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핫상권 시리즈는 이른바 '핫'하다고 평가되는 대학가 상권의 현재를 진단하기 위해 기획된 르포다. 소비자, 상인, 부동산업계의 시각을 아울러 샤로수길·건대입구·경희대 앞·신촌 4곳의 상권 변화와 특징을 분석했다. 인근 대학교의 역사와 함께 발달해온 대학가는 고정적인 소비층이 보장되는 상권이지만, 방학이나 개강 같은 시기에 따라 매출 격차를 보인다는 특수성을 띠고 있다. 같은 대학을 다녔던 이들도 세대에 따라 다른 향수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 대학 상권의 풍경을 통해 다음 세대가 주축이 될 미래 상권까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강남과 함께 서울의 거대상권 양강체제를 이루는 홍대나 연극문화로 발달한 대학로는 '대학 상권' 자체로 한정지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대 역시 신촌과 가까운 데다 최근 몇 년 눈에 띄는 추이가 없어 다루지 않았다. [편집자주]

④ 연세대 인근 신촌 상권

[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해가 지고 신촌 거리에 사람들이 몰려들 무렵 연세대 앞 노점은 조용했다. 연세대 앞에서 신촌 명물거리로 걸어 들어가는 거리에 있는 대여섯 곳 중 두 군데만 문을 열었다. 노점 상인은 갑갑해 했다. “그냥 봐도 알지 않습니까? 사람이 많이 준 거? 한 삼 분의 일은 없어졌죠. 다들 힘들 겁니다”

그런데도 어둠이 짙어지면서 영업을 알리는 간판 불빛은 빽빽했다. 부동산 관계자는 "점포가 1년을 넘기지 못해서 다시 임대매물로 나오지만 매물을 기다리는 임대수요는 끊이지 않고 있어서 매물이 나오면 바로 나간다"며 지금까지는 신촌의 임대매력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예전의 명성은 잃었지만, 신촌은 아직 모임 장소로 빠지지 않는다. 두 가지 풍경 속 골목들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지난 17일 취재했다. 

▲ 오후 7시 신촌 연세로광장, 사진=이코노믹 리뷰 이소현 기자

신촌에서는 연세대 입구에서 2호선 신촌역을 일자로 잇는 연세로 양옆이 핵심 상권이다. 연세대 입구에서 연세로를 바라봤을 때 오른쪽, 서쪽에는 먹자골목이 있다. 그 반대쪽은 명물거리로 경의선 굴다리 부근에서 끝나 이화여대 상권으로 이어진다. 상권 흐름은 연세로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퍼져가는 모양새다. 세 구역은 지리상으로는 가깝지만, 눈으로 보기에도 인파에 차이가 있었다. 

유행 따라 바뀌는 신촌 거리

우선은 신촌의 핵심인 연세로 중심가(연세대~2호선 신촌역)를 둘러봤다. 초입에는 카페가 즐비하다. 중소 규모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사이에 생긴 지 한 달 남짓인 가게도 있다. 3년간 그 모습을 지켜본 맞은편 상점 주인 A 씨에겐 익숙한 풍경이다.

A씨는 하나가 생기면 그 가게를 따라서 가게들이 생겼다가 금방 사라지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전했다. “카페도 그렇고 어느 한 곳이 생기면 다른 곳이 따라 가게를 냅니다. 비슷한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겼다가 수익을 내지 못하니 금방 닫고요” 사정이 어려운 건 개인 가게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임대료는 장사와 상관없이 오르는 추세다.

연세로 중심가를 뒤로하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연세로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면 먹자골목이다. 짧은 거리인데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차 없는 거리'가 조성된 연세로는 양옆에 카페, 백화점, 화장품 가게, 의류 가게가 이어진 깔끔한 이미지다. 반면 먹자골목은 '대학가 상권' 하면 어딜 가나 있는 크고 작은 술집과 음식점, 노래방이 즐비하다. 요즘 신촌 분위기를 대표하는 이 골목 상인들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 오후 7시 신촌. 사진=이코노믹 리뷰 이소현 기자

이곳에서 9년째 국밥집을 운영하는 한 식당 주인은 장사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지난해 4000원하던 국밥 가격을 500원 올릴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쪽 라인의 식당들이 장가사 잘 안돼서 많이 나갔어요. 같은 건물 지하에 있던 분도 나가신다고 이전 플래카드 붙여 놨더라고요. 우리 가게는 국밥 가격이 저렴하니까 500원 올려서 조금 버티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장사가 보통 힘든게 아닙니다."

식당 주인은 갈수록 사람이 줄어서 이렇게 가격을 올려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한숨을 쉬었다. "유행 따라 생기는 가게들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경쟁력이 없죠. 그런 건 어디서나 먹을 수 있으니" 몇 년 전에 양꼬치, 곱창이 잠깐 떴다가 올해는 마라탕이 유행이다. 치킨은 자리를 잡아 아예 치킨 골목이 생겼다.

