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페이지갤러리 전시작품 앞에서, 최명영 화백

최명영의 작업에는 계절에 대한 암시가 있다. 풍토로서 하나의 향기인 동시에, 자연에 대한 예민한 징조로서 화면 안에 미묘한 변화가 있다. 그 함축에서 계절에 대한 묘사는 그 어디에도 없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요소들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언어적 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그 계절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아주 적은 요소와 물(物) 자체로서의 공기층이다. 이때의 계절감은 단순한 일기로서의 날씨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과도 같은 것이며 그의 삶과 닮아있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삶의 새로운 형식에 이르는 길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물리학자가 매일 매일의 대기 상태를 알기 위해 실험하듯이 그의 작업은 그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그의 복수형이며 그것은 유동적인 선들의 직조로, 공간과 시간들의 불연속적인 망을 이루고 있다.

최명영의 작업은 독특한 개별화로, 뉘앙스를 중요시한다. 그것은 현대사회의 획일화에 대한 거부이며 1963년 《오리진 창립전》에 출품했던 'black monochrome painting'으로부터 출발했다. 그것은 하나의 자율적인 득하기 위한 자존적 행위이며, 변화하는 것을 예민하게 담아내는 뉘앙스로 그를 둘러싸고 억압하는 것들을 아무도 파괴하지 못하는 장소로 안내하는 행위이다.

그곳은 잡다한 언어활동이 정지하고 더는 해석이나 설명이 없는 순수한 상태이며, 아무런 의미를 더하지 않는 찰나의 시간으로 그의 수평.수직 쓰기와 일상이 공존한다. 그것은 움직임을 머금은 부동성으로 어떤 한 장면을 위한 동시성이며 그 자체인 것이다. 따라서 그의 쓰기는 잠시 멈춤이라는 ‘상태의 보존'으로, 하나이자 전체이며 '정지이자 순간'이라는 부동성이다.

최명영의 작업은 형식이 단순하고 격언적이지도 않고 관능적이지도 않다. 허구가 아니며 지어내지도 않고 자기 안에서 일어난 감정의 화학작용에 의해 발생했다. 그 과정에 우연성이라는 것이 개입하는데, 그것은 그에게 더욱 성실해지는 요소로 작용되고 있으며 쓰기의 레이어 과정에서 저절로 나타나는 무(無)의 경지이다.

그의(Dansaekhwa-Korean monochrome painter CHOI MYOUNG YOUNG, Dansaekhwa:abstract paintings of Korea Artist CHOI MYOUNG YOUNG,최명영 화백,최명영 작가,단색화 최명영,단색화:한국추상회화 화가 최명영,모노크롬회화 최명영,단색화가 최명영,韓国単色画家 崔明永,韓国の単色画家 チェイ·ミョンヨン) '몸의 드림'에 의해서 대상이나 이미지나 모티브는 증발하여 상황 속으로 흡수되고 잠시 정지하여 살아 있는 현실을 가리키는 파장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은 고정되지 않은 파편으로서의 수직, 수평쓰기, 일상을 직조하는 레이어 과정, 잠시 정지한 순간에 대한 주목이다. 이때 일반적인 색은 차단되고 규정할 수 없는 모노톤만이 존재하며, 무성영화에서 많은 장면이 지나간 후 명멸하는 모노톤처럼, 최명영의 무색(無色)은 색이 없는 것이 아닌 그 무엇으로, 미묘함이다.

차단된, 보일 듯 말 듯한, 보이지 않고 말이 없는, 순수한 무색이다. 가장 간단한 쓰기와 가장 복잡한 감정의 교차가 잠시 정지하여 일상을 본질적인 것으로 환원하고 있다. 이때 우리는 가장 인간적인 것을 가장 비인간적인 물질과 결합하는 미묘한 경지를 만나게 되며, 이 쓰기의 깨달음은 몸의 드림이 더해져 강력한 현재성이 되었다.

△김용대/독립큐레이터, 전 대구미술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