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야쿠르트 아줌마, 야쿠르트 주세요! 야쿠르트 없으면 요쿠르트 주세요!” 누구나 한번쯤은 흥얼거린 경험이 있을 노래. 이러한 추억은 야쿠르트의 인기 만큼이나, 창업 반세기를 넘긴 한국야쿠르트가 우리 생활 속에 얼마나 가까이 스며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본래 야쿠르트 아줌마는 한국야쿠르트의 이동 판매원을 통칭하는 단어로 불려왔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야쿠르트 아줌마가 아닌 ‘프레시 매니저(Fresh Manager)’로 명명되어 지금도 동네 곳곳을 누비고 있다. 과거 손수레를 끌고 다니던 모습에서 이제는 ‘코코(Cold&Cool)’라고 불리는 최첨단 냉장전동카트를 타고 다닌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진화는 온라인 유통이 강화되고 방판 사업도 흔들리는 현재의 유통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동하는 오프라인 거점이라는 강점과 더불어 모바일 ICT 기술과 만나 고객이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유통에서 온라인 유통으로 옮겨가는 글로벌 유통 트렌드의 거대한 물결 앞에서 한국의 '야쿠르트 아줌마' 유통채널은 온·오프라인 유통을 연결짓는 접점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 정보. 자료=한국야쿠르트

진화하는 ‘야쿠르트 아줌마’ 새역사를 쓰다

최근 유통가는 비대면 마케팅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야쿠르트는 오프라인의 특징인 면대면 서비스를 중요시하고 있다. 일반적인 방판(방문판매) 사업들이 예전만 못하지만 한국야쿠르트의 방판 사업은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특히 2016년을 기점으로 외형 성장을 이뤄냈으며 2017년에는 7년 만에 매출 1조원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매출 1조3567억원, 영업이익 1015억원을 달성했다.

▲ 프레시 매니저 현황 추이. 자료=한국야쿠르트

1971년 47명으로 시작한 당시 야쿠르트 아줌마는 올해 1월 기준 1만1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면대면으로 자세한 제품 설명이 가능한 데다 고객과의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통해 발효유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야쿠르트를 ‘국민 음료’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3월에는 48년 만에 명칭도 ‘프레시 매니저’로 변경했다. 프레시 매니저는 신선함을 뜻하는 ‘프레시’와 건강을 관리해주는 ‘매니저’를 합친 단어로, 신선한 제품을 전달하며 고객의 건강을 관리한다는 뜻이다. 

한국야쿠르트는 꾸준히 변화해왔다. 노란색 이미지로 익숙했던 유니폼을 지난 2014년 과감하게 핑크색으로 바꾼 것을 시작으로, 최근 블루색으로 포인트를 준 신규 유니폼까지 전문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프레시 매니저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이동형 냉장전동카트 ‘코코’는 7년 전 도입됐다. 세계 최초의 전기식 이동카트며 현재 보급된 코코의 숫자만 9300대가 넘는다. 냉장카트이기 때문에 야쿠르트 외에도 콜드브루 커피, 유제품, 밀키트 등 다양한 제품을 넣고 다닐 수 있다. 직접 타고 동네 구석구석을 다닐 수 있어 기동성도 한층 높아졌다. 각 프레시 매니저들마다 모바일 손수첩 POS 단말기도 갖추고 있어 현장에서 카드 결제나 현금 결제 시 현금 영수증도 가능하다.

이항용 한국야쿠르트 영업부문장은 “프레시 매니저는 자사의 신선한 제품으로 고객의 건강을 관리하는 전문가를 의미한다”면서 “앞으로도 최고의 제품을 전달해 고객의 건강 증진을 돕는 일에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 전동카드 '코코' 보급현황 추이. 자료=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 등에 업고 신사업 노크

한국야쿠르트가 다른 식품 기업과 차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방판 조직이다. 프레시 매니저가 오프라인 유통 채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야쿠르트는 프레시 매니저를 활용한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자사의 가정간편식(HMR) 전용 브랜드 ‘잇츠온’을 활용해 편의점에 진출하거나, 업계 처음으로 저녁 배송시장에 뛰어들었다. 2017년에 출시한 잇츠온의 연간 매출은 론칭 첫해의 90억원에서 1년 만에 180억원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자사의 온라인 몰 ‘하이프레시’를 모바일 신선마켓으로 개편하면서 신선식품 시장에도 진출했다.

▲ CU에서 출시한 한국야쿠르트 '잇츠온' 밀키트 제품. 출처=CU

한국야쿠르트는 온라인 몰 개편을 통해 발효유뿐 아니라 정육과 고추장, 쌈야채 등 식자재부터 이유식, 죽까지 고객 생활과 편의에 맞춰 제품을 다양화했다. 잇츠온 인기제품 10종을 1인용 밀키트 제품으로 출시하고 기존 제품에 70여 종의 품목을 추가해 총 212종으로 확대했다. 잇츠온의 밀키트는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 구조와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인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자사 제품뿐만 아니라 ‘본죽’이나 ‘종가집’ 등 국내 대표 식품 브랜드와 손잡고 인기제품 50여 종도 함께 선보였다.

정기 배송 서비스도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고객이 모바일로 제품 주문 시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지정해 정기 배송을 받을 수 있다. 고객의 요구대로 일정을 유동적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즉시 배송도 가능하다. 전화나 문자를 하면 프레시 매니저가 자신의 배송 코스에 맞춰 방문 계획을 세운다. 프레시 매니저의 근무 시간대(오전 9시~오후 6시)라면 빠르면 30분~1시간 안에 원하는 음료를 배송 받을 수 있다.

▲ 한국야쿠르트의 신선식품 모바일 서비스 하이프레시. 출처=한국야쿠르트

현재 서울 강남·서초·송파 3구에서는 저녁배송 서비스인 ‘하이프레시 고(GO)’도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 당일배송과 새벽배송 등이 확산하고 있지만 저녁 배송 도입은 국내 처음이다. 저녁 식사 준비가 힘든 1인 가구, 맞벌이 부부 등을 타깃으로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저녁배송을 하고 있다. 배송은 프레시 매니저 중 10명의 ‘프레시 딜리버리’를 선발해 르노삼성자동차의 1인용 전기차 ‘트위지’를 활용해 실시하고 있다.

저녁배송은 고객이 오후 6~11시 사이로 배송시간을 정하면 매니저가 직접 밀키트를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저녁배송이 강남권에 한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그 외 서울·수도권은 편의점 CU를 통해 공략해 잇츠온 확대에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잇츠온 밀키트 9종 제품. 출처=한국야쿠르트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하이프레시 고 서비스는 현재 강남 3구에서만 이뤄지는 서비스로 미디어 노출이나 광고를 하고 있지 않다”면서 “때문에 저녁 배송 주문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기 보다는 한번 경험해본 고객의 재주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레시 매니저 조직은 자사가 가진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라면서 “이들을 활용한 사업 군이나 제품을 더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