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야쿠르트 아줌마로 잘 알려진 ‘프레시 매니저(Fresh Manager)’는 소위 말하는 ‘핵인싸(특정 집단의 주류)’다. 그들은 동네 주민들부터 상가 주인, 심지어 버스 기사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다. 특정 공간을 자주 오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현장과의 '밀착'이 이뤄지고, 이러한 '밀착'은 방판에 대한 고객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주는 역할을 한다.

기자가 만난 서울 중곡점의 임미화 프레시 매니저도 ‘핵인싸’였다. 기자는 길거리를 자유자재로 누비는 한국야쿠르트의 프레시 매니저를 동행 취재했다. 우리 사회에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잘 몰랐던 방판의 세계에 직접 들어가 봤다.

▲ 임미화 프레시 매니저가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유니폼을 입을 때 가장 행복해요"

전국의 프레시 매니저는 각자의 담당 지역을 할당받는다. 기자가 함께한 임미화 매니저는 15년차의 배테랑으로, 광진구 중곡동의 일부 구역을 담당한다. 임 매니저의 하루 일정은 보통 세 타임으로 나뉜다. 출근 전 제품을 일찍 받길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오전 8시에 1차 배달을 마친 뒤, 다시 영업장으로 돌아와 제품을 실어 2차 배달을 준비한다. 2차 배달은 10시부터 점심시간 전까지 크게 시간을 따지지 않는 고객 위주로 배달한다. 이후 점심시간이 끝난 시각인 1시부터 다시 3차 배달에 나서는 일정이다.   

모든 프레시 매니저들의 일정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프레시 매니저는 한국야쿠르트 사원이 아니라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스케줄은 자유롭게 조정이 가능하다. 때문에 수익도 본인이 일하는 만큼 받는 인센티브 구조다. 총 매출의 약 25%를 수수료의 개념으로 프레시 매니저가 갖는다. 프레시 매니저가 내야하는 비용은 전동카트 대여 비용으로 월 3만~4만원 정도다.

▲ 임미화 프레시 매니저는 배달에 나서기 위해 제품을 담고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코코(Cold&Cool)’로 불리는 전동카트가 임 매니저의 발이 되어준다. 1인 탑승이 원칙이기에 기자는 코코를 따라 열심히 뛰어다녔다. 코코의 속도는 시속 4km와 8km 두 가지로만 조절이 가능하며 대부분의 프레시 매니저는 시속 8km로 운전한다. 이는 사람이 달리면 더 빠르지만 걷기에는 따라잡기 벅찬 속도다. 상가와 주택가를 함께 돌면서 진이 빠진 기자에게 임 매니저는 “연초는 항상 바빠서 오늘 취재를 위해 물량이 많은 곳은 아침 일찍 돌리고 왔다”면서 “원래는 더 많은 곳에 제품을 배송한다”고 말했다.

임 매니저는 배달해야 하는 각 가구에 신속하게 제품을 전달한다. 고객 리스트를 수시로 확인하며 제품을 전달할 것이라 생각했던 기자의 예상과 달리 임 매니저는 이미 해당 정보를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고객마다 요구하는 사항도 각기 다르다. 빨대를 꼭 따로 넣어달라는 고객과 넣지 말라는 고객부터, 프레시 매니저와 둘만 아는 비밀스러운 장소에 넣어두길 원하거나, 여러 제품을 한 번에 받는 경우 동일한 제품만 연달아 받길 원하는 등 까다로운 주문이 다반수였다.

임 매니저는 “고객들의 요구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모바일 손수첩 기기에 그때마다 메모를 해놓고 자주 체크하는 편이다”면서 “수량 체크나 재고 관리 등 고객별로 전달 내용을 확인해서 놓치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임미화 프레시 매니저가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우연한 권유로 시작하게 된 이 일은 임 매니저의 천직이었다. 각 영업점 마다 1명만 받을 수 있는 세일즈 퀸에 오르고, 작년에는 전국 11개 지점에서 뽑는 우수 직원 ‘명인’에도 등극했다. 명인은 전국에 있는 약 1만1000명의 프레시 매니저 중 여러 방면으로 우수한 직원을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작년에는 총 38명이 뽑혀 1주일 간 미국 해외 연수를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임 매니저가 명인에 등극할 수 있었던 영업 비밀은 무엇일까. 기자가 임 매니저와 세 시간 남짓 동행한 결과 알 수 있었던 점은 바로 일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임 매니저는 “아침마다 유니폼을 입을 때 자신감도 함께 올라간다”면서 “유니폼을 입은 내 모습이 가장 멋있고 그때마다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정확한 배달은 물론, 친절한 인사와 미소는 당연하다. 전동카트를 타고 길거리를 누비면 임 매니저는 1분 간격으로 주민들과 손 인사를 나누느라 바쁘다. 지나가던 한 주민은 “우리 동네 인기쟁이”라면서 “항상 웃으면서 어떻게 마시는지 알려주고, 누구에게나 친절하다”고 칭찬했다.

