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타다, 다양한 시나리오
공유경제 플랫폼은 무엇인가
플랫폼 노동자는 어떻게?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사단법인 오픈넷이 주최하는 ‘타다 금지법을 금지하라’ 대담회가 16일 서울 강남 드리움에서 열린 가운데,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경신 고려대학교 교수(오픈넷 이사)가 만나 공유경제부터 VCNC의 현황에 이르는 다양한 전략과 논란을 공유했다. VCNC의 존재이유와 플랫폼 일자리, 나아가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한편 유상운송 면허제의 영속성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이어졌다.

최근 쏘카의 VCNC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말 증차 카드를 꺼내며 공격적인 외연 확장을 노렸으나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시작됐고, 이후 VCNC에 다소 불리하게 전개된 플랫폼 택시 로드맵과 불법 논란까지 겹치며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소위 타다 금지법과 플랫폼 택시 규범화를 담은 법안이 발의된 상태며, VCNC 타다의 운명은 풍전등화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대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 VCNC는 공유경제 기업일까?

이재웅 쏘카 대표는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공유경제의 정의에 집중했다. 이 대표는 “공유경제에 대한 정의가 중요하다”면서 “산업화는 곧 소유의 역사지만 지금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경제활동”이라고 말했다. 그 최전선에 있는 플랫폼이 바로 우버와 VCNC라는 주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VCNC와 우버를 두고 공유경제 기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실 공유경제는 합리적인 소비방식이며 경제활동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논란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일단 우버나 VCNC가 공유경제 기업이라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우버와 VCNC는 소유가 아닌 공유의 개념”이라면서 “단순히 자동차를 나누는 것을 넘어 생태계가 창출되어야 한다.

박 교수는 다른 접근법을 보여줬다. 박 교수는 “우버는 기존 자동차의 공유를 꾀하지만, 타다는 플랫폼 사업자가 이미 자동차를 구입한 상태”라면서 “타다가 몸집을 불리면 자동차 가격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이는 타다와 공유경제의 잘못이 아니라, 수익을 올리려는 자본주의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박 교수의 의견에 대부분 동의했으나 VCNC가 공유경제라는 점은 재차 반박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 충돌, 그리고 일자리의 변화

현재 VCNC 타다를 둘러싼 논란에는 ‘구사업과 신사업의 충돌’이라는 키워드가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구사업과 신사업의 충돌이 아닌, 자연스러운 삶의 변화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단순하게 갈등으로만 보는 것은 협소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긱 이코노미의 등장으로 플랫폼 노동과 관련된 현안도 부각되고 있다. 이는 VCNC도 피해갈 수 없으며, 현재 검찰이 관련된 수사까지 진행하는 상황이다. 나아가 현재의 온디맨드 플랫폼이 부의 편중을 야기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박 교수는 “자동차를 가진 사람이 우버 드라이버를 하고 집을 가진 사람이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하며 돈을 번다. 이는 결국 가지지 못한 사람은 우버나 에어비앤비를 할 수 없다는 뜻”이라면서 “공유경제의 범위를 정보까지 늘려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처우를 두고는 “많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불평등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주문했다. 이 대표는 “부의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서비스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이런 과정에서 부의 불평등은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플렛폼 노동자에 대해서도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기 때문에, 역시 부의 불평등이 완화된다”고 말했다. 물론 이와 관련해 많은 연구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두 사람 모두 동의했다.

이 대표는 타다 드라이버에 대한 비판을 두고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타다 드라이버는 비슷한 업종의 운전자보다 많은 혜택을 받는다”면서 “단순한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가 등장하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타다 드라이버도 우리 생태계의 중요한 일원”이라며 “함께 가야할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플랫폼 노동자, 타다 드라이버의 처우에 대해 비판하고 있으나 이는 새로운 변화일 뿐이며, 굳이 산업화 시대의 정규직 직원 패러다임에 갇혀있을 필요가 없다는 비판이다.

이 대표는 일자리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의 일은 사람 중심으로 가야한다”면서 “플랫폼도 안전망 구축을 통한 생태계 확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택시기사의 열악한 처우, 그리고 정부의 대처를 주문했다. 박 교수는 “지금 택시기사들의 처우는 상당히 열악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경쟁자가 등장하면 택시기사들은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VCNC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발 핵심이다. 박 교수는 “정부가 해야할 일이 이러한 반발을 덜어내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며, 무조건 VCNC의 행보를 막는 것은 잘못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통과된 AB5법에 대해서 박 교수는 “우리도 통과되어야 한다고 본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가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를 명확하게 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AB5법은 흔히 우버 금지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AB5는 우버 금지법이 아니라, 우버 드라이버의 노동자적 측면의 ‘정의’를 의미하기 때문에 오히려 플랫폼 노동자의 역할을 명확하게 설정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이러한 점에 주목해 국내에도 AB5법이 필요하다고 본 셈이다.

# 정부의 방침에 대하여

정부가 최근 플랫폼 택시 로드맵을 가동하며 VCNC에 대한 압박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박 교수는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제안했다.

다소 파격적이다. 그는 “유상운송을 꼭 면허제로 할 필요가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유상운송 자체가 승차거부 방지 및 기사보호 등에 대한 규범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상황이 반대가 됐다. 그런 이유로 유상운송 면허제를 버리고 앱을 통한 인증이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소위 우버 금지법, 타다 금지법, 카풀 금지법 등 모빌리티 업계의 성장을 가로막는 입법 과정을 두고는 “분명한 차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타다 금지법에 대해서는 “상당히 구멍이 뚫려있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구사업에 대한 과도한 보호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혁신성장과 공유경제”라면서 “혁신성장과 공유경제를 키우는 한편, 구사업에 대한 과도한 보호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VCNC와 쏘카 모두 기술인력이 상당부분 많다"면서 "생태계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플랫폼은 도태되는 것이며, 경쟁은 필수"라는 생각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