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 호흡기증후군, 일명 우한 폐렴)가 확산 조짐에 중국 경제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주식시장 불안감이 커지면서 21일 아시아 주요 증시가 급락 마감했다.

홍콩항셍지수(-2.55%)를 비롯, 중국상해종합지수(-1.31%), 일본 니케이225지수(-0.91%), 인도네시아IDX종합지수(-0.74%) 등이 하락했다.

아시아·태평양 주식시장은 제 2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과도한 공포감은 경계하라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홍콩 무디스 신용등급 강등까지 겹치며 신용경색 일파만파

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22.95포인트(1.01%) 내린 2239.69로 장을 마쳤다. 4거래일 만의 하락이다.

일본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대비 218.95포인트(0.91%) 하락한 2만3864.56으로 거래를 마쳤다. 토픽스(TOPIX) 지수도 9.19포인트(0.53%) 떨어진 1734.97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면서 1.20% 속락 개장했던 홍콩 항셍지수는 776.06포인트(-2.70%) 하락한 28019.85로 장을 마감했다.

이에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며 중국 증시에도 여파가 미쳤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3.65포인트(1.41%) 하락한 3052.14로 장을 마감했다. 선전성분지수는 162.47포인트(1.46%) 내린 1만0953으로 거래를 마쳤다. 창업판지수도 15.15포인트(0.76%) 미끄러진 1967.03으로 장을 마쳤다.

그런가 하면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하향 조정한 것도 지수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추정치 대비로는 0.1%포인트 하향 조정하며 세계 경제 낙관론도 다소 후퇴했다.

감염공포로 중국 경제 위축 불가피...사스 당시 인근국도 타격

지난 주말 중국에서는 우한 폐렴 감염에 따른 4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21일 현재 중국 내에선 모두 219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국 보건당국은 대규모 인구 이동이 있을 최대 명절인 춘절(설)을 앞두고 확산 방지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감염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출처=한국투자증권

중국은 불과 일주인 전인 지난 15일 미국과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했다. 미중 무역전쟁 발발 18개월 만에 이뤄낸 정치적 합의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지난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파동 때처럼 악화한다면, 무역합의 경제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특히 폐렴의 사람 간 전염 사실이 새롭게 확인되면서 경제적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CNBC방송은 이날 우한 폐렴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중국 경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미즈호 은행의 비슈누 바라단 아시아경제전략실장은 이날 CNBC방송에서 “사람 간 전염이 이번 사태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면서 “중국 최대명절인 춘절을 앞두고 이번 사태가 불거졌다. 감염 불확실성으로 인한 '공포 요인'으로 중국 내 경제활동이 급속도로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지브 비스와스 IHS마킷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03년 사스 위기는 당시 중국 경제성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면서 "또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 경제에도 타격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우한 폐렴도 비슷한 파급력을 몰고 올 수 있다며, 취약 분야로 소매업·식음료·항공업계 등을 들었다.

로이터통신은 “사스 사태로 인해 지난 2013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거의 1%포인트 감소했다”면서 “사스로 인한 아시아권 여행·관광·소매업 피해액만 180억달러(약 21조원) 규모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중국의 정치체제는 바이러스 사태에 면역력이 약하다"며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이 확산하면서 중국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르스 당시 증시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공포감 경계해야

우한 폐렴 확산에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상황 가운데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과도한 공포감을 경계하라고 말했다.

▲ 출처=한국투자증권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03년 사스 확산 당시에는 국내 경제와 주식시장이 일시적으로 충격을 받았지만, 2015년 메르스 확산 때에는 경제와 주식시장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방역 강화 등 빠른 대응으로 과거와 달리 전염병의 확산 위험이 크지 않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박 연구원은 “폐렴이 확산된다면 중국 경기가 일시적으로 불안해지면서 국내 경제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주겠지만 아직까지 중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면서 “춘제 이후 우한 폐렴의 추가적 확산 여부와 이에 따른 중국 경기 동향을 좀 더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출처=한국투자증권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선 백신, 마스크 등 관련 테마에서 상한가종목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이는 단기적으로 건강관리 테마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를 선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건강관리는 약품 수요 호황으로, 인터넷과 통신은 외출 빈도 감소에 따른 활용 증가로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그는 “아무래도 중국에서 발생한 질병이다 보니 중국인 소비 모멘텀이 이전보단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간 강세를 기록했던 화장품, 면세점, 호텔 등 중국 관련 소비주는 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메르스 사태를 돌아보면 이런 추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건 아니다”라면서 “아마도 변곡점은 질병과 관련된 격리 및 치료대상이 감소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 지점 이후로 주가 하락폭을 메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실제로 폐렴 이슈가 2016~2017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급감과는 다른 형태이기에 중국 소비주의 단기 조정에 대해선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