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전격적으로 이뤄지며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두고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이 화웨이 장비 도입과 관련해 우호적인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끈다.

영국은 미국의 ‘반 화웨이 요구’에도 흔들리지 않고 ‘마이웨이’를 걸었던 경험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 무역주의에 대한 반감, 브렉시트에 따른 경제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화웨이의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화웨이 장비 도입을 공식화해 사실상 논란의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4일 화요일 영국 BBC 텔레비전과 인터뷰를 통해 미국 정부의 강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영국 5G 광대역통신망 설치에 필요한 장비 공급 업체에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인터뷰에서 존슨 총리는 “영국 국민은 (현존하는) 최고의 기술을 접할 자격이 있다”며, “영국 정부는 모든 국민을 위해 기가비트 광대역통신을 도입할 의사가 있다. 만약 특정 브랜드를 반대한다면, 그 대안은 무엇인지 준비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지점은 코어 네크워크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느냐다. 미국은 화웨이의 백도어 논란을 지피며 핵심 네트워크 장비에 화웨이 장비를 쓰면 국가안보에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영국을 비롯한 유럽도 화웨이 장비를 받아들이면서 코어 네트워크에는 장비 사용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존슨 총리의 발언이 나온 후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화웨이의 장비가 네트워크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코어네트워크 이외의 장비’ 에서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당장 앤드류 파커 MI5 국장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 부품 사용이 미국과 영국의 정보 공유 관계에 피해를 줄 것이라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반색하고 있다. 빅터 장 화웨이 부사장은 14일 이메일 성명을 통해 “영국 정부가 근거 없는 의혹에서 벗어나 명확한 증거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 확신한다”며, “영국 의회 위원회 두 곳에서도 화웨이의 5G 장비 공급을 금지할 기술적 이유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미 일부 화웨이 장비가 영국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전면 금지 결정을 하게 될 경우 5G 개통이 지연되어 수억 파운드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2027년까지 5G를 영국 전역에 공급하겠다는 존슨 총리의 공약에 악영향을 입힐 수 있다고 내비쳤다.

그런 이유로 영국은 화웨이와의 협력으로 5G 분야의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전망이다. 영국 매체 이브닝 스탠다드(Evening Standard) 에 따르면, 영국 5G 구축을 위해 화웨이가 필요한 이유는 지난 10여 년간 유럽의 정책 실수로 인해 화웨이의 5G 기술이 영국 공급업체들을 완전히 앞질렀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실제로 노키아와 에릭슨보다 18개월 앞선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 또한 뛰어나다고 자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