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추세와 달리 한국 ESS 시장규모는 축소”

ESS화재 원인규명 장기화되면서 국내 ESS 산업 위기

“불안 해소하고 민간 주도로 생태계 조성토록 해야”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에너지저장시스템(ESS)과 관련된 수요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7년 시작된 ESS 화재의 원인 규명이 장기화되면서 신(新)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ESS산업이 조기에 쇠퇴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ESS(Energy Storage System)는 배터리를 활용해 전기에너지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공급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전력 산업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부상한 ESS는 특히 전기 공급이 들쭉날쭉한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약점을 보완할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2일 발표한 ‘국내 ESS 산업 생태계의 위기’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ESS 시장규모는 2018년 11.6기가와트시(GWh)에서 지난해 16GWh로 37.9%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국내 ESS 시장은 지난해 3.7GWh로 1년 전 5.6GWh보다 오히려 33.9% 감소한 모습이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국내 ESS시장의 역성장은 연이어 발생한 화재사고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국내에서 총 28건의 ESS 화재가 발생했다. 가장 사고 발생이 많은 회사는 LG화학 15건, 삼성SDI 10건, 기타 3건 등이다.

정부는 ‘민·관 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위원회’를 꾸려 지난해 6월 ‘ESS 사고원인 조사결과 및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5건의 화재가 발생해 ESS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다시 조사에 들어갔고, 설 연휴 전후로 2차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결과 발표가 계속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ESS 시장에 대한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ESS 시장이 주춤한 사이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CATL, 비야디(BYD) 등이 ESS 투자를 확대하면서 업계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삼성SDI·LG화학 등 ESS용 배터리를 만드는 제조사의 경우 지난해 실적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여기에 양사는 지난해 말 ESS 화재 방지와 안전성 강화를 위한 특수 소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일회성 비용이 늘어 4분기 전지사업 실적이 부진할 전망이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ESS화재는 국내시장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배터리 및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경고하면서 문제의 원인으로 ▲단기 성과에 치우친 정부 정책 ▲자생력 부족 ▲테스트베드 미비 ▲유통·운영 관리 시스템부재 ▲정책적 일관성 부족 ▲정부 의존적 재정 구조 등을 꼽았다.

장 연구위원은 "ESS는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어 갈 제2의 반도체로 주목받았지만 현재는 산업 조기 쇠퇴가 우려된다"면서 "정부가 ESS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발화 원인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신규 ESS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을 마련하고, 위기대응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산업통상자원부 내에 설치해야 한다“면서 ”또한 기존 ESS사업장은 화재 원인이 명확히 규명될 때까지 감축운전을 하고 그 손실은 정부나 지자체 등이 보전해 정책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연구원은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 규제혁신 방향에 맞는 민간 주도의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포괄적인 네거티브 규제 ▲민관 테스트베드 구축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기술경쟁력을 고도화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