부동산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유행 따라 들어오신 분들은 오래 못 버티는 편입니다. 요즘에는 골목에 작은 규모로 자기 마인드로 차리는 경우가 있어요. 저는 그런 게 더 오래간다고 된다고 봐요"

한창때 임대료가 여전히 기준으로

▲ 오후 7시 신촌 신촌 명물거리, 사진=이코노믹 리뷰 이소현 기자

신촌 명물거리는 연세로에서 이대 상권과 이어지는 신촌 굴다리까지 이어진다. 상권이 연세로와 연결되는 지역은 아웃백 신촌점이 있는 일직선 구간까지다.

앞쪽은 최근 몇 달 사이 마라탕 집이 서너 개 늘었다. 또 지난해 문을 연 레스토랑은 비교적 3~4시 비교적 한산한 시간에도 테이블이 절반 정도 차 있었다. 거기서 조금만 걸어 들어가자 사람의 자취가 급속하게 줄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임대료는 여전히 한창때가 기준이었다.

"여기 임대료는 어느 순간 오르는 게 멈췄어요. 건물주도 장사가 어려운 걸 아는 거죠. 그런데도 가게들이 많이 나가요. 애초부터 워낙에 비싸게 잡혀 있어서 그래요."

8년간 옷가게를 운영한 상인은 사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발길도 매출도 단계별로 줄었어요. 예전에는 매출이라고 할 만큼 나왔지만 지금은 지금 매출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입니다. 사람들이 오지 않으면서 매출이 조금씩 줄어들어죠"

안쪽에 위치한 B 음식점 사장은 "연말이 지나면서 손님이 줄며 매출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지만 갑자기 그런 건 아니고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굳이 말하자면 10%정도 매출이 줄었습니다. 안 될 때는 그보다 더 안 되죠"라고 말했다.

신촌의 명물거리는 임대료 상승폭은 크지 않을지언정, 애초에 높게 책정된 임대료 때문에 진통을 겪고 있었다. 핵심 상권인 연세로 중심가(연세대~2호선 신촌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H 부동산에 따르면 요즘엔 프랜차이즈가 입점을 망설이는 추세다. "프랜차이즈도 월세가 비싸 수익률이 나지 않아서 요즘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구역에 따라 다르지만, 이쪽은 1층 실평수 10~15평기준 월세가 700~1000만 원, 15~25평은 2000만원, 30~40평은 월세가 3000만원까지 올라간다. 인건비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주인은 남는 게 없는 실정이다”

임대료가 내려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 M 부동산 관계자는 건물주의 심리를 귀뜸했다. "건물주들은 건물가격에 따라 임대료를 측정한다. 그러다 보니 임대료가 떨어지면 역으로 건물가격이 내려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웬만해선 내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상가는 변했지만 놀거리는 변하지 않았다

▲ 오후 12시 신촌 연세로광장, 시설물 뒤로 세포라 전광판이 보인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이소현 기자

"신촌은 몇 년 새 변화가 없어요" 근처에서 4년간 자취한 대학생 Y 씨는 신촌을 이렇게 일축했다. 역 앞에서 약속을 기다리던 대학생 L 씨는 "친구랑 거리가 가까워서 자주 와요. 근데 놀 데가 별로 없어요. 구경하러 갈 데도 없고. 맨날 술 마시는 것도 아니니까요"

피자가게 아르바이트생은 신촌 거리가 비교적 깨끗해서 자주 온다고 답했다. "일단 저희 가게 손님은 대부분 커플이에요. 20대고. 저는 주로 신촌에서 보죠. 홍대는 좀 사람도 많고 거리가 지저분해서. 여기가 연남동하고도 가까우니까요" 

유행 따라 변해온 신촌 거리를 젊은 사람들은 '변화가 없는 거리', '비교적 깨끗한 거리'로 느끼고 있었다. 상인들은 이런 상황에 별다른 수를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어렵다 보니 반년 정도 지켜보다가 가게를 바꿔요. 그렇지 않으면 손해를 보니까요. 아무래도 유행을 좇아가게 되죠. 젊은 세대는 입맛도 빨리 변하고 체인점도 있고 그래서 비슷한 가게들이 많이 생기는 거 같아요" L 상점 주인은 최근 신촌이 놀거리가 없다보니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한숨을 쉬었다. 가게 주인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의견이었다.  

조금 주춤했지만, 신촌은 여전히 젊은 청년들로 붐빈다. 올해로 세포라 매장과 신촌 더이움 63 오피스텔이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또 3월 시진핑 방한 소식으로 한한령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지난 7일 중국인 5000명이 인센티브 관광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새로운 희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신촌의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로드맵은 부족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