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먹지 않고 붙이는 '패치형' 치매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패치형 치료제가 먹는 약과 동등한 수준의 효능을 발휘하면서 치매치료제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흔히 고령이 대다수인 치매 환자는 약을 뱉거나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또 치매에 걸리면 정해진 복약 시간과 횟수를 지키기도 어렵다. 하루에 한 번 파스처럼 등이나 어깨에 붙이는 치매패치제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 SK케미칼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치매치료 패치 ‘SID710’. 출처=SK케미칼

국내 제약사 출시 경쟁 치열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패치형 치매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이큐어,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등이 도네페질 성분의 치매패치제 개발에 뛰어들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도네페질은 알츠하이머 질환에 효과를 나타내는 치매 치료제다. 뇌에서 기억, 인지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도록 돕는다.

도네페질은 현재 경구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아직 패치형 치료제로 개발되지 못했다. 도네페질 성분의 경구용 의약품은 치매치료제 시장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 인기가 높다.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에 성공한다면 세계 치매치료제 시장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내에서 도네페질 치매패치제 개발이 가장 빠른 기업은 아이큐어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도네페질 패치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도네페질 치매 치료제를 경구제에서 패치제로 용법만 바꾼 형태이기 때문에 무난히 식약처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 임상 1상에서 도네페질 패치제의 혈중농도가 경구제에 비해 유효농도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게다가 해당 도네페질 패치제는 TDDS(Transdermal Drug Delivery System, 경피약물전달체계) 기술을 접목해 약물의 전달 주기를 일주일에 두 번으로 늘렸다. 이 회사는 빠르면 올해 하반기 도네페질 치매패치제를 세계 최초로 선보일 전망이다.

동아에스티와 대웅제약도 한 번 붙이면 일주일간 효과가 지속되는 도네페질 패치제 개발에 가세했다. 두 회사 모두 국내에서 도네페질 패치제의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도네페질 개량신약으로 제형을 정제에서 패치제로 개선했다. 또 매일 먹어야 하는 경구용과 달리 붙이고 있으면 약효가 일주일간 지속되도록 개발 중이다.

▲ 국내 치매치료제 시장현황 추이. 출처=SK증권

SK케미칼 성공경험 밑거름 삼아야

인구 고령화로 인해 전 세계 치매 치료제 시장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 모니터 헬스케어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 치매환자 수는 230만 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치료제 시장 규모만 연간 4조원에 육박한다.

이에 다국적 제약사들은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위해 치매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를 맛보고 있다. 치매 치료제 개발은 실패율 99%에 이르는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여겨진다.

도네페질 패치제 역시 개발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네페질 치매 치료제의 오리지널 제품인 '아리셉트'를 만든 에자이도 패치형 개발에 3번이나 실패했을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패치형 치매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SK케미칼이 2010년 국내 최초로 리바스티그민 성분의 패치형 치매 치료제 ‘SID710'를 개발했다. SID710은 알약 형태의 경구용 제품과 등등한 효과를 발휘하면서 위와 간에 부담이 적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SK케미칼은 SID710으로 유럽(2013년), 호주(2016년), 캐나다(2018년)를 비롯해 19개국에 진출해 24개 제약사와 판권 및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종 시판 허가까지 받으며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패치형 치매 치료제의 시초는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가 2007년 개발한 리바스그티민 성분의 '엑셀론'이다. 높은 기술장벽 때문에 경쟁사들의 동일 제형 제품개발을 통한 시장 진입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2012년 SK케미칼은 자체 TDDS 기술을 바탕으로 SID710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EU생동성 시험을 통과하며 유럽 내 첫 번째 제네릭으로 허가를 받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SID710은 유럽 내 동일 성분∙제형 복제약 시장에서 약 50%의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SK케미칼의 성공 사례가 향후 국내에서 도네페질 패치제 탄생의 밑거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충우 SK증권 연구원 "화이자, 머크, 존슨앤존슨, 로슈, 일라이 일리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치매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지만 대부분 ‘임상 실패’를 선언하면서 기존 치매치료제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며 "아이큐어 등 국내 기업들이 도네페질 패치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상업화 이후 매출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