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웨이항공·에어부산 등 올해부터 중장거리 노선 진출
공급과잉·단거리 노선 포화 인한 수익성 제고가 목적
신규 노선 경쟁·기재 및 인력 비용 부담 등은 숙제

▲ 저비용항공사들이 중장거리 노선 진출로 돌파구를 찾는다. 출처=티웨이항공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지난해 공급과잉, 보이콧 재팬 여파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중장거리 노선 진출을 본격화한다. 이를 통해 신규 고객 잡기와 단거리 노선 경쟁 탈피 등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3일 국토교통부는 우한 폐렴에 따른 보건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과 중국 우한 간의 국제 항공노선 운항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재 인천~우한 간에는 대한항공과 중국의 남방항공이 각각 주당 4회 국제 항공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티웨이항공도 지난 21일 예정이었던 인천~우항 노선의 신규 취항을 연기하기로 한 상황이다. 

국토부가 우한 뿐 아니라 중국에 취항하고 있는 여타 항공사에 대해 격리대상자(의심환자 등)와 동행자에 대한 항공권 변경까지 요구하면서 항공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한일관계 악화와 홍콩 시위 등 정세 불안으로 단거리 노선 수요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우한 폐렴 사태로 중국 노선 수요까지 타격을 입게 될 수 있어서다.

업황 부진과 함께 공급과잉, 단거리 노선 포화 등 겹악재에 고심하던 LCC들은 취항 노선 다각화로 돌파구 찾기에 나서고 있다. 

앞 다퉈 중장거리 날개 펴는 LCC들

취항 10주년을 맞는 티웨이항공은 올해부터 중장거리 노선 진출을 본격 추진한다. 일본과 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의 수익성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LCC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펼쳐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중형항공기 도입을 통해 호주, 중앙아시아, 하와이 등으로의 노선 확장에 주력할 방침이다. 회사가 도입을 검토 중인 A330의 경우 최대 유럽 터키까지도 운항이 가능하다. 티웨이항공은 이미 운항, 객실, 정비, 전략, 구매부서 등이 참여한 전사적 TFT를 구성해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에어부산 또한 2월 말에서 3월 초 차세대 항공기인 A321neo를 도입하고 인천 출발 중거리 노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해당 항공기의 최대 운항 거리가 7400㎞로 다른 LCC 항공기보다 항속거리가 길어 싱가포르는 물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발리 등으로 운항이 가능하다. 

▲ 에어부산의 인천출발 노선들. 출처=에어부산

일본 노선 비중이 높아 지난해 직격타를 맞은 에어서울도 올해 베트남 꾸이년, 블라디보스토크, 대만, 중국 산동반도 지역 등에 신규 취항할 예정이다. 그동안의 국제선 단거리 노선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중거리 노선을 확대해 취항지를 다각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에어서울은 올해 A321 한 두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여기에 올 9월 신규 취항을 예고한 신생 LCC 에어프레미아도 지난해 보잉의 중형기인 B787-9 3대를 신규 도입한 바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애시당초 중장거리 노선 전문 항공사를 표방하며 출범했다. 에어프레미아는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 일본 오사카와 나리타, 홍콩 취항을 시작으로 2021년부터 미주 서부 지역 로스앤젤레스(LA)와 산호세 등 장거리 노선 취항에도 나설 계획이다. 

중장거리 노선, LCC 돌파구 될까

LCC들이 중장거리 노선확보에 나서는 이유는 명확하다. 공급과잉, 단거리 노선 포화 등으로 악화된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항공기 등록대수는 853대로 2018년 말(835대)과 비교해 18대(2.2%) 증가했다. LCC의 항공기 신규도입에 따른 영향이다. 일례로, 제주항공은 작년에 8대를, 티웨이항공은 5대를 신규 등록했다. 지금까지의 항공기 등록 증감추세를 볼 때 향후 4년 내 1000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예상이다. 여기에 신생 항공사인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와 등도 영업을 준비 중에 있다. 공급이 늘면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항공사들의 출혈경쟁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단거리 노선이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점도 LCC들의 중장거리 노선 확보를 부추겼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6년간 누적 내국인 출국자 수 1억4155만명 가운데 82%인 1억1164만명이 일본·중국·베트남을 포함한 단거리 여행지로 출국했다. 그러나 최근 ‘보이콧 재팬’ 여파로 여행객 비중이 높았던 일본 노선이 대폭 줄면서 동남아와 중국·대만 등으로 공급이 집중된 상황이다. 추가 수요를 이끌어 낼 신규노선 없이는 점진적인 수요 둔화가 불가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LCC들은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경쟁 강도를 낮추고자 중장거리 노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일찍부터 ‘장거리 LCC’라는 개념을 도입해 저렴한 가격으로 장거리 여행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공략하고 있다. 

예컨대, 말레이시아 쿠알라품푸르를 거점으로 하는 아시아 최대 LCC 에어아시아는 ‘에어아시아X’ 라는 말레이시아 발 중장거리 노선 전문 자회사를 설립해 서울 중공 호주 등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JAL(일본항공)이 오는 3월 29일부터 중장거리 LCC 항공사 집에어를 선보인다. 집에어는 내년 5월 도쿄(나리타)~타이 방콕, 7월 도쿄~인천 노선으로 시작해 2021년 북미 노선에 취항한다는 구상이다. 

▲ 최근 5년간 사업별 항공기 등록 추이. 출처=국토교통부

LCC 도전, 득(得) 아닌 실(失) 될수도

다만 일각에서는 LCC들의 중장거리 취항이 수익성 제고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LCC들이 신규취항 할 수 있는 중단거리 노선이 한정적이라 해당 지역에서의 경쟁이 더욱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몇 년 새 큰 인기를 얻은 베트남 다낭은 경기도 다낭시라 불릴 정도로 많은 한국인이 방문하고 있다. 지난 10월말 기준 인천~다낭을 오가는 항공편만 하루 30편이 넘는다. 이에 따라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특가 항공권 등의 출혈경쟁이 빈번한 상황이다. 중단거리 노선에서도 이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더불어 중장거리 노선을 취항을 위해선 새로운 기재와 인력,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말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FSC와 LCC를 이분화된 시장으로 봤지만 현재는 양측 시장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다. LCC들이 중장거리 노선을 넘보듯 FSC들도 중단거리 시장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장거리 노선은 현재까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독점해왔기 때문에 LCC들이 취항할 경우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소비자 편익은 늘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또한 “그간 대형항공사들이 취항하지 않았던 니치 마켓을 발굴해 소비자의 선택폭도 넓어질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