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한국야쿠르트가 가정간편식(HMR)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면대면 방식의 HMR 제품 배송을 시작하는가 하면, 편의점과 손잡고 1인용 밀키트를 출시하고 최근에는 저녁배송도 시행하면서 신선식품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야쿠르트가 자사의 핵심 물류인 방판이라는 조직을 활용해 배송 시장에서도 차별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편의점’
프레시 매니저들이 타고 다니는 전동카트 ‘코코(Cold&Cool)’는 이동하는 편의점으로 봐도 무방하다. 야쿠르트 뿐 아니라 신선식품, 간편식, 커피, 화장품, 마스크 팩 등 다양한 제품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코코의 용량은 220L로 180원짜리 요구르트가 무려 3300개 들어가는 크기다. 제품을 넣은 곳은 위쪽에 3칸 아래쪽에 1칸으로 분리되어있다. 대부분 위쪽 칸에 유제품을 싣고 아래 칸에 밀키트, 김치, 삼겹살, 죽 등 부피가 큰 식품을 보관한다. 냉장고의 온도는 외부에서 직접 조절할 수 있고 확인이 가능하다.

▲ 프레시 매니저들은 발효유 제품 외에 밀키트, 죽, 김치 등의 신선식품은 전동카트 '코코'의 아래 칸에 보관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이처럼 제품이 다양해진 이유는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지면서 위기감을 느낀 한국야쿠르트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사의 오프라인 유통망을 활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한국야쿠르트의 물류망은 새벽물류로 바뀌면서 신갈 물류센터에 모든 제품이 모이는 구조다. 유제품뿐 아니라 밀키트, 신선식품 등 모두 한 곳에 모이고 있다. 이후 전국의 영업장에 배송된다. 지점별로는 수도권에 6곳, 지방 5곳 총 11개의 지점으로 운반되고, 각 지점마다 40~50개의 영업장을 운영한다. 대략 총 510개의 영업장이 운영 중이며, 각 매장마다 20명의 프레시 매니저들이 근무한다. 

▲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 자료=통계청

신선배송 경쟁 업체인 마켓컬리, 쿠팡, 티몬 등과 달리 한국야쿠르트는 판매망이 그대로 배송망으로 활용된다. 배송만 담당하는 다른 신선 배송 업체들과 달리 프레시 매니저들은 직접 면대면으로 얼굴을 마주 본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지닌다. 실제로 신선 배송 경쟁 업체들의 성장세가 매섭지만, 업계 원조 한국야쿠르트의 매출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2016년 9805억원이었던 매출은 이듬해 1조314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509억원(5.1%) 늘었다. 2018년에도 매출 1조357억원으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유지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1만1000여 명의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들이 타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곧 1만1000여 명의 베테랑 홍보 직원들이 생기는 것과 같다”면서 “위탁 판매의 경우 비슷한 상품을 두 군데 이상에서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 카테고리 중복을 막을 것”이라 말했다.

▲ 한국야쿠르트 실적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여성원 배달의 ‘저녁배송’ 환대 받을까
대부분의 신선식품 시장은 새벽 배송으로 이뤄지다 보니 비대면 서비스로 이뤄진다. 그러나 한국야쿠르트는 면대면 서비스를 강조한 저녁 배송을 하고 있다. 일반 비대면 서비스를 강조하는 신선식품 기업에서 불만이 많아지고 있는 점을 공략한 것이다.

한국야쿠르트가 저녁배송 카드를 꺼낸 것은 ‘야구르트 아줌마’의 친절함을 강점으로 내세워 온 기업인만큼 기존 업체와 다른 공략법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저 새벽에 제품만 두고 가는 것이 아닌 면대면으로 얼굴을 마주해 제품과 함께 ‘정(情)’도 배송한다는 차별화된 콘셉트를 내세웠다.

▲ 전동카트 '코코'의 위쪽 칸에 보관된 발효유 제품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이처럼 마켓컬리에서 시작된 새벽배송이 대기업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야쿠르트의 ‘저녁배송’은 새로운 실험이다. 저녁배송은 말 그대로 오후 6~11시 사이로 배송시간을 정하면 매니저가 직접 제품을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보통의 신선 제품은 상자에 많이 배송되는데 저녁배송은 냉장보관 제품이기에 다른 포장 없이 제품만 전달한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새벽배송 같은 경우는 아침에 배달이 되다보니 출근 전 냉장고에 넣어야 하는 점이 번거롭다는 불만이 있어왔다”면서 “반면 저녁배송은 아침에 필요한 것을 주문하면 원하는 시간이나 퇴근 시간에 맞게 가져다주니 고객들의 반응이 호의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배송을 담당하는 모든 프레시 매니저들은 여성들로만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혼자 사는 여성들이 늦은 밤 주문을 해도 편안함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e커머스, 대형마트 식품 매출.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통계청

실제로도 한국야쿠르트의 저력은 여전히 프레시 매니저에게서 나온다. 특히 프레시 매니저의 상징성은 크게 도움이 된다. 예전의 노란 유니폼과 전동카트가 익숙한 주민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전자상거래 서비스가 낯선 노년층 같은 고객군 유치에 유리하다. 마켓컬리, 쿠팡, 티몬과 같은 경쟁 업체와 비교할 수준의 규모는 아니지만 차별화된 고객층을 갖는 셈이다. 실제로 프레시 매니저는 전자 기기 이용이 필요한 서비스는 직접 도와주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한국야쿠르트의 저녁배송 서비스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저녁배송 서비스는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새벽배송시스템이 보인 단점을 보완할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신선식품 시장은 밤 11시가 넘어 주문한 제품도 다음날 오전 6시면 집 앞에 가져다주는 배송 시스템을 도입해 고성장 중이다.

▲ 프레시 딜리버리가 저녁배송을 위해 타는 전기차 트위지. 출처=한국야쿠르트

‘빨리 빨리’ 문화를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문 앞에 놓고 간 제품이 분실되거나 모두가 자는 시간에 일하는 배송원들의 처우에 대한 지적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새벽배송은 주간근무보다 피곤할 수밖에 없고, 심야시간에 운전을 하는 만큼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도 크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밤샘 노동까지 동원해 아침에 꼭 신선식품을 받아야만 하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통업체들의 빠른 배송 경쟁은 밀레니얼 소비자들의 니즈를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오는 과열상”이라면서 “이러한 시장 분위기 속 새로운 배송형태의 도입은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