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보다 한 달 가량 미뤄진 17일 입찰 시작
4대 유통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치열한 '눈치 게임'
그러나 수익성 의문 여전...조건 바뀌지만 인천공항은 여전히 '갑'
"치열한 사업권 획득 경쟁 의미 있나" 목소리도    

▲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구역 신라면세점.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하 인천공항, T1) 면세점 사업권 입찰이 지난 17일부터 시작됐다. 이번부터 달라지는 면세점 운영 조건은 기업에게 유리한 부분이 있어 주요 면세업체들은 이번 입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국가의 ‘관문’이라는 상징성은 있지만 수익성이 낮기에 기업들이 수천억 단위의 돈을 써 가며 면세점 사업권 획득 경쟁을 하는 것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과연 인천공항 면세점은 기업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 독이 든 성배일까. 

인천공항 면세점 입지의 ‘장점’ 

면세점의 입지로 인천공항은 전 세계 최고의 요건을 자랑한다.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열린 ‘공항 여객터미널 엑스포(Passenger Terminal EXPO)’에서는 전 세계 국제공항 고객 1300만명을 대상으로 각 공항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해 그 순위를 발표했다. 여기에서 인천공항은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 일본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교통과 물류의 중심으로서 인천공항의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으며 최근에는 ‘동북아의 허브’라는 별칭으로도 불리고 있다. 여기에 약 7117만명의 연 방문객 수와 더불어 2018년 단일공항 기준 면세점 매출 약 2조6000억원으로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입찰부터 인천공항은 두 가지의 조건을 변경했다. 첫 번째는 임대료 산정 방법의 변경이다. 그간 인천공항은 각 면세점 입점 업체들에게 연간 기준으로 고정 액수의 임대료를 받아왔다. 이번 입찰부터 인천공항은 공항에 입점하는 면세업체들에게 수익의 일정 비율을 받는 식으로 임대로 정산 방법을 바꾼다. 두 번째는 사업권 운영 유지 기간의 변경이다. 이에 따라 그간 5년이었던 면세점 사업권 유지 기간은 10년으로 늘어난다. 일련의 변동사항은 면세업체들의 입점과 입찰경쟁 부담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인천공항은 분명 면세 기업들이 탐낼만한 조건들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다. 

독이 든 성배 

오만 가지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인천공항이라고 할지라도 면세점으로 기업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 사실 각 기업들이 기를 쓰고 사업권을 따내야 할 이유는 없다. 그간 인천공항은 좋은 입지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입점 기업들에게 많은 것들을 가져갔고 지난 몇 년동안 계속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지난해 공개된 인천공항의 수익 비중이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인천공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2018년 총 수익 2조6511억원을 기록했는데 그 중 ‘본업’인 항공수익은 8922억원이었다. 이는 전체의 약 33.7% 비중이다. 그런가 하면 항공운영 외의 수익은 1조7589억원으로 전체 66.3%를 차지했고 이 중 92.4%는 면세점 등 상업시설 임대로 발생한 수익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본업의 두 배 가까운 수익을 공간을 빌려주는 것으로 올리고 있는 것이다. 

▲ ㅊ인천국제공항 개항 이후 연도별 항공수익, 비항공수익 추이. 출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특히 많은 수익이 발생하는 면세점에 대해 인천공항은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한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당시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는 제1여객터미널 DF3 권역의 면적 1㎡당 임대료는 월 16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감정원 평가 기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임대료가 높은 상권으로 여겨지는 서울 명동 1층 매장 평균 월 임대료 10만2200원보다 156배 높은 수준이다. 그렇기에 한동안 면세업계에서는 인천공항의 임대료 ‘갑질’이 너무 심하다는 불만들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2018년 중국 발(發) 사드 보복으로 매출이 급감한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운영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반납했을 때, 계약상으로 인천공항의 잘못이 없음에도 롯데에 대한 동정여론이 조성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번 입찰부터 달라지는 운영 방법으로 면세업체들의 부담감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는 있지만 인천공항은 수익 대비 임대료 비율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가뜩이나 국내 면세사업이 극소수 대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점점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 기업들의 치열한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 경쟁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라는 부정적인 해석도 나오고 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면세점과의 갈등 그리고 지난해 국감으로 많은 비난을 받은 것을 감안해 인천공항이 새로운 운영과 입찰 조건을 제시했으나, 지난 십 수 년 간 유지해 온 ‘갑’의 입지를 인천공항이 단번에 내려놓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면세업체는 아무도 없다”라면서 “예전보다 누그러들기는 했지만 중국의 한한령은 여전하고 시내면세점의 수익성도 계속 줄어들고 있어 공항면세점의 수익성 전망도 밝지는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