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작년 12월 16일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의 여진이 시장을 흔들고 있다. 강경한 대책에 9억원 이상 고가주택과 재건축 단지가 숨을 죽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공급 위축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듯이 일부 정책에서는 ‘당근책’도 함께 제시했다. 정부가 꺼내든 대표적인 당근책 중 하나가 이른바 미니 재건축이라고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지원 방안이다. 혜택 제시와 정부지원 등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대형 건설사들도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포함한 중소형 건설사업에 나서고 있다.

흐름에 민감한 일부 투자자들도 벌써 이런 변화에 즉각 반응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드물게 비교적 소액으로 부동산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12.16 대책 이후 직주근접성이 좋은 일부 지역과 준공업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 문의와 관심이 늘어난 상황이다.

12.16發 정부 지원에 투자자들 관심 쏠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기존의 가로, 즉 도로를 유지하면서 가로구역 내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정비사업의 일종이다. 사업대상 지역은 도로로 둘러싸인 면적 1만㎡ 이하의 가로구역이며 공동 주택의 경우 주택 수가 20세대, 노후 불량 건물은 전체 건축물의 3분의 2 이상이어야 한다.

▲ 출처=국토교통부

‘12.16 주택 안정화 방안’을 살펴보면 정부는 이런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기업 참여 등 공공성 요건을 갖춘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사업규모 확대를 지원한다. 일반사업인 경우에도 부담금 완화와 건축규제 완화 등을 통해 사업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방안에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가로요건 충족여부를 판단하는 구역경계인 가로구역이 투기과열지구에서도 확대될 수 있게 된다. 공공성 요건 충족시 사업시행 면적도 기존의 1만㎡에서 2만㎡로 확대된다. 마찬가지로 공공성 요건을 충족한 경우 분양가상한제 적용도 제외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서울의 가로주택정비 사업지는 작년 10월 기준으로 현재 94개소다. 이는 전년의 45개소에 비해 109% 증가한 수치다.

이미 서울의 경우 자치구별로도 가로주택정비사업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장안빌라는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를 작년 9월에 획득했고 강동구에서는 2018년 10월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를 받은 삼천리연립이, 벽산빌라는 작년 7월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를 받았다. 강남구의 현대타운은 2019년 8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획득한 바 있다.

서초구의 가로주택정비사업장은 2018년 10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한국상록과 작년 4월 관리처분인가 단계에 들어선 낙원청광연립이 대표적이다. 강서구에서도 발산미주가 지난 해 7월 사업시행변경인가 고시 절차를 밟았다.

대형 건설사들도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GS건설의 자회사인 자이S&D는 지난 해 9월 소규모 재건축, 가로주택정비사업을 겨냥한 중소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겨냥한 주거 브랜드 ‘자이르네’를 론칭했다. 현대건설 역시 작년 4월 대구에 있는 78태평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시공을 맡기도 했다.

정부 지원 등으로 인한 사업성 기대와 함께 빠른 투자와 수익이 가능하다는 기대 심리 등에서 12.16 대책 이후 가로주택정비사업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한 업계관계자는 말했다.

해당 투자 관계자는 “12.16 대책 이후로는 세종시 등에서도 수도권에 올라와 관련 강의나 투자를 위해 지역들을 직접 둘러본다. 재개발 지역에 투자를 하려해도 부평 등지만 하더라도 가격이 너무 오르지 않았나. 웃돈 없이 신축 아파트 들어갈 수 있는 걸 기대하는 사람들이 주 수요를 이룬다. 가로주택정비사업지가 될 수 있는지 물어보는 문의도 많다”고 이야기했다.

재개발 비교해 규제 적고 ‘단타’ 가능...준공업지역과도 시너지

▲ 최근 가로주택정비사업 시행인가를 얻은 강남구의 한 건물. 출처=네이버 지도 캡쳐

‘우리동네 미니재개발 나도 해볼까’의 저자인 차수진 작가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부동산 투자자들은 소액으로 투자 가능한 지역을 찾는다. 수도권 근처에서 직주근접성 가까운 지역의 빌라들이 현재 가로주택정비사업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특징”이라고 말했다.

특히 12.16 대책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과 함께 준공업 지역에 대한 소규모 정비 활성화 대책이 나오면서 관련 지역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적합한 빌라 등을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차 착가의 설명이다.

차 작가는 “최근 도봉구나 시흥대로 일대의 준공업 지역 빌라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소액 투자를 하려면 서울을 벗어나야 하지만 사업성만 맞으면 투자가 가능한 것이 가로주택의 장점”이라면서 “2만㎡에 노후도는 30년 이상, 상가 비중이 많지 않은 빌라나 연립단지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곳들 중에서 사업장을 찾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이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재건축등과 비교할 때 투자면에서 굳이 장점이라고 한다면 사업 시간이 짧게 걸린다는 점을 들었다. 이른바 투자에서 ‘단타’에 가까운 개념이라는 것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기존의 정비사업과 다르게 소규모로 진행되기 때문에 훨씬 더 짧은 사업 기간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기존 정비사업에서 요구하는 기본계획과 추진위원회 단계 조합설립인가 등의 절차 등을 건너뛸 수 있다. 일반적인 정비사업과 다르게 사업시행인가 단계와 관리처분인가 역시 병행해서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업시행인가 이후 3년 정도면 입주가 가능하다는 것이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차 작가 역시 가로주택정비사업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로 부동산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사업진행 기간이 짧다는 점을 들고 있다.

차 작가는 “기본계획수립과 관리처분인가 절차가 생략되어 주민의 80% 동의만으로 바로 조합설립부터 시작하여 빠른 진행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투기과열지구에서 적용되는 5년 재당첨 금지 규정이나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서 예외라는 점, 총 3채까지 배정이 가능한 점 등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적은 물량과 '나홀로 아파트', 중도 좌초 등은 주의해야"

가로주택정비사업의 문제 역시 투자자 입장에서 적지는 않은 편이다. 우선 공급되는 전체적인 물량 자체가 많지 않다. 실제 작년 10월 기준 서울에서 진행중인 가로주택정비사업지 중 조합설립준비 단계는 49개, 조합설립인가는 18개, 건축심의 단계는 11개, 사업시행인가는 7개, 착공은 8개, 준공은 1개 사업지로 착공과 준공 물량은 많지 않은 편이다. 하나의 가로주택정비사업장에서 공급되는 세대수 역시 많지 않은 경우가 다수다. 

정비사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사업의 중도 좌초와 사업해제 역시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사업자들이 피해가기 힘든 숙제다.

차수진 작가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단지는 대단지가 아닌 작은 규모의 ‘나홀로 아파트’다. 1~2개동으로 건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나홀로 아파트가 가지는 단점을 지니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해 4월경 재개발 사업지의 조합장 요건 규정이 강화됐고 (1년거주 또는 5년보유)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똑같이 준용됐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구역자체가 작고 조합원수가 적어 자격조건에 맞는 조합장을 찾기가 어렵다. 이로 인해 조합장 요건 등을 구비하지 못한 사업장이 생겨 빠른 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문 조합장이 있는 대규모 사업이 아니고 주민들이 진행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지고 사업 자체가 표류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점을 보완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