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SK가 신년사 없는 신년회를 통해 국내 재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상황에서, 이번에는 최태원 SK 회장과 신입사원의 격의없는 대화자리가 마련되어 눈길을 끈다.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룹 회장님’과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신입사원’의 거리는 지난해 7미터에서 올해 2미터로 좁혀졌다.

SK는 15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과 신입사원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그룹 신입사원 교육-회장과의 대화’를 가졌다고 밝혔다. ‘신입사원과의 대화’는 그룹의 경영철학과 비전 등을 신입사원들에게 직접 설명해주기 위한 행사로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1979년 시작했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박성욱 ICT위원장, 서진우 인재육성위원장, 이형희 SV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이날 행사는 형식과 내용 모두 기존 틀을 과감히 깨뜨려 눈길을 끈다.

▲ 최태원 회장과 신입사원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출처=SK

지난해까지는 7미터였던 무대와 객석의 자리는 올해 2미터로 좁아졌다. 신입사원들이 당장 ‘그롭 회장님’과 심리적 거리를 좁히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최소한 물리적 거리라도 좁혀보자는 취지다. 무대는 마당놀이처럼 객석 중앙에 배치해 서로의 호흡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배치됐다.

복장은 자유롭다. 최 회장과 경영진은 물론 신입사원들도 정장 대신 간편한 캐주얼 차림으로 참석해 이번 대화가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정한 ‘다가서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지난해에는 경영진이 무대에 올라 패널토론을 했으나, 올해는 이를 대신해 선배 구성원들이 신입사원들에게 직장 생활의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슬기로운 직장생활’ 코너가 마련됐다. 무대에 오른 입사 2~10년차 선배 구성원들은 후배들이 조만간 직면하게 될 딜레마 상황들을 예시한 뒤, 이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경험담을 바탕으로 진솔하게 조언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본격적인 최 회장과 신입사원의 대화도 각본없이 이뤄졌다. 실시간 SNS, 추첨 등을 통해 현장에서 즉석에서 질문하고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최 회장이 자주 찾는 맛집, 최근 감명깊게 읽은 책, 즐겨보는 유튜브 프로그램을 소개해달라는 가벼운 질문부터,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방법론까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최 회장은 “젊은 패기를 바탕으로 공동체의 행복추구를 위한 신선한 자극을 불어 넣어달라”고 당부한 뒤, “그런 실천이 SK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의 행복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