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 분양수주전도 연초부터 더욱 가열되고 있다. 정비사업을 겨냥한 각종 대책들로 올 한해 정비사업의 수주와 진행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후 몇 년간의 ‘먹거리’ 확보를 위한 건설사들의 소리없는 전쟁은 점차 한강 이북지역의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과 수도권 등 지방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대형건설사들 역시 상호간 경쟁을 피하던 방식에서 점차 공격적으로 ‘알짜배기’ 재건축 재정비 지역의 수주에 나서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 등이 과열 수주에 대해 경고한 상황에서 수주 양극화와 대형건설사 간의 경쟁도 심화되면서 결국 세부적인 디테일에서 향후 수주전의 승리가 갈리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조건 1. ‘공룡’의 독식, 대형건설사 싹쓸이 심화

올해 1월 서울 은평구 신사동과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서는 이미 두 건설사가 수주 개가를 울렸다. 그 중 한곳이 11일 은평구 신사동의 신사1구역 정비사업이다. 두산건설이 금호산업을 꺾고 정비사업의 수주권을 따냈다. 신사1구역은 면적 2만3174㎡ 구역에 아파트 424가구를 짓는 정비사업으로 공사비만 약 900여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런 소규모 재건축 사업에 중대형 건설사들의 진출 역시 가속화되면서 소형 건설사들은 상대적으로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심화됐다는 것이 업계관계자의 설명이다. 강서구 등촌동 등촌1구역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3월 공사비 1240억원 규모의 등촌1구역 재건축 사업 입찰에서는 현대건설, 한화건설, 반도건설, STX건설 등 4개 건설사가 입찰에 응했지만 시공능력평가에서 가장 앞서는 현대건설이 결국 수주에 성공했다. 반도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계약을 포기해 2019년 현대건설이 시공사가 된 것이다.

김구철 미래도시시민연대 재건축지원조합단장은 대형 건설사가 기존의 소형건설사들의 시장을 침탈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고 양극화도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서울의 수주 물량이 줄어들고 있어서 시공사간의 물량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다보니 중소업체들은 수주가 어려워져 회사 유지까지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조건 2. 행정청과 조합 두 마리 토끼 잡아야

▲ '한남자이 더리버' 조감도. 출처 = GS건설

연초부터 수주현장에서 과열양상이 이어지면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다시 규제의 칼날을 빼들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이번에 시공사를 막 선정한 ‘한남하이츠’ 정비사업의 입찰과정에 조사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어떤 사업장이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조사나 제제 등에 들어갈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이 와전된 것”이라는 입장을 기자와의 통화에서 밝힌 바 있다.

한남하이츠 조합 관계자 역시 “사실이라면 우려스럽지만 GS건설은 국토부나 서울시에 모두 질의한 후 가이드에 따라 움직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조사 가능성은 현재 매우 낮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GS건설은 현대건설과의 입찰경쟁에서 신승 끝에 성동구 옥수동의 ‘한남하이츠’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로 최종 선정된 바 있다. GS건설은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총회 참석 인원 중 55.1%의 찬성을 얻었다. 연면적 18만2000㎡ 가량의 부지에 지하6층~지상20층 10개동의 790세대를 건설하는 공사로 공사비는 3287억원에 달한다.

