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나아가 삼성 준범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직접 점검할 것이라는 점도 밝혔다. 

특검은 "법원이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하면 일단 이 부회장이 재판부의 숙제를 원만하게 해내는 분위기다. 다만 변수도 많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필요성 인정되지 않는다” “불공평”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7일 오후 뇌물공여 등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5명에 대한 4차 파기환송심 공판을 연 가운데, 법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관련된 내용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법원은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판단한다”면서 “대법원의 유죄 판단을 두고 다투고 있으며,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각각의 현안과 구체적 대가관계를 특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을 둘러싼 모든 논란의 핵심이 승계작업에 있고 그 연장선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핵심으로 부상한 가운데 법원이 관련된 내용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후 재판의 전개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법원의 결정에 특검은 반발했다. 특검은 “증거(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된 내용)가 양형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재판부의 결정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면서 “재판이 불공평하고 판단될 수 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법원은 관련된 내용에 대해 추가 검토를 거쳐 결과를 서면 통지하기로 했다.

“준법감시위원회 실효성 판단할 것"

법원이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신설을 두고 실효성을 직접 점검하겠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보기에 따라 이후 재판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진보 인사로 분류되는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위촉한 삼성 준법감시위를 발족시킨 바 있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상화재 등 삼성그룹 주요 7개사가 모두 감시위에 포함되며 윤리경영의 최전선에 서겠다는 방침이다.

법원은 이를 두고 “(준법감시위)를 신설하는 것은 좋지만, 실효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법원이 실효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에 대한 점검은 독립적 제3자 전문가로 구성한 전문심리위원단을 통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한 준범감시위를 발족시키고, 법원이 이에 대한 실효성을 점검한다는 것은 점은 향후 재판 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준법경영에 대한 의지를 내보인 상태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한결 ‘부드러워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특검이 반발한 이유다. 특검은 “재벌 체제에 대한 혁신 없는 준법감시위는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재계에서는 예단할 수 없지만 법원이 삼성바이로로직스 내용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 한편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판단하기로 나섰기 때문에 향후 이 부회장 재판이 소위 ‘삼성이 원하는 것처럼 흘러갈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민중공동행동 등 이재용 부회장 구속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중심의 반발이 여전한데다 법원의 17일 결단이 곧 ‘재벌에 대한 면죄부’라는 비판이 나오는 점은 부담스럽다. 향후 재판 내용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