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세계 유망 제약·바이오 기술이 모이고, 투자자와 다국적 제약사들이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나 다름없었다. 우리나라도 전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가 주목하는 국제 행사나 컨퍼런스를 유치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한 바이오텍 대표는 지난 13일(현지 시각)부터 나흘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헬스케어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석하면서 느낀 소회를 전했다.

올해로 38회째를 맞은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신약 연구개발(R&D) 성과와 현황을 공유하고 세계 시장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 행사다. 매년 500여 개에 이르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초청을 받아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이나 신약 파이프라인을 소개한다. 이들 기업의 발표를 듣기 위해 몰려드는 인파만 무려 1만 명이 넘는다.

발표 내용에 따라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점도 볼거리다. 행사장 내부에는 주가변동을 알려주는 모니터가 설치됐는데, 발표 내용이 곧바로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행사 기간 내내 발표와 더불어 기업 간 비즈니스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평소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업계 유명 인사도 JP모건 행사만큼은 예외 없이 참가한다. 실제로 주요 기업들의 CEO나 임원들이 계단에 앉아서 자유롭게 미팅을 진행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매년 크고 작은 제약바이오 관련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일부 행사의 경우 글로벌 행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규모와 구성을 자랑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중 어느 하나 글로벌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만한 공신력을 갖춘 행사가 없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와 같은 글로벌 행사가 나오지 않았는지 의문이 든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글로벌 시장의 눈을 사로잡을 만큼 경쟁력과 입지를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며 조금씩 주목을 받고 있지만 다국적 제약사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국내 의약품 시장은 23조원 규모로 세계 12위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점유율 1.6%에 불과한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바라봤을 때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은 여전히 소국인 셈이다.

그러나 제약바이오 산업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매년 5%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가능성을 확인한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향후 제약바이오 사업을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중점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정도다. 아직 부족하지만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틀은 어느 정도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본격적으로 노를 저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