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채널 GS샵의 간판 쇼핑호스트 정윤정(35). 홈쇼핑 업계에서는 ‘미다스의 손’으로 꼽히는 사람이다. GS샵의 패션 의류, 화장품, 이·미용 등 저단가 상품을 맡아 1년에 혼자서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신기록의 여장부다.

쇼핑 호스트로 나선지 올해로 11년째. 그동안 ‘쌍빠’ 수면팩 론칭 140억원 판매, ‘원더브라’ 70억원 판매와 최다 매진 기록 등을 세웠다. 2009년 전사적으로 가장 뛰어난 실적을 거둬 회사에서 ‘Value no.1(밸류 넘버원)’상을 받았으며 2010년에는 1550억원이라는 엄청난 매출을 기록했다.

연예인처럼 따르는 고정 팬도 생겼다. 인터넷 카페 ‘정윤정 쇼핑’은 오픈한 지 6개월 만에 1만6000여명의 회원이 몰렸다. 지방에서 그를 만나러 오는 팬도 있다니 그야말로 ‘홈쇼핑계의 스타’라 할만 하다. 지난 16일 만난 그는 화려한 이미지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화장기 없는 ‘쌩얼’에 소탈한 차림이었다. “평소 제 모습이죠. 이게 곧 저만의 마케팅이랍니다.”

“홈쇼핑 시장에서 남다른 성적을 내는 비결이 뭐냐”고 물어볼 요량이었는데 돌연 그가 의외의 말을 던졌다. “드라마를 보는 듯 주부의 마음으로 스토리텔링 하는 것이 비결입니다. 실제로 저도 평상시 꾸미지 않은 외모에 아이 둘을 키우느라 여념없는 여느 주부들과 똑같아요. 제 생활 자체를 소재로 삼고 고객과 공감할 수 있는 얘깃거리들을 풀어내는 게 마케팅인 셈이죠.”

직접 써 보고 판매하는 상품은 99% 대박이 난단다. 그는 헤어아티스트 브랜드 ‘이희 샴푸’ 사례를 들었다. 처음에는 샴푸를 마트에서 사면 되지, 무슨 홈쇼핑까지 판매를 하느냐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또 일반적으로 머리 감을 때 하나의 샴푸만 사용하지 않는가.

“제 생각도 그랬어요. 그런데 2년간 이 제품을 대하면서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마치 피부처럼 클렌징, 진정 효과, 수분 공급 등 헤어 상태에 번갈아 사용하는 시스템이었는데 필요성을 느끼면서 직접 사용해 본 거죠. 그리고 그 경험을 고객에게 솔직하게 전달했어요. 그러니 그게 통하더라고요.”

지난해 하반기 그는 60분 만에 이 제품 9900세트를 모두 판매해 6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내가 판매하는 상품은 반드시 써 본다’는 게 그의 철칙이다. ‘리얼 토크’를 지향하기 때문이란다. 상품에 대해 공부한 내용을 앵무새처럼 읊는 게 아니라 써 본 후기를 느낀 그대로 자유롭게 말해주는 식이다. 솔직함이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고 이는 신뢰로 연결된다는 설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쇼핑호스트 초년병 시절엔 목소리가 큰 탓에 ‘시끄럽다’ ‘무섭다’ ‘안 사면 안 될 것처럼 군다’ 등 별별 이유로 ‘고객 안티 1등’을 차지한 적도 있었단다. 지금은 카메라를 잡아먹을 듯 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살아있는 눈빛과 표정으로 제품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입담 또한 팔딱거리는 생선만큼이나 생생하다. ‘진실성’ ‘신뢰성’ ‘뭔가 다르다’, 고객 마음을 사로잡은 비밀이자, 스타 쇼핑호스트 정윤정의 오늘을 있게 한 그녀만의 색깔은 거침없는 하늘처럼 파란색이다.

전희진 기자 hsm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