▲ 각 프레시 매니저들은 모바일 손수첩 POS기기를 사용해 정기 제품과 예약 신선식품을 확인 할 수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실제로 임 매니저는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편이다. 만약 새롭게 이사 온 고객이 있으면 휴지를 선물하거나, 출산한 고객은 아기 양말, 조금 더 돈독한 고객은 내복을 선물하는 등 자그마한 경조사도 챙기면서 가족같이 대한다. 이러한 조그마한 마음이 결국 평생 고객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임 매니저는 “저와 고객과의 관계를 단지 판매자와 구매자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제품과 함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생각한다”면서 “이러한 마음을 고객들도 알아주시고 꾸준히 제품을 구매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고객에게 언제나 일정한 장소에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도 중요한 비결이다. 프레시 매니저들은 본인의 고정 가구 배달이 끝나면 나머지 시간은 재량껏 유동 판매를 시작한다. 정기 판매와 유동 판매의 매출 비율은 약 70:30으로 유동판매 또한 매출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때문에 프레시 매니저들이 항상 고정된 자리에 있는 것을 아는 고객은 언제든 쉽게 찾아온다. 이는 결국 매출로 이어지는 셈이다. 

▲ 해당 고정 가구에 야쿠르트 제품을 배달하는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임 매니저의 고정가구는 약 250가구로 정기배송을 제외한 지나가는 모든 주민은 잠재고객이다. 특히나 시장이 주변에 위치한 곳은 유동 판매로 제격인 장소다. 장을 보고 오는 젊은 주부들부터 어린이, 노인까지 전동카트를 발견하면 매니저에게 손을 흔들고 다가가 구매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냐는 질문에 임 매니저는 “버스 기사 아저씨가 가장 특별한 고객이긴 하다. 벌써 7년 정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데, 일정한 시간 정류장에 서는 기사님이 있다”면서 “그때만 되면 재빠르게 제품을 준비했다가 건네주곤 온다. 항상 같은 자리에 있는 것을 아셔서 그런지 버스가 신호에 걸려 횡단보도에 멈출 때는 손인사도 주고 받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자도 같이 동행하던 현장에서 임 매니저가 지나가는 버스 기사와 사인을 주고받은 것을 목격했다.

명인에 등극해본 임 매니저에게 또 다른 목표와 계획이 있을까. 임 매니저는 “명인에 등극한 것도 정말 놀라운 결과였지만, 전국에서 딱 한명만 뽑는 명예의 전당에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 전동카트 '코코'안에 담겨진 한국야쿠르트 제품.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오프라인 거점의 이동, 생활밀착형 플랫폼 완성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올해 15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 및 롯데 등 기존 오프라인 강자들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다양한 ICT 플랫폼으로 무장한 이커머스 업체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의 팽창은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을 기점으로 더욱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단순히 온라인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및 모바일을 통해 주문을 하면 오프라인의 재화가 움직이는 방식이다.

이 지점에서 방판 업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ICT 기업들이 온라인을 뿌리에 둔 상태에서 오프라인을 연결해 서비스를 전개한다면, 방판 업계는 ICT 기업들이 온라인이라는 '뿌리'를 통해 실제 움직이고자 하는 오프라인을 이미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프레시 매니저는 온라인이라는 뿌리를 통해 실제 오프라인을 움직이려는 ICT 기업과, 이미 오프라인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방판의 단점을 버리고 장점만 절묘하게 가져온 사례로 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 뿌리가 ICT 플랫폼이기에 오프라인을 연결한다고 하지만 실제적인 노하우 측면에서는 방판 업계의 아성을 넘을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제3자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선에 머무르는 측면이 강하다. 예를 들어, 배달앱 플랫폼이라면 이들은 ICT 모바일 앱으로 출발해 오프라인의 현실 배달업체를 고객과 만나게 해주지만 실제 배달시장을 완전히 숙지할 수 없다. 게다가 실제 배달을 일으키는 '라이더'는 비용 및 각각의 상황에 따른 이유로 배달앱 플랫폼이 100% 움직이기도 어려운 구조다.

▲ 프레시 매니저들은 발효유 외에도 김치,, 죽, 밀키트 등을 함께 배달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이런 단점을 후자의 방판 업계는 충분히 메워줄 수 있다. 무엇보다 방판은 오프라인 공간을 실제 이동하며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창출하기 때문에, ICT 모바일 앱에서 출발한 기업들이 미처 확보하지 못하는 업의 본질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충분히 메워줄 수 있다.

프레시 매니저의 등장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 나아가 움직이는 온오프라인 거점으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 한국야쿠르트는 프레시 매니저를 단순히 '이동하는 판매원'으로 정의하는 것이 아니다. 프레시 매니저는 전동카트에 몸을 실어 다양한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한편, 항상 연결된 모바일 인프라를 통해 고객들에게 생활밀착형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은 지금까지 그 어떤 ICT 모바일 앱 사업자도, 방판 사업자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다양하지만 시시각각 움직이는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완벽한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끌어내는 시도는 없었기 때문이다.

▲ 임미화 프레시 매니저.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이제 시작하는 단계지만 프레시 매니저의 등장으로 새로운 온·오프라인 전략이 뿌리를 내릴 여지도 있다. 우선 프레시 매니저의 이동성에 착안한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다양한 주문이 하달될 경우 이에 걸맞은 즉각적인 대응이 '이동'하면서 가능해진다. 자연스럽게 관련 데이터가 축적되면 미래에는 정교한 경로 알고리즘을 통해 신속하고 경제적인 배송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이동하는 온·오프라인 거점이 수요예측기술과 만나 전혀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

이동하는 온오프라인 거점을 통해 자연스러운 브랜드 효과 제고가 가능한 점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임 매니저의 사례처럼 프래시 매니저는 단순히 야쿠르트를 판매하는 직원이 아니라, 우리의 건강을 챙겨주는 친절한 이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한국야쿠르트의 브랜드 제고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