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뱅크 탈환이냐 vs 사모펀드 매각차익 수순이냐

푸르덴셜-오렌지라이프, 자본건전성도 ‘닮은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보험사 매물 '최대어'로 꼽히는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간 푸르덴셜생명의 인수전은 비은행 부문을 보강하기 위한 금융지주사들의 격돌이 예고돼 왔다. 하지만 유력 인수후보사 중 하나인 우리금융지주가 인수전에 한 발 물러서고, MBK파트너스가 참전하면서 금융지주사와 사모펀드 간 인수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푸르덴셜생명이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에 인수될 경우 과거 사모펀드에 매각된 후 금융지주사에 편입한 오렌지라이프(당시 ING생명)의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 KB금융지주 vs MBK파트너스 격돌하나

17일 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 매각 절차가 가시화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지난 16일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염두하고 있는 곳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는 예비입찰을 실시했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곳은 KB금융지주, 대만의 푸본생명, MBK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한앤컴퍼니 등 5곳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 간의 격돌이 이번 인수전의 관전포인트로 예상된다. 앞서 푸르덴셜생명의 매각설이 나돌기 시작했을 때 유력 인수후보사로 거론되던 곳은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였다. 두 회사는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보험사 인수의지를 꾸준히 내비쳐왔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가 이번 인수전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며, 자본력이 우세한 KB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의 2파전이 점쳐진다는 분석이다.

우선 KB금융지주는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게 될시 리딩뱅크 자리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KB금융지주는 2018년 신한금융지주에게 리딩뱅크 자리를 빼앗긴 바 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지난해 3분기 자산 총계는 각각 545조원, 506조원이다.

KB금융지주는 KB생명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아 생보사 강화 등 비은행부문 포트폴리오 확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올해 신년사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으로 다양한 인수합병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며 "기회가 오면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그룹의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M&A를 추진 중"이라며 "고객입장에서 보면 KB 하나로 모든 분야를 거래할 수 있는 그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보사뿐만 아니라 지난해 롯데캐피탈 매각 시 입찰을 한 경험도 있는 등 다양한 매물을 보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도 지난 2013년 오렌지라이프(당시 ING생명)의 지분 100%를 1조8000억원에 인수한 경험이 있어 유력 인수후보사로 꼽힌다. MBK파트너스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후 거둬들인 수익은 4조원에 달한다. MBK파트너스는 2018년 신한금융지주에 2조3000억원에 매각해 차익을 얻었으며, 배당금으로 거둬들인 금액은 6000억원 이상 이다. 당시 KB금융지주도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관심을 내비쳤으나, 높은 매각가에 인수전에서 물러났던 이력이 있다.

◇ 제 2의 오렌지라이프 탄생할까

▲ 보험사별 RBC비율 현황. 출처=금융감독원

이번 인수전에서도 MBK파트너스가 승리하게 된다면, 푸르덴셜생명이 오렌지라이프의 전처를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렌지라이프 역시 M&A 시장에서 알짜 매물로 꼽혀 왔다. 당시 오렌지라이프의 지급여력(RBC)비율은 업계 선두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신한금융으로 매각될 때에도 RBC비율 400%를 훌쩍 넘기며 상위권을 기록했다. RBC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바로 지급할 수 있는 자산 상태를 나타낸 것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푸르덴셜생명도 알짜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의 지난해 상반기 RBC비율은 505.13%로 업계 1위다. 지난해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050억원, 총자산이익률(ROA)은 1.07%로 각각 업계 5위, 2위를 기록했다. 푸르덴셜생명이 자산규모 기준 업계 11위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과라는 평가다.

이에 KB금융지주가 이번 인수전에서 푸르덴셜생명을 놓치게 된다면,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했던 것처럼 MBK파트너스가 내놓은 매물을 인수할 수 있게 될 가능성도 있다. 알짜 매물로 거론되며 업계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조단위 보험사 매물은 자주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실질적으로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며 KB금융의 리딩뱅크 탈환에 성공하게 됐다. 예상 매각가도 비슷한 수준이다. 푸르덴셜생명의 매각가는 2조원 안팎으로 거론되고 있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금액은 2조3000억원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이 워낙 알짜매물로 꼽히다보니 인수 경쟁도 치열할 것"이라며 "다만 과거 불티나게 팔았던 종신보험의 보험금 지급시기가 도래하고 있고, 보험업계 업황도 어두운 실정인 만큼, 매각가를 속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