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의 정기 사장단 인사가 단행된 가운데, 대표이사 3명이 모두 유임되어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현상유지에 그치지 않고 운용의 묘를 통해 미래 비전을 꼼꼼하게 챙겼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3K 모두 유임...안정 택했다

삼성전자는 20일 사장 승진 4명, 위촉업무 변경 5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0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을 맡고 있는 김기남 부회장, 소비자 가전의 CE를 이끄는 부문장 김현석 사장, IT·모바일 분야의 IM 부문장 고동진 사장이 모두 유임된 점이다. 일각에서는 고 사장의 경우 용퇴를 스스로 제안했다는 말도 나왔으나 일단은 유임으로 가닥이 잡혔다. IC 인사이트 연구소의 박나래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면서 “인사가 늦어지면서 충분히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김 부회장의 역할이 아직 필요하다는 평가다.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종료되었으나 1분기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 업계에 훈풍이 부는 상황에서 아직 김 부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에 무게가 쏠린다. 김현석 사장도 CES 2020을 통해 새로운 신가전 패러다임을 적극 강조하는 한편 프로젝트 프리즘, TV에서는 스크린 에브리웨어라는 화두를 던지며 종횡무진하고 있다.

고동진 사장은 갤럭시 신화의 중심에서 자기의 역할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5G 시대가 열리고 폴더블 스마트폰 등 기존 하드웨어 폼팩터의 규칙을 깬 다양한 실험이 시작된 상황에서 고동진 사장 역할론은 여전히 주효하다는 분석이다.

▲ 왼쪽부터 전경훈 사장, 황성우 사장, 최윤호 사장, 박학규 사장. 출처=삼성전자

약간의 변화, 그리고 미래 리더들 포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유임됐으나 조직 구성에는 일부 변화가 생겼다. 김기남 부회장의 경우 기존에는 종합기술원장을 겸직했으나 이번 인사에서 DS부문장만을 전담하도록 조정됐다.

여기에 삼성SDS 사업운영총괄 박학규 부사장이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점이 눈길을 끈다. 선택과 집중이다. 박학규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은 삼성전자 해외관리그룹, 멕시코법인 관리담당, VD사업부 지원그룹장, 무선사업부 지원팀장, SDS 사업운영총괄 등을 거친 재무전무가다.

박 신임 사장은 앞으로 DS부문의 내실을 책임지며 반도체 업황 변화에 능동적인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업황 호조에 대비해 관련 투자 및 시설 확충에 있어 전사적인 집중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종합기술원에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부원장 황성우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다. 그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Nano Electronics Lab장, Device & System연구센터장 등을 거쳐 2017년 11월부터 종합기술원 부원장을 맡아 오면서 미래 신기술 발굴 및 전자 계열사 연구개발 역량 제고에 기여한 바 있다.

김기남 부회장이 현업에 더 집중하며 박학규 신임 사장이 내실을 다진다면, 황성우 신임 사장은 김 부회장이 떠난 종합기술원을 총괄하며 연구개발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고동진 사장의 역할도 일부 조정됐다. IM부문장과 무선사업부장을 겸임한 상태에서 IM부문장만 밭게 됐다. 조직도 분리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 노태문 사장이 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장 사장을 맡는다.

일종의 역할 분리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단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태문 사장의 경우 고동진 사장의 후계자로 알려진 인사며, 갤럭시 시리즈 개발을 주도하며 갤럭시 신화를 일군 스마트폰 개발 전문가로 명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52세의 젊은 리더에게 고 사장이 겸하던 무선사업부를 맡기며 미래 리더 양성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김현석 사장도 기존에는 CE부문장, 생활가전사업부장, 삼성리서치장을 맡았으나 생활가전사업부장에서 물러난다. 또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총괄 이인용 고문은 삼성전자 CR(Corporate Relations)담당 사장으로 이동해 다시 현업에 복귀하는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IM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인 전경훈 부사장도 승진해 삼성전자 IM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에 오른다. 삼성전자 DMC연구소 차세대연구팀장, 네트워크사업부 개발팀장, 네트워크사업부장을 역임한 5G 전문가인 그는 2018년말 네트워크사업부장으로 부임한 후 사실상 5G 전반의 경쟁력 제고에 나설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 고동진 대표이사 사장에게는 DS·CE·IM 부문과 사업부간 시너지 창출은 물론 전사 차원의 신사업·신기술 등 미래 먹거리 발굴과 후진 양성에 더욱 전념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최윤호 부사장이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으로 승진한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삼성전자 수원 경리팀, 영국법인 관리담당, 구주총괄 경영지원팀장, 사업지원팀 담당임원, 무선사업부 지원팀장 등을 거친 재무관리 전문가다.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가 말하는 것은?

삼성전자의 올해 사장단 인사는 변화보다 안정에 방점을 찍으면서, 기존 유임된 사장들의 역할을 일부 미래 리더에게 나눠준 것으로 정의된다. 실제로 3명의 대표이사는 모두 유임됐으나 산하 조직이 일부 떨어져 나갔고, 여기에는 앞으로의 삼성을 이끌 리더들이 전격 포진하는 모양새가 됐다.

50대 초반 젊은 사장에게 사업부장을 맡겨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고 신성장 사업과 핵심기술 개발에 기여한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특유의 성과주의 인사를 보여준 것도 눈길을 끈다.

한편 이번 인사 발표로 올해의 삼성전자 ‘인사 라인업’ 포진도 끝났다.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사업지원TF는 정현호 사장, 경영지원실 최윤호 사장, CR은 이인용 사장, 종합기술원장에는 황성우 사장이 포진하게 됐다. 이들은 삼성전자 전반의 운영을 책임지며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줄 인사들이다.

DS부문은 김기남 부회장 체제가 이어지는 상태에서 메모리사업부는 진교영 사장, 시스템LSI 사업부는 강인엽 사장, 파운드리사업부는 정은승 사장, DS부문 경영지원실장에 박학규 신임 사장이 포진한다. 또 CE부문은 김현석 사장을 중심으로 한종희 사장이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를 맡는다.

IM부문 역시 고동진 사장이 사령탑을 맡는 가운데 무선사업부가 분리되어 떠오르는 리더 노태규 사장이 맡는다. 5G 최전선인 네트워크 사업부는 전경훈 신임 사장이 포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