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손해보험사를 품고, 증권을 보강하면서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나고 있다. 비이자이익 기준으로 KB금융과 차이를 더 좁혀 3강 체제 입성을 노린다.

하나금융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교직원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더케이손보의 지분 70%를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인수가는 1000억원이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점은 하나금융이 국내 금융사 인수합병(M&A)에 뛰어든 것은 2012년 이후 8년 만이라는 사실이다.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에는 조직 안정 등을 이유로 M&A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NIM(순이자마진) 하락 속에서 비은행 부문의 강화 필요성이 절실해졌다는 분석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나금융의 경우 비은행 이익기여도가 낮고 최근 이루어진 대형 M&A가 없어 NIM 하락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하나금융은 KEB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생명 등 12개 금융 계열사를 두고 있지만 손보사만 없었다.

하나금융은 우선 손보사 라이선스를 취득한 뒤 장기적으로 더케이손보를 디지털 특화 보험사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더케이손보는 교직원공제회가 2003년 설립한 손보사로 온라인 자동차보험사로 시작했다. 2014년엔 종합손보사로 승격하면서 현재 일반보험과 장기보험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앞서 하나금융은 하나금융투자에 대해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역시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조치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 업무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을 하기 위해선 자기자본 요건 4조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하나금융투자의 지난해 9월말 기준 자기자본은 3조4396억원(별도 기준)이다.

이번 5000억원 유상증자를 통해 하나금융투자는 1분기 중 초대형 IB에 도전할 전망이다.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만기 1년 이내 어음을 발행할 수 있어 새 수익원으로 부상할 수 있다.

현재 발행어음 업무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3곳만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아 수행하고 있다. 

▲ 출처=에프앤가이드

더케이손보와 하나금융투자 자본 확대 등 공격적 행보로 비이자이익 부문에서는 업계 선두권에 있는 KB금융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난해 말 추정 하나금융의 비이자이익은 1조9290억원으로 KB금융(2조1330억원)과 2000억원 차이가 난다. 하나금융으로서는 비은행 부문 강화로 충분히 승부해볼 수 있다는 수치다.

그러나 더케이손보 인수 하나금융투자 증자가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도움이 되진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우선 더케이손보는 2년 연속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2019년 기준 손해율도 92.7%까지 오르면서 지난해 1~3분기에만 111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자동차보험에 편중된 사업구조도 개선되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기준 원수보험료 3697억원 중 약 63%(2331억원)가 자동차보험에서 나왔다. 장기보험 판매를 늘리기 위해선 자산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이럴 경우 하나금융의 추자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또 발행어음 업무를 따낸다고 해도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 시장 선점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2017년 11월 발행어음 사업자로 지정된 한국투자증권은 초창기 발행어음 시장을 독점하며 개인투자자를 끌어 모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발행어음 잔고는 6조원에 육박하면서 발행어음으로만 연간 수익 9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주사들이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융사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면서도 "꼼꼼하게 M&A로 인한 이득 규모를 따지고 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