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20일 SK텔레콤 계열인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합병을 승인했다. 전체회의를 열어 병에 대해 14가지 조건과 3가지 권고사항을 부여해 사전동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 티브로드가 SKB의 품에 안긴다. 출처=SKB

전격적 합병승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2월 두 회사의 합병을 전격 승인한 바 있다. 합병 인가 및 태광산업의 합병법인 주식취득(16.79%)에 대한 인가 심사를 진행하며 기간통신사업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이용자 보호, 재정·기술적 능력과 사업 운용 능력의 적정성, 정보통신자원 관리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는 설명이다.

방통위도 조건을 달았다. 권역별 지역채널의 광역화를 금지하고 PP 평가기준 등 마련시 PP의 의견이 반영된 입증자료를 제출하도록 했으며 수신료매출액 대비 PP프로그램 사용료 비율도 공개하도록 조치했다. 권고안도 있다. 방송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해 합병회사의 사외이사로 임명하도록 했으며 지역방송, 지자체 및 시청자미디어센터의 협력체계도 구축하도록 했다.

과기부와 방통위 모두 사업 적격성은 물론 시장 확장에 따른 폐혜를 걷어내고 지역 미디어성을 살리는 한편, PP와의 상생을 전제한 분위기다. 한 때 방통위는 두 기업의 결합을 두고 과기정통부 수준의 열정을 보여주지 않았으나, 유료방송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산업계의 설득에 ‘전격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이후에도 IPTV와 케이블TV의 상생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며, “유료방송 이용자의 편익 증진을 위한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고 방송사업 본연의 지역성 책무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 빅뱅 벌어진다

LG유플러스의 LG헬로비전과의 합병이 승인된 상태에서, 이제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KT 연합군과 티브로드를 품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3강체제로 재편됐다. 점유율은 각각 31.3%와 24.72%, 24.03%다.

국내 유료방송 업계의 패권이 케이블에서 IPTV로 옮겨온 가운데, 당분간 통신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미디어 업계 빅뱅은 2020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통신사업자의 과도한 미디어 업계 시장 지배력 전이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에서 규모의 경제를 위해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까지 승인한 상태에서, 추후 글로벌 사업자와의 격전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주로 OTT 시장에서의 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다양한 합종연횡의 묘수가 나올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방송 공공성 저해 문제제기가 이어지는 대목은 부담스럽다. IPTV의 케이블 인수합병이 속속 이뤄지며 5G 미디어 콘텐츠를 향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디어 공공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유료방송 인수합병이 재벌대기업만 배불리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인수대상 방송사에는 수십여 개의 중소협력업체가 딸려있다. 이들 협력업체들이 일방적인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협력업체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상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