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회 개인전 2017 세종호텔 세종갤러리 전시전경/Full Scene of 29th Solo Exhibition-2017 Sejong Gallery, seoul

작가로서 허진은 일찍이 사회적 현실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특히 ‘익명인간’으로 대변되는 일련의 연작들은 그의 관심과 지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들로 각인되어 있다.

현실에 대한 주관적 해석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더듬어 감과 동시에 치열한 역사 인식을 통해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민초들의 삶을 조망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현실과 사회에 대한 인식은 그의 예술 역정에 있어 일관되게 견지되고 있는 주요한 테마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이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다양한 실험과 모색의 점철로 나타나고 있다.

예의 복합적이고 중의적인 화면은 바로 이러한 결과물들의 구체적인 실체인 셈이다. 이는 그의 태생적 조건에서의 이탈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른바 ‘노마드’적 예술역정의 시발인 셈이다.

근작에 이르러 그의 작업은 또 다른 지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이 여실하다. 이미 일정기간 천착하며 점차 특유의 형식을 구축하고 있는 새로운 작업들은 현대문명의 과학적 성취에 대한 성찰이다.

‘이종융합 + 유토피아’로 명명된 일련의 작품들은 과학의 발전에 따른 생명의 본질에 대한 심중한 의미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서로 다른 개별적 정체성을 지닌 생명에 대한 과학의 개입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바로 그것이다.

주지하듯이 오늘날 우리가 실감하고 있는 문명의 발달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환이라는 상징적 의미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경이를 넘어선 경악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는 과거 경험해 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그 한계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명의 발달이 과연 인류의 행복을 담보하는 복음인지, 아니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인지에 대한 그의 사유는 결국 ‘유토피아’라는 이상적 공간을 제시함으로 귀결되고 있다.

오늘날 문명이 전적으로 서구적 자연관에 기인한 것을 상기한다면, 작가(ARTIST HUR JIN,許塡,허진 작가,한국화가 허진,HUR JIN,허진 교수,허진 화백,A Painter HUR JIN)가 제시하고자 하는 ‘유토피아’의 이상은 바로 상생(相生)과 상의(相依)를 전제로 한 동양적 자연관임을 어렵지 않게 상상해 볼 수 있다.

△김상철(동덕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