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수소경제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보여주는 한편, 그룹 차원에서 기술적인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수소도시에 대한 비전도 공개해 눈길을 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6일 수소경제 홍보 TF를 발족하는 등 수소경제에 흔들림 없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큰 그림'에 시선이 집중된다. 다만 수소경제에 대한 일각의 불안함은 여전하기 때문에 갈 길이 멀다는 말도 나온다.

1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글로벌 CEO 협의체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수소경제에 대한 강력한 지원 방침을 설명했다. 핵심은 기후문제다. 정 수석부회장은 "기후문제에 대한 각 국의 관심도를 고려해 수소위원회 차원에서 기술적인 해법은 물론 정책 제안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현대차

현대차 중심의 일차 로드맵인 수소차 전략에 대한 기술적 진화를 꾀한다는 복안이다. 그룹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소차 기술전략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소경제의 일원이 되겠다는 의지다.

흥미로운 대목은 수소도시에 대한 비전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수소 생태계는 무탄소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라면서 "(이 역시) 기술적 해법과 정책 제안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의 인터뷰 중 특기할 만한 부분은 수소도시의 개념이다. 이는 단순히 수소차 개발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겠다는 선언을 넘어, 소위 메가시티의 부작용을 걷어내겠다는 최근의 글로벌 트렌드와 부합되기 때문이다.

올해 초 폐막한 CES 2020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현장에는 자율주행차 및 전기차 등 다양한 기술력이 총출동한 가운데 유독 메가시티의 부작용을 걷어내겠다는 업체들이 다수 등장한 바 있다. 이들은 환경오염, 대중교통 정체 등의 메가시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진보가 필요하며 접근 방식으로는 플랫폼 전략의 변화를 꼽았다.

현대차가 두각을 보인 지점이다. 현대차는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로 작동되는 UAM(Urban Air Mobility : 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Purpose Built Vehicle : 목적 기반 모빌리티)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 우버와의 협력으로 도심 항공을 누비는 UAM 시제품을 공개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결국 플랫폼 전략을 바탕으로 메가시티의 어려움을 해결한다는 취지다.

정 수석부회장의 수소도시 개념도 이에 부합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수소차를 넘어 수소도시의 개념을 도입해 전체 스마트시티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도시를 플랫폼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실 가능성이다. 현대차가 지금까지 뚜렷한 플랫폼 전략을 보여준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수소경제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여전히 의욕적으로 수소경제 인프라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와 보폭을 맞추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말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