 편의시설이 갖춰져야 상권이 살아나고 지역발전이 빨라진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장경제전문연구기관인 자유기업원의 김정호 원장은 “새누리당의 유통법은 현실 상황을 깊이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의 전형” 이라며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우리나라 경제의 주인은 소비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소비자들이 알아서 결정할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이제 유기농을 찾고 유통기한에 민감해 하며 위생적이면서도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쇼핑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이러한 소비자의 소비행태는 유통업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강조했다.

경제전문가 및 업계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정부가 ‘골목상권 침해’라는 잣대로 대형마트는 물론 그 안에서 일하는 근로자 및 중소상인들, 그리고 소비자들의 권리를 지속적으로 묵살한다면 현실성 없는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최원영 기자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