현대건설은 당초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인 디에이치 브랜드를 적용하고 에스엠피디 등 세계적인 건축설계회사가가 제시한 설계안과 함께 공사비 상환순서도 후상환 등을 제시했지만 결국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GS건설이 해당 조합에 오랜기간 공을 들인 점 이외에도 GS건설이 강조한 가이드라인 준수가 과열수주 경쟁으로 지목받을 것을 두려워했던 조합원들 사이에서 주효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남하이츠 조합 집행부 관계자는 “GS가 과거 창립총회 등에서 참석하는 등 오래전부터 이 지역에 공을 들였다고 생각하는 조합원들이 많았던 것이 작용했다고 본다. 아무래도 수주 과열에 따라 혼탁해지면 규제의 과녁이 될 것이라 염려한 조합원도 많았는데 GS가 홍보 등에서 조합이 제시한 가이드라인 등을 잘 준수했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강북지역 ‘최대어’ 한남3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역시 합동조사 등의 여파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해당 조합이 향후 사업 준비에 다시 매진하면서 건설사들도 새로운 수주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 한남뉴타운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한남3구역 정비사업을 준비하는 건설사들은 모두 재입찰에 나서는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입찰과정에서 대한 국토교통부 등과 서울시 등이 계속해서 강력한 감시를 이어갈 것임을 천명한 만큼 건설사 뿐만 아니라 조합도 상당히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건설사 관계자는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입찰에 참여할 해당 건설사들이 국토교통부 등의 가이드라인을 최대한 맞추면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것이 중론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이나 입찰에 참가하는 건설사 모두 행정청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 우선 전반적으로 기존 입찰제시안과 현장설명회의 조건이 많이 상이해질 가능성이 크다. 국토교통부와 인허가청인 서울시 등의 기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서 어느 건설사가 조합에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를 제시하느냐가 수주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건 3. 수의계약 등 수주전략도 다변화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도 지난 1월 현대엔지니어링이 입찰을 포기하고 롯데건설만 입찰에 응하면서 연이은 유찰로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은 상황이다. 해당 조합이 두 번째 유찰을 거치면서 재입찰 외에도 수의계약이라는 복안도 선택가능하게 됐다.

현재 수의계약 대상으로는 두 번째 연속해서 입찰을 시도한 롯데건설이 점쳐지고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수의계약이라는 선택지가 매력적인 것은 분명하다. 조합에서는 재입찰로 유리하게 입찰을 진행하자는 의견도 있는 만큼 조합의 처분을 신중하게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여론을 조성하면서 수의 계약쪽으로 판세를 돌리려는 반응도 있다고 한 조합 관계자가 귀띔하기도 했다. 여전히 조합 다수는 재입찰을 선호하지만 시일이 걸리는 만큼 비교적 더 빠른 진행이 가능한 수의계약으로 진행하자는 목소리가 더욱 커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해당 조합의 관계자는 “내부적인 여론은 진행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수의계약을 밀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고 여론 몰이 등도 강해지는 것 같다. 일부는 지난 첫 번째 입찰 등에서 조합에 유리한 제안 등이 오갔는데 그런 이점을 포기하면서 해야하냐는 반응도 있다"면서도 “결국 재입찰 공고를 하자는 주장을 누군가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 롯데건설과의 수의계약 체결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아졌다”고 말했다.

3000억원 규모의 서대문구 홍은13구역 재개발 사업도 갈현1구역과 유사하게 HDC현대산업개발만 단독입찰해 유찰이 된 상황에서 수의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한 조합관계자는 “수의계약 여부 등을 포함해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수의계약 가능성을 내비췄다.

조건 4. “대형건설사간 경쟁심화...‘디테일’서 승부 갈릴 것”

강북지역을 포함한 서울 지역의 경우 특히 대형 건설사들의 충돌이 앞으로 잦아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견해다.

김구철 단장은 “대기업들이 200세대, 300세대 규모의 가로주택정비사업 같은 소규모 사업장 수주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기존에는 대기업 사이에는 수주 경쟁을 피하는 구도였다. 이전 재건축 재개발 중 70~80%의 현장은 특별한 경쟁없이 수주를 해나가는 상황이었다. 현재는 경쟁구도가 점차 심해지면서 사업장에서 여러 대형건설사들이 무리하게 수주하는 등 과열 양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주 환경이 치열한만큼 김단장은 향후 단순한 브랜트 크기나 품질 이외에도 조합원들의 입맛에 맞는 취향과 디테일 등이 수주 향방을 결정짓는 요소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김 단장은 “대형 건설사들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대형건설사들의 입찰제안도 점차 상향평준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건축비 등도 대기업 사이에서는 큰 차이로 벌어지지는 않는다”라면서 "더 이상 단순히 품질로만 수주전에서 승부하는 것은 힘들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따라서 수주전에서 결정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특성을 잘 알고 어필할 수 있는 곳이 향후 경쟁이 가속화된 수주전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는 “예를 들어 시공사 선정 총회 등에서 주부들이 결정권을 쥐게 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도 기존의 단순한 대형브랜드로 충분하지 않고, 주부들에게 더 잘 어필할 수 있는 부분, 사후 지원 등 세심한 디테일 등과 함께 감성적인 마케팅 등이 수반되어야 수주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