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의 스마트폰이 해킹당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범인은 사우디 아라비아 권력자이자 미스터 에브리씽(Mr. Everything)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라는 주장이다. 사우디는 즉각 부인했다.

영국 가디언 및 주요 외신은 21일(현지시간) 베조스 CEO의 스마트폰이 해킹됐으며, 정밀 감식한 결과 빈 살만 왕세자가 보낸 메시지에 악성코드가 담겼다고 보도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주진모 등 일부 연예인의 스마트폰이 해킹되어 내부 자료가 유출, 큰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비슷한 사건이 글로벌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CEO의 스마트폰에서도 벌어진 셈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09년 현 국왕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가 리야드 주지사를 지낼 때 특별고문을 맡아 정치 수업을 받았으며 2015년 살만 국왕이 80세의 나이로 즉위하자 사우디 정계의 전면에 나선 인물이다. 왕위 계승 서열 1순위인 이복동생과 50대 조카를 폐위시킨 살만 국왕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정적으로 부상하던 11명의 왕자들을 체포해 숙청하기도 했다.

1985년생의 젊은 나이에 걸맞게 중동 수니파 패권국인 사우디의 개혁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여성들에게 운전을 허용해 중동의 우버와 같은 카림이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준 ICT 친화적 인물로도 꼽힌다. 2016년 4월 중장기 경제발전계획인 비전 2030도 발표해 실리콘벨리에 필적하는 데저트벨리 구성에 집중하고 있으며 현재 사우디에서 아버지인 살만 국왕을 제외하면 그에게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평가다. 그러나 그가 베조스 CEO의 스마트폰을 해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은 크게 확산되고 있다.

사건은 2018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는 사우디를 비판하는 칼럼을 베조스 CEO가 보유한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하며 빈 살만 체제를 규탄했다. 이 때 빈 살만 왕세자의 개인 왓츠앱 계정에서 베조스 CEO로 메시지가 도착했고, 해킹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5개월이 지난 2018년 10월 자말 카슈끄지는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살해당했다. 그 배후에는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는 말이 나왔고, 그가 주도하는 비전펀드에 참여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1월 아메리칸미디어(AMI) 산하 타블로이드지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베조스 CEO의 은밀한 사생활을 폭로하는 보도를 한다.

업계에서는 2018년 5월 베조스 CEO의 스마트폰에 빈 살만 왕세자가 악성코드를 담은 메시지를 보내 사생활 정보를 수집했고, 이 정보를 내셔널 인콰이어러에 흘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보도가 나온 직후 아마존 보안팀이 베조스 CEO의 스마트폰을 정밀감식해 알아냈다는 설명이다. 여러가지 정황을 종합하면, 빈 살만 왕세자가 베조스 CEO의 약점을 잡아 워싱턴포스트를 소유한 그를 통제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 정부는 부인하고 있다.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관은 즉각 SNS를 통해 베조스 CEO 해킹 가능성을 두고 "터무니없다"며 "모든 사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조사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