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환경 악화에도 적자폭 계속 줄어
배재훈 사장 조직개편 등 도약 기반 닦아
초대형 컨 투입·‘디 얼라이언스’ 활동 기회

▲ 현대상선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출처=현대상선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18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며 부진한 성적을 기록 중인 현대상선이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해운 동맹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 가입으로 인한 영업 확대, 12척의 초대형 선박 투입, 컨테이너선 시황 회복세 등 호재가 맞물리면서 실적 개선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현대상선, 적자폭 줄이며 재도약 준비 

21일 배재훈 현대상선 대표이사는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사옥에서 열린 출입기자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도 대내외 환경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다”면서도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25% 이상 개선되고 영업이익은 3분기에 흑자 전환한 뒤 4분기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 기대감을 내비쳤다. 

현대상선은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18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4477억원, 영업손실 466억원, 순손실 1242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4분기에도 영업손실이 유력해 19분기 연속적자가 예고된 상황이다. 

현대상선의 적자 지속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위기 이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컨테이너 시황이 이유로 꼽힌다. 경기 둔화로 물동량이 줄면서 선사간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는 공급과잉으로 인한 운임 하락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최근에는 미중 무역전쟁 등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물동량도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도 현대상선의 적자 폭은 꾸준히 줄고 있다. 2018년 3분기와 2019년 3분기 실적을 비교해볼 경우 매출은 219억원 늘었고 영업손실은 765억원 감소했다. 순손실 규모도 425억원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3.2%를 기록, 전년 동기(-8.6%)대비 5.4%포인트, 전분기(-8.1%)대비 4.9% 개선됐다. 

특히, 지난해 3분기의 경우 벌크부문은 새로 도입한 초대형유조선(VLCC) 5척을 투입한데다 시황 급변에 따른 운임 반등 덕분에 266억원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또한, 글로벌 선사들의 공급과잉과 운임 경쟁으로 컨테이너 운임 종합지수(SCFI)가 10%나 급락한 가운데서도 이례적으로 적자폭은 줄었다.

▲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지난해 3·4분기(7~9월)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일본 수출규제 등 불안정한 글로벌 교역 환경에도 선방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지난해 3월 배재훈 사장 취임 이후 주요 임원 교체 등 조직개편과 더불어 효율적인 선대관리, 고수익 화물 확보 등 경영 전반에 대대적인 개혁을 실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전 삼성SDS 스마트물류사업부장 등 30년 경력의 물류전문가인 김진하씨를 물류서비스전략TF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또한 SWAT(Strategic Work Activity TF)실과 물류서비스전략TF을 새로 설치하는 등 조직 정비에도 나섰다. 이 밖에 효율적인 선대 관리는 물론이고 TEU당 50불 수익 개선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 등 비용절감 노력을 전사적으로 시행 했다. IMO2020 환경규제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스크러버 설치도 마쳤다. 

업계에서는 2020년부터 하반기부터 현대상선의 흑자 전환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만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대형 선박이 본격 투입되는데다 ‘디 얼라이언스’ 가입으로 인한 영업 확대, 컨테이너선 시황 회복세 등 호재가 차례로 기다리고 있어서다. 

하반기 흑자 전환 가능할까… 초대형 컨선 투입·해운동맹 가입 등 호재

우선 현대상선은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4월 말부터 매주 1척씩 아시아~유럽 노선에 투입해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2만4000TEU는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하는 컨테이너선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현대상선이 2020년 12척과 2021년 8척, 총 20척의 선박을 모두 투입하고 나면 늘어나는 선복량만 39만6000TEU에 달할 전망이다. 해당 선박들은 아시아~북유럽 항로에 투입된다. 

한 번에 많은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초대형 선박을 확보하면 고정비 원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인한 유류비 절감, 운임 경쟁력 강화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 디 얼라이언스와 2M+H 차이 비교  출처=현대상선

4월부터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의 정회원이 된다는 것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물량확보는 물론 새로운 노선 개척과 고객사 확보로 서비스네트워크가 강화될 수 있어서다. 

현대상선은 최근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로부터 디 얼라이언스 가입을 승인받으며 하팍로이드(독일), ONE(일본), 양밍(대만) 등 글로벌 선사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됐다. 

현대상선은 2017년 4월부터 ‘2M 얼라이언스’와 ‘2M+H(현대상선)’라는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했지만, 정식 회원이 아닌 준회원 자격이라 선복 공유 등 협력에 제한을 받았다. 그러나 ‘디 얼라이언스’ 가입으로 대형 선사들과 선복을 공유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유럽 등 새로운 지역을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 얼라이언스’는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 지중해, 북아메리카, 중앙아메리카, 중동, 홍해, 인도 등 전세계 78개 항만에 기항하며, 총 33개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상선은 약 27개 노선에 서비스를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상하이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 추이 갈무리. 출처=SCFI홈페이지

살아날 기미를 보이는 컨테이너선 시황도 호재다. 컨테이너선 시황은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부침을 겪어왔다. 지난해 1월 940포인트로 시작했던 상하이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등락을 지속하다 3월 들어 700포인트대로 하락했다. 물동량이 줄어든 가운데 이를 따내기 위한 선사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운임경쟁도 가속화됐다.  

그러나 작년 11월 말부터 최근까지 SCFI의 오름세는 이어졌다. 현재는 중국 춘절 효과가 끝난 데다 계절적 비수기가 겹치면서 10일 1002.58포인트 까지 올랐던 SCFI는 17일 기준 990.68로 소폭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그러나 IMO2020에 따른 저유황유 사용이 확산됨에 따라 SCFI 낙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해운업황을 쥐락펴락한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협상 합의문에 서명하는 등 해결 분위기를 띄고 있다는 점도 컨테이너선 시황 회복설에 힘을 싣는다. 실제 해양진흥공사도 지난해 803포인트를 기록한 SCFI가 올해 2.7%가량 오른 825포인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미국 이란 갈등 등 글로벌 이슈가 변수로 남아있어 안심하고 낙관하기는 어럽겠지만 지난해보다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느냐”며 “국내 해운업계가 한진해운 파산 이후 부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어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