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1.  남양주에 거주하는 여성 A씨(35세)는 2019년 7월 불법대부업자에게 30만원을 빌렸다, 일주일 뒤 50만원을 변제하는 것이 대출조건이었다. A씨는 대출과 동시에 대부업자에게 주민등록초본, 가족관계증명서, 신분증사본, 채무자의 부모, 시부모, 남편, 시누이, 오빠 등 지인 10명의 연락처를 제공했다. 
 
A씨가 첫 번째 돈을 빌린 후 제날짜에 갚지 못하자 그는 10만원의 연체료를 냈다. A씨는 당일 돈을 구해 갚았다. 대부업자는 이날 두 번째 30만원을 신규대출을 받게 유도했다. 역시 고금리였다. A씨가 상환일에 돈을 갚지 못하자 대부업자는 "남편과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돈을 받아내겠다"며 협박성 문자 등을 보냈다. (강동경찰서 검거사례)

# 사례 2. 경기도에 거주하는 B씨(여· 45세). 그는 지난 2018년 불법대부업자에게 주고 총 31회에 걸쳐 약 1년간 1335만원을 대출받고 3020만원을 변제하였다. 불법대부업자는 A씨에게 가족관계증명서 등의 서류와 연락처 등을 요구했다. 

돈 갚을 날이 지나자 대부업자는 집을 찾아가 “×××아, 빨리 돈 갚아” "죽여버린다" 등 욕설과 협박을 했다. 또 불법대부업자는 A씨의 가족과 친척들에게 대신 변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A씨는 이때문에 극도의 공포심과 자살충동을 느껴 경찰에 신고하였다. (강동경찰서 검거사례)
 
# 사례 3. 서울 강서구에 식당을 운영하는 C씨(50세)는 급작스런 교통사고로 장기간 병원에 입원 중이다. 사고 전부터 장사가 되지 않아 매출이 떨어졌던 상황. 가게 운영을 하지 못하자 카드 대금과 대출이자가 연체됐다. 연체가 시작되자 카드사와 신용정보회사로부터 빚 독촉이 시작됐다. C씨는 처음 겪는 추심에 당황했다. (시민단체 제공사례) 

[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사례 1과 2는 불법 빚 독촉 사례다. 금융위원회가 21일 발표한 '채무자 대리 및 소송변호사 무료지원사업'은 이같은 불법추심에 대해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가 나서 불법 빚 독촉을 방어해 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채무자 대리의 확대인 셈이다.

명절 이후 달라지는 채무자 대리제도의 면면을 살펴본다. 

채무자 대리는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가 대부업체의 추심에 대응하는 제도다. 대부업체가 채권 추심을 할 때 채무자가 변호사를 대리인을 선임해 빚 독촉을 방어하거나 채무협상을 할 수 있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대부업체는 등록, 미등록을 가리지 않는다.  

이 제도는 불법으로 고금리 대출을 하고도 채권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폭언, 협박, 공갈 등을 일삼는 불법대부업자를 법률전문가가 나서 대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변호사가 나서는 만큼, 불법 빚 독촉이 사전에 차단되는 효과가 있다. 채무자는 심리적 안정 속에 빚 조정과 상환을 검토할 수 있게 된다. 

채무자대리는 이미 채권공정추심법률에서 마련된 제도였으나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용도가 적었다. 

정부는 불법추심에 따른 사회적 약자의 피해를 고려해 채무자 대리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 누가, 어떤 상황을 도와주나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다. 기존에는 채무자가 사선 변호사를 선임해야 했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있었다. 조직력을 갖춘 법률구조공단이 채무자 대리 변호사를 지원, 전국적인 채무자 대리가 가능해졌다. 

절차는 금감원 신고로부터 시작된다. 법률구조공단으로부터 안내도 받을 수 있다. 

빚 독촉에 시달리는 채무자가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신고센터에 채무자 대리인 지원을 신청한다. 센터는 법률구조공단의 변호사를 통해 불법 사금융업자에게 통지한다. 통지의 내용은 '채무자가 채무자 대리인으로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사실이다. 통지 받은 불법사금융업자는 법률에 따라 채무자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고 오로지 변호사와 대화할 수 있을 뿐이다.   

