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회장·윤부근 부회장·신종균 부회장 공식직책 내려놓아
김기남 부회장·김현석 사장·고동진 사장도 일부 직책 이양
삼성전자, 파격적인 임원인사 대신 서서히 세대교체 진행 중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삼성전자가 향후 2년 이상을 안배한 임원인사를 마무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설 명절 연휴에 앞서 전격 사장단 인사부터 임원인사, 조직개편까지 발표했다. 당초 지난해 12월 첫 번째 주에 임원인사를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1개월 이상 장고 끝에 매듭지었다.

삼성전자의 경영 체계에서 특이점은 바로 3인 CEO(최고경영자) 체제다. 삼성전자의 핵심 부문인 DS(디바이스솔루션), CE(소비자가전), IM(IT/모바일) 부문장은 대표이사까지 같이 겸임한다. 현재 각 부문장은 김기남 부회장(DS), 김현석 사장(CE), 고동진 사장(IM)이다. 전임 부문장은 권오현 회장, 윤부근 부회장, 신종균 부회장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맡아왔다.

이번 인사에서 각 부문장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외부 리스크 때문에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삼성전자는 차기 부문장으로 승계를 위한 톱니바퀴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파격적인 교체로 쌓아온 조직의 체계를 흔들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순리를 택하고 있다.


‘K · Y · S’ 퇴진…’3K’ 시대의 정점


▲ 13일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준법실천 서약식'에서 참석한 삼성전자 대표이사들이 서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출처=삼성전자

지난 20일 사장단 인사에서 대부분 시선은 전경훈 IM부문 네트워크부장, 황성우 종합기술원장, 최윤호 경영지원실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등 새로운 사장 승진에 쏠려있었다. 그러나 이면에는 세대교체를 위한 톱니바퀴가 사장단 최상층부에서도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보직 변경을 통해 권오현 종합기술원 회장, 윤부근 CR 담당 부회장, 신종균 인재개발담당 부회장이 공식적인 직책을 내려놓고 ‘고문’으로 남는다고 밝혔다. 권 회장과 윤 부회장, 신 부회장은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삼성전자의 3대 핵심 부문장이자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이를 2017년 김기남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에게 넘겨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3K’로 통칭되는 김기남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은 권 회장과 윤 부회장, 신 부회장이 직책을 내려놓음에 따라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처럼 보였다. 특히 김기남 부회장은 그간 삼성전자의 인사 원칙으로 알려진 ‘60세 룰’도 깼다. 60세 룰은 만 60세가 되면 CEO 급 임원이라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조치다. 당초 김기남 부회장은 60세 룰로 인해 퇴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삼성전자는 권 회장과 윤 부회장, 신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남에 따라 ‘3K’ 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고문으로 물러났다가 60세 룰까지 깨며 다시 복귀한 이인용(63) CR 담당 사장 사례가 있지만,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부문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고문으로 내려온 권 회장, 윤 부회장, 신 부회장은 회사의 주요한 의사결정에 조언을 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3K’ 대신할 포스트 CEO 선발 진행 중


▲ 지난 2일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시무식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김기남 부회장과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의 대표이사 체제가 3년 차를 맞이함에 따라 서서히 후임 인선을 찾고 있다. 삼성전자 CEO 라이프사이클은 전임을 비교했을 때 약 4년으로 나온다. ‘3K’ 대표이사 체제도 과반을 넘겼다. 이번 인사에서 각 부문장이 겸임하고 있었던 직책 중 일부를 떼어낸 점을 미루어보아 차기 CEO 물색에 더욱 힘이 실린다.

IM 부문에서는 ‘휴대폰 장인’이라 불리는 노태문 사장이 무선사업부장 자리를 맡는다. 노태문 사장은 휴대폰 영역에서 20년 이상 몸담은 베테랑이다. 올해 52세인 노태문 사장은 오는 2월 ‘갤럭시언팩’에서 갤럭시S20, 신형 갤럭시 폴드 등을 직접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갤럭시언팩에서는 고동진 사장이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노태문 사장이 차기 CEO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CE 부문에서는 김현석 사장이 내려놓은 생활가전사업부장 자리에 이재승 부사장이 올랐다. 이재승 부사장은 1986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생활가전 분야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전문가로, 삼성 냉장고를 7년 연속 1위에 올린 주역이다. 이와 함께 TV 분야에서는 최용훈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LED개발그룹장이 부사장으로,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TV개발그룹장이 전무로 각각 승진했다.

DS 부문은 가시적인 후계 구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DS 부문에서 가장 많은 임원 승진자를 배출했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김기남 부회장 체제 아래 메모리 사업부 진교영 사장, 시스템LSI 사업부 강인엽 사장, 파운드리 사업부 정은승 사장, DS부문 경영지원실장 박학규 신임 사장이 포진했다. 또 DS 부문은 부사장 승진자만 6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부사장 승진자 가운데 절반에 육박했다.

삼성전자는 사업지원TF 정현호 사장, 경영지원실 최윤호 사장, CR 담당 이인용 사장, 종합기술원장 황성우 사장과 함께 3개 핵심 사업부문에서 7명의 사장이 조직도를 완성했다. 삼성전자는 각 분야 두터운 CEO 후보군을 토대로 올해 성과를 지켜볼 심산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2년 이상을 내다보고 안배했다. 대내외적인 리스크까지 겹친 마당에 파격적인 변화보다는 정해진 시간에 따라 서서히 변화를 모색 중이다. 2017년 권오현 회장, 윤부근 부회장, 신종균 부회장의 경영일선 퇴진과 2020년 김기남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의 역할 이양, 그리고 새롭게 떠오르는 CEO 후보군까지 체계적인 세대교체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50대 초반 젊은 사장에게 사업부장을 맡겨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술 기반의 시장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게 했으며, 경영 전반의 폭넓은 경험과 전략적 사업 능력을 중시해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게 했다”라며 “경영성과와 성장 잠재력을 겸비한 젊은 리더들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미래 CEO 후보군을 두텁게 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