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페이지갤러리(THE PAGE GALLERY) 전시전경, 2019

최명영의 기억은 어떤 결핍과 연관되어 있는 듯한데, 그것들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암호화되어 그 어떤 물질의 경우라도 진정한 울림을 지닌 물질로 변모하고 있으며 산산이 분해된 그 흔적들은 하나의 은유로 사용되어 그의 정신에 깊은 통찰로 기능한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시각적으로는 인상적이지 않지만, 캔버스에 담긴 배려와 스타일의 정교함은 진부한 사물들이 평범함에서 벗어난 어떤 세계가 압축적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어떤 풍경이나 이미지를 엿보게 한다.

그것은 실제의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가 기대하는 어떤 모습, 또는 이상적이고 미화되는 삶에 대한 꿈일 수도 있다.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예민한 그 화면들은 물기들의 반응을 슬쩍 옆으로 밀어버리고는 암울한 기억들을 흰색, 붉은색, 푸른색, 검은색의 물감으로 지워낼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순간, 그 지워냄의 과정은 하나의 형식이 되었고 우리들의 시각적인 선입관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게 한다. 나아가 모듈처럼 보이는 그의(Dansaekhwa-Korean monochrome painter CHOI MYOUNG YOUNG, Dansaekhwa:abstract paintings of Korea Artist CHOI MYOUNG YOUNG,최명영 화백,최명영 작가,단색화 최명영,모노크롬회화 최명영,단색화가 최명영,韓国単色画家 崔明永,韓国の単色画家 チェイ·ミョンヨン) 반복되는 작업의 제작방식에 담긴 ‘아무것도 더하지 않는 단순성’에 충격을 받게 된다.

평생을 하루처럼 제작해온 수행적 태도와 희미한 윤곽선으로 보일 듯 말 듯한 그 화면은, 과거와의 결별을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정서적 울림이 깃든 소유물처럼 위안을 주기도 한다.

△김용대(金容大)/독립큐레이터, 전 대구미술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