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노성인, 이소현 기자] "지난해 왕이 외교부장이 방한하면서 지난 3년간 옭아맸던 한한령이 해제될 같아 이번 설이 중국인 손님을 맞이하는 대목이 재현될거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우한 폐렴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줄어들 것 같아 걱정만 쌓입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의 상반기 방한이 확정되면서 3년 전부터 양국 관계를 싸늘하게 식혔던 '한한령(限韓令)'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절을 맞아 중국 관광객이 3년만에 발걸음을 재개할 것이라고 한껏 기대했던 관광업계는 예상과 달리 큰 변화가 없자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기대감때문에 지난해말부터 올해까지 화장품·면세점·엔터테인먼트 등 중국 관련주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번 달 중국 인센티브 관광객이 5000명 방문하면서 기대가 피크를 쳤다. 이에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기간에 방한이 급증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업계는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막상 춘절을 앞둔 지금 관광업계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한령 3년만에 풀리나···춘절 맞아 중국인 관광객 대거 방한 기대했지만...

경복궁에 입장하는 중국인 관광객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현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일명 ‘한한령’은 2016년 미국이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한 것을 기점으로 시작되었다. 중국당국은 2017년 3월을 기점으로 순차적으로 한류 상품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현재 한국 여행사의 온라인 관광 상품 판매와 크루즈 관광 등이 금지되며 비공식적으로 단체 관광이 제한된 상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은 2016년 800만 명으로 최고점을 기록했으나 한한령을 기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 2017년에는 417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이후 2018년 479만 명, 2019년 1~11월까지 501만 명으로 증가하며 중국 관광객 수가 점차 회복되고 있으나 여전히 기존의 60%에 불과한 수치다.

최근 중국과 화해 무드가 조성되며 중국 관광·소비 관련 업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저번 달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방한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 시진핑의 한국 방문이 확정되면서 한한령이 완화되리라는 기대가 높아지며 화장품·면세·엔터 등 중국 관련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더불어 이달 초 중국의 선양 소재 회사인 이융탕(溢涌堂)에서 인센티브 관광으로 한국에 5000여명이 입국했다. 한한령 이후로 최대 규모다. 여기에 중국 춘절이 24일로 다가오며 기대감을 높였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춘절 중국 관광객 방문수를 지난해보다 2만 명 증가한 13만 명으로 예상했다. 무비자 내륙 방문이 허용된 제주도의 경우, 제주관광협회은 2만 7000명을 예상치로 내놨다. 지난해 춘절기간(2월 4~10일)에 비해 약 7000명 높은 수치다.

항공사·여행사 "춘절 특수는 글쎄?" "우한 폐렴으로  더 줄지도"

아시아나 항공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 노선이 10% 확충되었음을 고려할 때 전체 탑승객수는 증가했다고 보고 중국 노선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다만 지난해 중국 춘절은 2월로 정확한 비교는 아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번달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아시아나항공의 인바운드 탑승객 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이번 달 예약율은 80%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유사했으나, 중국 노선이 확충되어 전체 탑승객 수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올해 중국 인센티브 관광으로 중국이 관광객이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된 데 이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맞이했음에도 관광업계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항공업계는 지난해부터 중국노선 탑승객이 증가했다고 밝혔으나, 중국 단체 관광객을 주로 대상으로 영업하는 여행사는 춘절 기간 특수라 해도 예약율이 크게 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이번 달 중국 인바운드 예약율은 제주항공의 경우 60%를 기록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중국 노선 비중을 전체 14%에서 21%로 늘린 바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웃바운드의 경우 지난해보다 8% 감소했다"며 "인바운드의 경우 현재 예약율이 감소했으며 우한 폐렴 때문으로 추측하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중국 단체 관광객과 수익이 직접 연결되는 다수의 여행사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 단체관광객 여행사인 H투어는 춘절 기간 동안 회사 기준으로 예약이 크게 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한 폐렴도 겹친 상채"라며 “온라인 홍보가 가능해지면 회사도 여행 루트 다양화 등에 나서겠지만 한한령 해제가 확실하지 않은 지금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숙박 관련해서 신라호텔 관계자는 춘절 기간을 포함해 신라호텔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의 경우 "작년과 다르게 크게 나타나는 특이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명동의 L호텔 관계자도 이번 달을 기점으로 예약율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며 유사한 입장을 보였다.

우한폐렴으로 공공기관도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천관광공사는 "우한폐렴 등으로 관련 이벤트 등 추가로 준비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중국 분들이 많이 오신다고요? 잘 모르겠네요”···업계는 아직 신중

22일 조계사를 방문한 중국인 방문객들이 향을 피우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노성인 기자

중국 개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도 춘절 특수를 체감하진 어려웠다고 밝혔다. 현재 한한령 이후 개별비자로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한 상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체 중국인 관광객 중 개별관광객 비중은 92.4%로 조사됐다.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 여행정보를 얻는 경로 중 인터넷·앱을 통한 비중은 42.5%였다. 

관광지는 중국 최대 여행 정보 공유 플랫폼인 마펑워(马蜂窝)에서 발표한 ‘서울에서 꼭 가봐야 할 10선’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마펑워가 이용자들의 검색어를 분석해 만든 10선에 명동, 남대문시장 같은 잘 알려진 관광지 대신 조계사 템플스테이, 케이팝 댄스 배우기 등이 선정됐다. 관련 홍보 영상이 중국 배우인 쳉린(陳淋)이 직접 장소들을 방문하여 체험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서울 10선 영상 중 조회 수 1위는 조계사 템플스테이다. 하지만 조계사 템플스테이 담당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중국인분들은 예약하는 손님보다 당일치기로 왔다 가시는 경우가 많다”며 “중화권 관광객이 전체 관광객 중 30% 정도를 차지하지만, 작년보다 늘어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른 10선 중 하나인 케이팝 댄스 체험 관련 업체들도 한한령이 풀렸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했다. 외국인 대상 케이팝 댄스 체험 전문 업체 ‘리얼케이팝댄스(Realkpopdance)’는 “저희는 다양한 나라에서 오시기 때문에 중국 분들은 30%도 안 되는 것 같다”며 “이번 주(19~25일)만 해도 22일에 호주·프랑스분들, 24일에 대만 분들이 강습 예약을 하셨다”고 말했다.

10선 외에 한한령 이전에는 중국인이 많이 찾던 관광지 중 손에 꼽히던 박물관이 살아있다 인사동 본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체험행사 담당자는 “여행사에서 단체로 방문하시는 경우가 많다”며 “24~25일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오실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작년보다 많이 오신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경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의 3월 방한을 한한령이 풀리는 신호라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건 사실이다”라면서도 “중국 관광객이 늘어날지는 시진핑 주석의 결단에 달려있어서 아직 확실하게 풀린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