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국내 연구진들이 세포 연구와 관련해 다양한 결과를 도출해 눈길을 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과 배외식 교수 연구팀은 황색포도상구균에 감염된 생쥐에서 감염을 악화시키는 면역세포를 발견했다. 동대학교 융합의학과 이지은 교수 연구팀은 혈관내피세포 밖으로 돌출된 원발성 섬모의 혈관신생 과정에서의 역할과 기전을 규명했다. 또 중앙대학교병원 김지택 교수 연구팀이 최근 당뇨망막병증의 유일한 치료법인 레이저를 이용한 범망막광응고술(PRP)의 치료 기전 및 효과를 분석한 연구 논문을 발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균 감염 악화시키는 고장난 면역세포

배외식 교수 연구팀이 패혈증에 걸린 생쥐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새로운 면역세포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황색포도상구균에 감염된 생쥐 모델에서 세균 감염 부위에 모여든 호중구에서 분비하는 당단백질이 자극제가 돼 새로운 종류의 면역세포가 생성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호중구는 세균 등 침입 물질을 백혈구 내로 소화시키는 선천성 면역세포다. 새로운 종류의 면역세포는 아직 분화가 다 끝나지 않은 조혈모세포처럼 표면에 ‘줄기세포 항원(Stemcell antigen-1)’을 갖는 특징을 보였다.

특히 이 새로운 면역세포는 염증유발물질을 과도하게 분비하면서도 활성산소 분비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적인 면역세포의 경우 활성산소를 뿜어내 외부에서 몸 속으로 들어온 균에 대항한다.

▲ 줄기세포 항원을 가지는 면역세포가 감염조직의 손상에 미치는 영향. 출처=한국연구재단

연구진이 이번에 발견된 비정상 면역세포를 제거하자 세균 감염된 생쥐의 조직 손상과 치사율은 현저히 감소했다. 반면, 이 면역세포를 세균 감염된 다른 생쥐에 이식한 경우는 조직손상과 치사율이 증가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1월 23일자에 게재됐다.

배외식 교수는 “이번 연구로 기능이 마비된 고장난 면역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감염 치료제 개발이나 감염 예후 바이오마커를 발견하는 데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혈류 감지하는 세포 안테나

이지은 교수 연구팀은 세포 내 원발성 섬모가 새로운 혈관을 만드는 과정을 밝혀냈다.

원발성 섬모는 세포 내 머리카락처럼 튀어나온 형태의 소기관인 섬모의 한 종류다. 세포나 신체기관 발생에 필요한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흔히 '세포의 안테나'로 불린다.

연구팀은 혈관이 생기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원발성 섬모의 역할에 주목했다. 기존 혈관으로부터 새로운 혈관이 생성되는 ‘혈관신생(angiogenesis)’ 현상은 내피 세포의 침투나 이동, 증식, 분화 등을 거친다. 특히 세포 내 산소와 영양분 공급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 섬모조절유전자 CEP41이 결손된 제브라피쉬에서 나타난 혈관 형성 이상. 출처=한국연구재단

연구팀은 섬모 조절 유전자 'CEP41'을 없앤 돌연변이 제브라피시에서 혈관이 좁아지고 이상 혈관이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CEP41은 대표적 원발성 섬모 질환군의 하나인 주버트 증후군의 원인유전자다. CEP41 단백질이 원발성 섬모를 구성하는 튜블린 단백질을 변형시키면, 이것이 신호가 돼 섬모분해와 혈관생성인자 생성을 촉발한다.

하지만 종양 세포주를 CEP41이 없는 돌연변이 제브라피시에 이식하면 혈관이 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지은 교수는 "암세포 증식과 전이 과정에서 혈관 신생이 함께 나타나는 만큼, 원발성 섬모를 표적으로 한 항암제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뇨망막병증 레이저치료 효과

‘당뇨망막병증’에 대한 레이저 치료 효과가 밝혀졌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에 의해 망막에 발생하는 합병증으로 심할 경우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속한 치료가 요구된다.

김지택 교수 연구팀은 최근 당뇨망막병증의 유일한 치료법인 범망막광응고술(PRP)에 대한 치료 기전 및 효과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는 SCI 국제학회지인 ‘그라페 아카이브 임상 및 실험 안과학’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당뇨망막병증으로 인해 레이저범망막광응고술(PRP)을 받은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황반부의 맥락막과 맥락막 모세혈관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12개월에 걸쳐 분석했다.

그 결과, 레이저광응고술 치료 후 3개월째부터 황반부의 맥락막 두께, 맥락막 혈관지수, 맥락막 혈관 내경 및 기질 비율이 모두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세는 1년이 지날 때까지 지속됐다.

▲ 김지택 교수가 당뇨망막병증 환자를 레이저광응고술로 치료하고 있다. 출처=중앙대병원

연구진은 당뇨망막병증 환자에게 시행한 레이저광응고술이 안구 전반에 충혈된 망막 및 맥락막 혈관을 안정화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시력예후와 밀접한 황반부의 맥락막 모세혈관밀도는 손상없이 그대로 유지됐다.

김지택 교수는 “지금까지 당뇨망막병증의 진행을 차단하는 유일한 치료법인 레이저광응고술의 치료 기전에 대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이번 연구를 통해 그 치료 기전을 규명한데 의의가 있다”며, “당뇨환자에서 시행한 레이저광응고술의 치료 기전은 맥락막 혈관의 충혈을 줄임으로써 망막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치료를 시행할 때에는 안구 통증이 동반되고 레이저 후에는 눈부심, 야맹증상 등이 생겨 레이저 치료를 꺼리는 환자들이 종종 있는데, 당뇨망막병증에 있어 레이저광응고술 치료는 실명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 방법이기 때문에 당뇨망막병증이 진행된 경우에는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며 "레이저 치료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당뇨망막병증이 더 진행하지 않는지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