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매출 톱10 내 중국산 게임 4개...톱20 이내 7개
지난해 3분기 국내 오픈마켓 내 중국산 게임 매출 비중 17.7%
모바일 게임 개발 주기 길어지면서 실험적 BM 지양

▲ 오성홍기와 태극기가 같이 휘날리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모바일로 재편을 거치고 있는 한국 게임 시장이 중국산 게임의 난립으로 시름을 앓고 있다. 과거 ‘싼 게임’ ‘완성도 떨어지는 게임’ ‘복제 게임’ 등 편견이 가득했던 중국산 게임은 한국 게이머들에게 점차 호의적인 인식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산 게임의 한국 게임 시장 침투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중국 게임 “진격, 밖으로 밖으로”


24일 기준 구글플레이 최고매출 톱10 이내 중국산 게임은 ‘라이즈오브킹덤즈(3위)’, ‘기적의 검(5위)’, ‘명일방주(6위)’, ‘샤이닝라이트(10위)’ 등 4개다. 범위를 더 확장해 최고매출 톱20까지 보면 ‘라플라스M(13위)’, ‘뇌명천하(15위)’, ‘랑그릿사(16위)’를 더해 35%를 차지하는 7개다. 특히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만 보면 중국산 게임이 톱10을 완전히 장악했다.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 게임은 지난 2019년 3분기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2386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지난해 3분기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규모가 1조3482억원 수준인 것을 비교하면 약 17.7%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오픈 마켓 상위 100개 게임 매출(9662억원)과 비교하면 약 24.8%로 더욱 늘어난다.

이 같은 중국산 게임의 한국 시장 잠식은 이미 예견됐다. 한국 PC온라인 게임이 옮겨간 중국 게임 산업은 PC웹 게임, 모바일 게임으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한국 PC온라인 게임이 ‘편의성’, ‘BM(비즈니스모델)’ 분야에서 정체기를 겪고 있을 때, 중국은 PC웹 게임, 모바일 게임으로 이런 부분을 더욱 심화 발전시켰다. PC온라인 게임을 중국에 전파한 한국이 이제 중국 모바일 게임을 수입하는 꼴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판호부터 총량제, 셧다운제 중국 정부의 게임 산업 규제와 최대 80%까지 달하는 중국 플랫폼사의 퍼블리싱 비용은 중국 게임의 한국행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중국 게임 시장 대비 규모가 작지만 비교적 게임 출시가 자유롭고 공식 오픈 마켓 수수료뿐인 한국 게임 시장은 부차적인 시장으로 다가왔다. 초기 한국 시장에 진입한 중국 게임사들은 허술한 CS(고객만족) 운영으로 게이머들이 ‘믿고 거르는 중국산 게임’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이런 비판에도 하나는 확실히 뽑아냈다. 바로 매출이다. 중국 게임은 BM부분에서 ‘돈을 쓴 만큼 강해지는’ 원칙을 철저히 따랐다. VIP 시스템부터 상위 1%에 집중된 BM까지 수많은 시장에서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화했다. 재화 순환 구조를 비교적 잘 설계한 중국 게임은 오히려 한국 게임보다 합리적인 BM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을 서서히 장악하고 있다.


지나친 시장의 관여, 기울어진 게임 시장


▲ 게임업계 빅3. 출처=각 사

이 같은 중국 게임의 난립에 한국 게임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각종 규제, 개발사의 역량 등 다양한 원인이 지목되고 있지만, 지나친 시장의 관여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시장은 게임사에 더욱 높은 실적을 요구했고, 소위 빅3(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까지 지속적인 성장을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불가피하게 상업적인 측면이 부각된 게임을 만들어냈다.

24일 기준 코스피, 코스닥에 상장한 한국 게임사들의 평균 PER은 34.79다. 물론 제약(PER 117.74)보다는 낮지만, 무선통신서비스(PER 7.02), 전자(PER 7.56) 등 기성 산업보다는 월등히 높다. 이 같은 게임사들의 높은 PER은 ‘원히트원더’가 가능한 산업의 특성이 기인했다. 상장한 게임사들은 시장의 높은 시장의 기대치에 부합하기 위해 BM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BM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흥행작을 따라가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착한 과금’을 표방한 실험적인 BM도 등장했다. 하지만 그런 실험적인 BM은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지표만 바라보는 시장은 ‘실패작’ 꼬리표를 붙였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넥슨이다. 넥슨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에서 ‘메이플스토리M’, ‘스피릿위시’, ‘카이저’, ‘트라하’까지 기존 시장의 BM과 차별화를 두며 실험을 거듭했다. 일부 게임에서 초기 성과를 기록했지만, 장기 흥행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반면 가장 최근 출시한 ‘V4’는 동종 장르의 BM을 택해 3개월 이상 순항 중이다.

한국 게임 시장은 최고 매출 톱10 안에 얼마나 유지하느냐를 관건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게임사는 BM을 진화, 발전보다 시장에서 성공한 기존 BM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선으로 구현하고 있다. 이를 두고 게이머들은 한국 게임의 발전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게이머들은 IP(지식재산권)만 바꿨을 뿐 BM이 비슷한 한국 게임을 보고 ‘양산형’이라고 토로하면서, 새로운 BM을 가진 중국 게임에 빠져들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착한 BM, 실험적인 BM 등 다양한 방면으로 시도해봐도 기존 최고매출 상위권 BM을 따라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모바일 게임의 개발주기도 길어지면서 안전한 기존 BM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라며 “시장에서는 최고매출 톱10을 벗어나기만 해도 부정적인 리포트가 쏟아지는데, 기존 BM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관계자는 “MMORPG 장르에서도 독특한 BM을 가진 중국 게임이 한국 시장을 점차 잠식하고 있는데, 그들에게 한국 시장은 주요 시장이 아닌 부차적인 시장”이라며 “중국 게임이 한국 진출이 더 늘어나 시장을 완전히 잠식하기 전에 한국 게임사들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