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개 제약바이오 기업, 9천 명 참가
20개 넘는 국내 기업, 초청받아 발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 주목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출처=sfchronicle

[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이른바 '바이오 월드컵'으로 불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올해로 38회째를 맞은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전 세계 450여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한자리에 모여 신약 연구개발(R&D) 성과와 최신 동향을 공유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투자 행사다. 올해도 세계 굴지의 제약바이오 기업은 물론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한 바이오벤처들이 총출동해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국내 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이번 행사에 초청을 받아 향후 사업 계획과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의 우수성을 뽐냈다.

반면 갈수록 심해지는 상술과 예년만 못한 계약 성과는 옥에 티로 남았다. 올해는 행사장 통로를 지나가기 불편할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던 지난해와 달리 인원이 다소 감소해 달라진 현장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더 높아진 K바이오 위상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막 첫날부터 국내 기업의 성과가 언급됐으며, 일부 기업만 설 수 있는 메인 트랙에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먼저 셀트리온은 이르면 내년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과 합병한다는 깜짝 소식을 전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생산 업체로 알려진 셀트리온을 계열사 합병을 통해 글로벌 종합제약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이번 행사에서 "내년에는 차기 회장이 발표될 것"이라며 은퇴 의지를 재차 밝혔다. 서 회장은 올해 말 자리에서 물러나 회사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자신의 아들에게는 이사회 의장을 맡겨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아울러 셀트리온은 중국 현지에 공장을 지어 생산력 증대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달 중 중국 정부와 12만ℓ 규모의 4공장을 짓는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사장(왼쪽)과 존림 부사장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CDO)을 위한 연구소를 설립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생산거점과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 세계 CMO(위탁생산) 기업 중 세계 최대 규모인 36만4천ℓ의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CMO 사업으로 출발했지만 2017년부터 위탁개발(CDO)과 위탁연구(CRO)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김태한 사장은 "지난해 제품 기준 CMO 프로젝트 35건을 비롯해 CDO 프로젝트 42건, CRO 10건을 수주했다"면서 "47건의 글로벌 제조승인을 얻어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뿐만 아니라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20여 곳이 넘는 국내 기업들이 이번 행사에 초청을 받아 기술수출 및 투자 유치에 나섰다.

한미약품은 이번 행사에서 29개 파이프라인 중 신약 후보물질 8개를 핵심과제로 꼽고 본격적인 '혁신신약'(first in class) 개발을 선언했다. 대표적으로 비알콜성지방간염(NASH)을 표적으로 하는 'HM15211'을 비롯해 이중기전 비만치료제 'HM12525A', 새로운 기전 비만치료제 'HM15136' 등이다. 이 회사는 해외 파트너사의 혁신 기술 도입 등 항암분야와 관련해 적극적인 오픈이노베이션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웅제약은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을 위해 글로벌 오픈콜라보레이션 전략을 내세웠다. 필요하다면 연구개발 전 과정에서 글로벌 파트너와 전문가의 역량을 융합하겠다는 각오다. 그 일환으로 대웅제약은 이번 행사에서 항체 융합형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해 영국 ‘아박타’사와 조인트벤처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또 미국 A2A파마사와 손잡고 인공지능(AI)을 결합한 항암 신약 공동 개발에 나선다.

▲ 한미약품 권세창 사장이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올해 회사 비전과 R&D 전략 등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한미약품

거래 줄고, 상술 늘고 달라진 분위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매년 개막 전후로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기술이전 등 다양한 계약들이 성사되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올해는 다소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지난해 발표된 BMS와 세엘진의 M&A에 버금가는 대형 거래는 나오지 않았다.

관련 업계는 올해 11월 치러질 예정인 미국 대선의 영향으로 빅마파들이 거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이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들어감에 따라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일단 지켜보자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선 결과에 따라 정책과 규제 기조가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갈수록 심해지는 상술도 세계적인 컨퍼런스 참여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만 달러에 이르는 입장료와 별도로 들어가는 부대 비용이 매우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지적이 매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의학전문지인 피어스파마에 따르면 JP모건 행사장 근처 숙박료는 최소 1000달러를 호가했으며, 이마저도 운이 좋아야 예약이 가능했다. 또 행사장 내 미팅 공간 부족으로 일부 참가자들은 시간당 50달러를 지불하고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자리를 빌려 미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매년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서 세계적인 컨퍼런스의 명성에 흠집을 내고 있지만 주최 측은 나 몰라라식 대응을 보이고 있어 참가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가 1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이머징 마켓 트랙으로 참가해 글로벌 사업전략과 신약 개발 현황을 제시했다. 출처=대웅제약

다만 세계적인 컨퍼런스답게 최신 동향과 핵심 R&D 성과가 연일 쏟아졌다. 올해 글로벌 빅파마의 관심을 사로잡은 분야는 알츠하이머였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개막 첫날 기조연설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확산되면서 알츠하이머 등 치매 질환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한 치료제 개발과 헬스케어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바이오젠은 “치매 치료제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면서 신약개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서 바이오젠은 지난해 3월 아두카누맙 임상 3상 중단을 선언했다가 그해 10월 아두카누맙의 미국 품목허가 재도전에 나선 바 있다.

유전자 치료제와 인공지능(AI) 등도 이번 컨퍼런스에서 주목을 받았다. 유전자 치료제 분야는 로슈와 바이오마린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또 AI와 딥러닝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신약개발이 앞으로 R&D 환경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