빚 독촉 뿐만 아니라 대출과 관련된 소송도 지원한다. 

채무자 대리 변호사는 최고금리를 초과한 대출과 불법추심 등으로 입은 피해에 대해 법적 구제에 나선다. 초과 이자를 다시 반환해 달라는 청구(부당이득 반환)와 손해배상, 채무부존재 소송이 법적 지원의 내용이다.  

서민금융진흥원도 불법 사금융이용자를 돕는다. 서금원은 고금리 대안상품인 '햇살론 17'을 연계하거나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채무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채무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불법적인 상황을 유형화하면 이렇다. 

▲무효이거나 존재하지 않는 채권을 추심하는 경우▲반복적으로 전화 또는 주거지에 방문하는 경우▲야간(저녁 9시~아침 8시)의 전화 또는 방문하는 경우▲가족·관계인 등 제 3자에게 채무사실을 고지하는 경우▲가족·관계인 등 제 3자에게 채무변제를 요구하는 경우▲협박·공포심·불안감을 유발하는 추심행위▲금전을 차용하여 변제자금 마련을 강요하는 행위▲개인회생 및 파산진행자에게 추심하는 경우▲ 법적절차의 진행사실을 거짓으로 안내하는 경우▲ 모두 공정채권추심법에서 불법으로 규정한 빚 독촉 행위다.

채무자 대리제도 절차도. 자료=금융위

◆ 누가, 어떻게 도움받을 수 있나

대부업자로부터 불법 대출과 법에서 금지하는 빚 독촉을 받은 채무자다. 대부업자는 등록과 미등록을 구분하지 않는다. 

연 24%를 초과해 이자를 요구받는 채무자와 공정채권추심법에서 불법으로 규정한 빚 독촉을 받는 채무자가 지원 대상인 셈이다. 

지원내용은 채무자의 소득상황과 불법 추심을 하는 대부업자의 등록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 같은 차이에 따라 채무자 대리와 소송지원 전부 비용 없이 지원받을 수 있거나 채무자 대리만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먼저 기준중위 소득 125%(1인 가구 기준 월 220만원)로 불법 빚 독촉을 받은 채무자는 채무자 대리와 소송지원 모두 비용없이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미등록 대부업자의 불법 빚 독촉을 받는 채무자라면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채무자 대리'만 비용없이 지원받을 수 있다. 

법률구조 공단 관계자는 "미등록대부업자에 대한 추심은 범죄에 준하는 극심한 독촉이 따르기 때문에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추심을 방어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기준중위 소득에 해당 사항 없는 채무자는 빚 독촉과 관련된 소송지원에 대해 법률구조공단 소송 기준에 따라 건당 30만원~300만원의 비용부담이 있다. 

불법 빚 독촉 피해자는 오는 28일부터 금감원,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연간 4200명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금감원 연간 피해신고 건수의 약 90%에 해당하는 수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우리나라 불법 사금융 이용규모는 약 7조1000억원이다. 청년·주부·노령층 등 추심에 취약한 계층의 불법 사금융 이용이 증가하면서 불법추심 등으로 인한 피해도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 대부업 아닌 채권자의 적법한 빚 독촉..."대화 창구 필요"

현행 채무자 대리제도는 채권자가 '대부업체'에 해당될 때만 적용된다. 대부업체 아닌 채권회사의 빚 독촉은 앞서 나열한 불법 빚 독촉 행위에 해당사항이 없으면 사례 3과 같은 상황은 채권자의 적법한 권리행사다. 

채권회사의 적법한 빚 독촉에 채무자는 얼마나 잘 대응할 수 있을까? 

채무자가 채권회사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상환방법을 상의할 필요성은 있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채무자 대리제도를 적용할 수 없는 영역에서는 시민단체나 금융복지상담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전문 상담창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명수 한국금융복지상담협회 회장은 "채권자가 대부업체가 아니더라도 빚을 진 상황에서 채무자에게 현명한 대처방법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며 "방법을 모르는 채무자가 불법 대부업체를 찾아 고금리 대출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어 "전국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는 채무자가 개인정보활용에 대해 동의를 해 준다면 센터 상담사가 나서 채권회사와 상환방법, 채무조정 등에 대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