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애플의 대형 협력사인 페가트론이 최근 중국을 떠나 베트남 공장 설립에 나서는 등, 글로벌 제조사의 탈중국 행렬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의 근본적인 변화가 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중국 경제의 경고등이 커지고 있다. 출처=갈무리

탈중국...중국의 고민
테크뉴스 등 중국 언론은 22일 페가트론의 베트남 공장 설립 소식을 보도하며 최근 이어지는 제조사들의 탈중국 행렬을 우려했다. 실제로 페가트론은 베트남 하이퐁 일대에 공장을 건설했으며 추가 부지 선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가트론은 애플 기기의 30%를 제조하는 곳이다.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1단계 미중 무역합의를 맺으며 큰 고비를 넘겼다는 말이 나오지만, 제조사들의 탈중국 행렬은 자국 경제에 또 다른 리스크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중국 경제가 크게 휘청이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고민이 크다.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전년 대비 2019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1로 집계됐으며, 이는 29년만에 최저치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6.0%에서 6.5%의 연간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약속은 지켰지만 비교적 빠른 경기 둔화 추세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초 2조1500억 위안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2조 위안 수준의 감세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역부족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아직도 여전한 미중 무역전쟁 가능성과, 제조사들의 탈중국 행렬까지 겹쳐지며 당혹감은 배가되고 있다는 평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제조사들의 탈중국 행렬을 막을 현실적인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인의 GDP는 1만276달러를 기록했고, 본격적인 샤오캉 시대(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윤택한 삶을 누리는 시대)로 접어든 것 같다. 그러나 소위 중진국의 저주가 발목을 잡은데다 부의 불평등을 측정하는 지니계수는 0.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나아가 14억명의 인구대국 이면에는 급격한 고령화 시대가 자리하고 있다. 60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8%며, 지난해 출생률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건비가 크게 늘어나며 제조사들의 중국에 대한 매력도가 반감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시진핑 주석. 출처=갈무리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의 변화?
중국은 미중 무역합의를 기점으로 지식재산권 보장 및 글로벌 기업에 대한 혜택 확대를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 타이틀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러나 급격한 고령화와 치솟는 인건비 등 많은 요인으로 인해 중국이 누려오던 세계의 공장 타이틀은 위태로운 것이 사실이다. 

업계에서 중국을 두고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의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는 서구사회에서 기획한 제품이 중국을 거점으로 하는 제조사들의 손을 거쳐 시장에 나왔다면, 이제는 그 생산 거점이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로 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중국이 제조의 메카가 아닌 소비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으며, 1차 및 2차 산업에서 3차 및 4차 산업으로 국가 경제 체질이 변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